오늘 죽어가는 교회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길은 역사적 예수의 우주적인 정신과 삶의 길을 따르는 것 이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 내세지향적인 교회는 만들어진 예수를 아낌없이 담대하게 버리고, 오랫동안 무시하고 거부했던 참 사람 예수의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지금 여기에서 구체적으로 살아 내야 죽지 않는다. 이분법적이고 망상적인 믿음의 노예생활을 자처하는 기독교인들은 인간이 창조한 하느님 곧 인간의 언어에 목을 메고 살아가는 자유가 없는 수동적인 생활을 당장 청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예수의 하느님은 이 세계 밖에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객체적이고 실재론적인 존재가 아니다. 예수의 하느님은 종교와 인종과 신분과 성과 성적본능과 사상의 “경계 넘어”(Beyond Boundary) 우주적이고 통합적이고 포월적인 삶의 비전이고 방식이다. 하느님이란 말의 의미는 인간의 온전한 삶 그 자체이며, 생명의 존엄성 그 자체이다. 따라서 역사적 예수의 정신은 무신론자와 비기독교인과 비종교인을 차별하지 않고 모두 포용한다.
예수는 1세기에 살았던 수백만 인간들 중에 한 사람이었다. 원초적으로 성서가 증거하는 예수는 하늘 위에 존재한다는 초자연적 하느님이 인간의 탈을 쓰고 인간 세계에 개입하기 위해 땅으로 내려온 것이 아니다. 성서에서 신적인 예수의 냄새를 풍기는 문자적인 기록은 참 사람 예수의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체험한 유대인들이 예수 체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유대교 전통과 고대사회의 보편적인 문학형식인 서사시적 신화와 상징을 인용하여 은유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인간 예수가 교회의 하느님으로 탈바꿈된 것은 325년에 로마제국의 황제 콘스탄티누스가 자신의 정치적인 야욕을 채우기 위해서 교회를 위협하여 강제적으로 만든 니케아 신조에서 비롯되었다. 결국 예수는 제국의 상업적이고 정치적인 수단으로 전락하여 하느님이 되었다. 이후부터 세계를 정복하려는 황제의 명령으로 모든 사람들은 십자가 아래 무릎 꿇고 예수를 하느님으로 숭배하는 것이 로마제국에 충성하는 것이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로마제국 황제의 제국주의를 계승한 교회는 종교차별과 인종차별을 정당화했다.
예수의 하느님은 믿어야만 하는 존재론적 신이 아니라 상호의존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삶 그 자체이다. 인류역사에서 원초적으로 하느님이란 말은 지극히 인간의 언어이다. 인간의 언어는 인간 체험 밖의 실재를 서술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 인간이 만든 하느님이란 말은 인간이 사용하는 그 언어 영역 밖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예수는 자신이 사용한 하느님이란 말의 의미를 거룩한 성전과 부족적이고 이분법적인 유대교 전통과 예배의식에서 찾은 것이 아니었다. 예수는 하느님의 의미를 제도적인 종교 밖에 세속적인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의식 속에서 찾았다.
30만 년 전 인간의 조상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한 이래 오늘까지 네 차례의 지식혁명이라고 일컫는 폭발적 지식의 확장이 있었다. (1) 첫 번째 지식혁명은 인지능력을 가진 이성적 인간의 등장과 함께 인지혁명으로 시작했다. 인류가 처음으로 자유롭게 의사 소통하고 사고하기 시작함으로써 동물과 구분되는 인간으로서 정체성을 갖추기 시작했다. (2) 두 번째는 농업혁명으로 일어났다. 수렵과 채취에 의존하던 원시 인류가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정착 생활을 하고 도구와 기술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3) 세 번째는 과학혁명이다. 과학의 발전으로 세계관과 가치관과 윤리관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보편화됨으로써 고대 삼층세계관의 내세적 종교들은 설득력과 효력을 상실하고 급속도로 쇠퇴하기 시작했다. (4) 네 번째는 산업혁명이다. 이후부터 세계는 일일생활권에 진입하고 부족주의와 민족주의는 설자리를 잃고 세계주의가 확장되었다. 인터넷 등 정보통신 기술이 발전하면서 손쉽고 빠르게 사람과 사람 간 연결성이 증대됐다.
이렇게 인간의 진화과정으로 발전한 지식혁명은 총체적 인류의 삶의 양태를 송두리째 바꿔 놓았고 그 결과 언제나 새로운 사회가 출현했다. 특히 지난 5-6백 년 동안의 과학혁명과 산업혁명은 전통적 하느님 개념을 믿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다시 말해 “저 위에” 혹은 “저 밖에” 존재하는 하느님, 곧 거룩한 섭리에 따라 인간 세상에 개입하고 기도에 응답하고 보상하고 징벌하는 초자연적인 존재는 더 이상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 무릎 꿇고 하늘을 향해 기도와 예배를 드리는 그런 하느님은 인간 언어의 한계를 드러낼 뿐이다. 하느님이란 인간과 분리되어 외부에 존재하는 타자가 아니며 더욱이 허공에 떠돌아다니는 혼령이 아니다. 하느님은 이 세계 밖에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초자연적인 신이 아니다. 우리 인간이 속해 있는 이 우주세계는 138억년 전에 우연히 자연적으로 등장했다. 이 세계는 불확실성의 진화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팽창하고 있으며, 하나의 생명의 망을 이루고 있는 한 몸이다. 곧 우주는 분리되지 않은 하나의 세계이다. 이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개체들은 통합적으로 전체를 이룬다. 이 세계를 미리 계획한대로 또한 멋대로 조정하고 변형시키는 초자연적인 힘은 없다. 이 세계에는 하늘 위 천국과 중간의 땅과 아래의 지옥으로 분리하는 상중하 층은 없다. 삼층천과 인간과 분리된 인격신론의 초자연적인 하느님의 존재에 대한 상상은 수천년 전 고대인들의 신화가 창조한 세계관이다. 다시 말해 인간의 언어가 세계라는 그림을 그렸고, 그 안에 하느님을 만들어 넣었다.
138억 년의 우주진화 세계관을 인식하는 과학시대의 현대 기독교인들이 신중하게 주목해야 할 것은, 예수는 그런 하느님, 곧 제도적인 성전종교의 하느님, 관념적이고 교리적인 믿음의 하느님, 차별적이고 우월적인 하느님, 부족적이고 민족적인 하느님, 자연의 법칙을 깨트리는 기적을 일으키는 마술사 하느님, 하늘 밖에 존재한다는 초자연적 하느님, 이 세계를 미리 계획한대로 창조했고 이 세계를 최후의 심판으로 끝낸다는 하느님, 인간 세계에 멋대로 개입하고 조정한다는 전지전능한 하느님, 축복/징벌 지옥/천국의 이분법적 하느님, 진노하는 무서운 하느님 등등의 인격신론의 유신론적 하느님을 가르치지 않았다. 예수는 그렇게 옹졸하고 편협하고 변덕스러운 하느님을 가르치지 않았다. 그런 하느님은 교회가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만든 하느님이다.
참 사람 예수는 사람들을 우롱하고 차별하고 탄압하고 착취하는 전통적인 종교의 하느님을 철저히 반대했다. 예수는 따르는 사람들에게 온전한 인간으로 사람답게 사는 인간성을 깨우쳐 주었다. 참되고 온전한 인간이 된다는 것은 우리 자신이 만성적으로 불안한 생물임을 솔직하고 겸손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존재로 인식한다는 뜻이다. 자의식을 지닌 호모 사피엔스 인간은 생존의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서 특별한 의미를 창조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런 깨달음 앞에서 인간이 체험하는 것이다. 결국 인간이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예수는 참된 인간이 되는 길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들어가는 것 보다 더 힘들다고 했다. 그러나 예수 당시의 성전종교나 오늘의 교회는 참된 인간이 되는 고난의 길을 배척하고 쉬운 길을 택했다. 그 길은 다름아닌 초자연적이고 전지전능한 마술사 하느님의 기적을 믿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성서를 문자적으로 읽고 직역적으로 믿고, 하늘을 향해 기도 열심히 하고, 교회 예배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십일조를 바치고, 교회의 권위에 순종하면 만사형통한다는 유신론적 믿음의 길이다. 그러나 사실상 성전과 교회가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창작한 상업적인 길을 따르더라도 우리의 현실 세계에서 만사형통하는 기적이 전혀 일어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종교체제는 또다른 속임수를 고안하기를 죽은 후에 천국에 올라가서 더 큰 보상을 받으니 인내하고 기다리라고 한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이런 비양심적이고 비상식적인 거짓과 은폐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으며 심각하게 신뢰를 잃은 교회는 급속도로 죽어가고 있다. 주류 신학계의 전문가들은 예측하기를 반세기 안에 우리 사회에서 교회 건물을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한다.
진화과학자들과 인류학자들과 종교학자들이 공통적으로 밝히는 바에 따르면, 인간이 만든 종교의 믿음체계는 본래 진리를 탐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일관되게 부족적인 안전과 이기적인 보호를 추구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자연적으로 인간의 능력과 한계를 초월하는 초자연적인 신을 만들었으며, 이에 따라 유신론은 인간들이 하느님을 개념화하는 기본 방식이 되었다. 1세기에 로마제국과 유대교 성전의 혹독한 탄압과 착취로 인해서 고통과 절망 가운데 사람답지 못하게 살아가던 한 무리의 민중들은 전통적인 종교체제가 제공하는 차별적이고 이분법적인 하느님은 자신들에게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인식했다. 한편으로 그들에게 들려오는 예수 이야기 안에서 용기와 희망을 얻었으며 하느님을 만났다고 확신했다. 그들의 예수 체험은 성전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하느님 체험이었다. 이것을 성서로 기록할 때에 필연적으로 신적인 예수의 냄새를 풍기게 된 문자적인 기록은 참 사람 예수의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인식한 예수 체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유대교 전통과 신화와 상징을 이용하여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21세기의 현대 기독교인들은 예수에 관한 질문을 새롭고 혁신적인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 1세기의 성서 저자들이 인간 예수 안에서 하느님이 계시되었다는 것을 문자적으로 다양하게 기록했을 때 그들이 표명하고자 한 원초적인 예수 체험이 무엇이었는지 솔직하게 이성적으로 탐구해야 한다. 1세기의 예수 체험은 21세기 과학시대의 예수 체험으로 재해석하여 현대어로 전환해야 한다. 과거에 오랜 세월 동안 서구 기독교가 전세계를 식민지화하고 통제할 때 역사적 예수 탐구가 진행되었더라면 인류사회에 오늘처럼 종교차별과 인종차별과 성차별과 빈부차별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신적인 예수를 악용한 교회는 온갖 차별들을 하느님의 이름으로 자행하고 정당화했다. 또한 교회는 세계 곳곳에서 원주민들의 고유한 정신과 유산을 말살하고 기독교인으로 개종시키는 몰상식하고 잔인한 짓을 합리화했다.
예수 이야기를 은유적으로 기록한 성서 저자들의 원초적인 예수 체험을 인격신론의 초자연적인 하느님 에 대한 유신론적 정의로 왜곡하고 변형시키는 무지함과 무식함을 교회는 당장 중단해야 한다. 성서에서 예수 이야기는 예수의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에 대한 깨달음과 삶을 확대하여 묘사한 것이다. 예수의 역사성과 인간성을 무시하고 거부하는 교리들과 신조들을 형성한 과거의 신학적 정의들은 폐기 처분 해야 한다. 현대 기독교인들은 예수가 누구였는지 그 본질을 파악해야 하며 이것을 위해 전통적인 유신론적 정의를 포기해야 한다. 유신론은 인간의 자의식이 출현했을 때 자연적으로 등장했다. 우주진화 과정에서 자의식의 이성적 인간 이 등장했을 때 인간의 의식과 언어가 먼저 있었고, 하느님은 나중에 인간 뇌에서 심리기재로 출현했다. 그러나 인간의 환경이 변화되면서 유신론이 충족시켜 주는 심리적 욕구도 달라졌다. 근대 세계를 만들어낸 지식의 발전을 통해 하느님에 대한 유신론적 정의가 완전히 파괴된 반면에, 종교인들은 비합리적 고집으로 유신론에 계속 집착하는 기이한 현상을 드러내고 있다. 예를 들자면,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의 지구적 위기상황에서 과학을 거부하는 유신론적 예배에 목을 메는 비상식적인 행태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무신론자처럼 행동하지만 종교적인 차원에서는 인공호흡기에 의지해서 마지막 숨을 헐떡이는 유신론을 굳게 잡으려고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21세기 현대 기독교인들은 1세기에 예수의 처음 제자들이 가졌던 예수 체험 내지는 예수의 하느님 체험을 왜곡하거나 변형시키는 유치한 짓을 중단하고, 성서를 다시 새롭게 읽고, 예수 이야기를 의미 있게 솔직하게 이성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역사적 예수는 인격신론의 유신론적 성전종교와 로마제국의 신학을 철저히 반대했다. 보상심리의 이분법적이고 이기적인 부족적 믿음의 노예가 된 성전종교를 향해 회칠한 무덤이라고 비난했다. 오늘날 성서문자근본주의 교회는 예수의 생애를 포장한 유신론적 하느님을 벗겨 내지 못하면 예수를 따르는 기독교인이라고 할 수 없다. 기독교인으로 살려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참 사람 예수, 곧 역사적 예수를 덮어 씌었던 초자연적 신화들을 베껴내야 한다. 참 사람 예수 안에서의 하느님 체험은 참된 인간의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의 깨달음과 삶이며, 유신론적으로 이해된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 아니다. 예수를 포장했던 유신론적 언어는 오늘 우리 가정과 사회와 국가를 분단과 혼돈에 빠트렸다. 참 사람 예수의 정신과 삶은 비종교인들과 비기독교인들과 무신론자들에게도 이해될 수 있다. 예수는 인간의 의미, 생명의 의미, 세계의 의미 그리고 하느님의 의미를 새롭게 이해시키기 위해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의 규범을 가르쳤다.
현대 사회는 초자연적인 하느님 없이, 이분법적이고 부족적인 종교 없이, 내세를 꿈꾸는 이기적인 믿음 없이, 모든 사람들이 함께 참되고 온전한 인간으로 자율적이고 창조적인 삶을 사람답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필자: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더 읽을 책>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책 제목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로버트 펑크. 예수에게 솔직히. 한국기독교연구소, 1999
돈 큐핏. 떠나보낸 하느님. 한국기독교연구소, 2006
_________. 예수 정신에 따른 기독교 개혁. 한국기독교연구소, 2006
존 도미닉 크로산. 예수: 사회적 혁명가의 전기. 한국기독교연구소,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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