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鑑於水 鑑於人(무감어수 감어인)
2019년 4월 12일(금) 제8호
‘無鑑於水 鑑於人(무감어수 감어인)’은 묵자에 나오는 말로 ‘흐르는 물에 얼굴을 비추지 말고 사람들에게 자기를 비추어 보라는 말입니다. 표면에 천착하지 말라는 자기경계인 동시에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성찰하라는 반성이기도 합니다.
(우편번호 : 02704) 서울시 성북구 보국문로35길 49-12, 희남신도회장 김종일
E-mail : jaju58@hanmail.net, 전화 : 010-9972-1110
1. 기쁨 한 수저
2019년 희남신도회장으로 선출된 김종일입니다.
올해에도 희남회원들의 건강을 기원하며 8번째 서신을 보냅니다.
3월 31일,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교우친교의 날’이 열렸습니다.
예배 후 1부 순서로 퀴즈가 시작되자 선물을 타기위한 각 지역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2부 순서로 교우들은 지역별 모임 장소로 이동하여 주먹밥과 간식을 먹으면서 본격적인 친교모임을 가졌습니다. 이어 주제별 카드를 뽑아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유대도 끈끈해졌습니다. 향린공동체 정체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어 좋았습니다. 수고하신 모든 분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번 주 4월 14일, 예배 후 김희헌 목사님 방에서 희남 월례회가 있습니다!!!
2. 성경 한 구절
“그러므로 형제들아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이는 너희가 드릴 영적 예배니라.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로마서 12:1-2)
2019년은 우리에게 많은 과제를 부여하는 한 해가 아닌가 싶습니다. 3.1운동과 4.11 상해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영국의 어느 시인은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지만 우리 민족의 근현대사를 보면 1년 12달 잔인하지 않은 달이 없었습니다. 사순절 마지막 주 하나님의 온전하신 뜻이 무엇일까 숙고해봅니다.
“그때 너는 거기 없었다.
내가 이 세상의 가장 밑바닥에서 신음하고
꼴찌의 비애를 씹으며
일마다 죽을 쑤어
되는 것 하나 없이 참담했을 때,
죽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을 때,
너는 함께 있어주지 않았다.
석 달 치 밀린 월급을 못 받아
생 라면 한 봉지로 하루를 버티고
버스표도 없이 오도 가도 못할 때,
엄동설한에 싸아한 가스를 들이 마시며
언 몸을 녹일 화덕에
갈아 넣을 연탄 한 장 없을 때,
너는 나를 돌아보지 않았다.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뿌리 뽑혀
비오는 길거리로 내어 몰리는
전쟁터 같은 철거민촌이나
우리 손으로 세운 노동조합을 지키자며
밤새워 악을 쓰고 노래 부르던
그 농성장에도
너는 코빼기도 내밀지 않았다.
이 시대의 아픔을 껴안고
목청껏 외치다가
무지막지한 군화발에 채이고 얻어터지며
최루탄 가스에 눈물 흘릴 때,
서대문이나 안양, 혹은 광주의 붉은 벽돌집에서
손때 묻은 벽을 바라보며 썩는 세월
숨 막히는 외로움에 몸부림칠 때,
너는 나를 찾아주지 않았다.
빌라도의 뜰
그 엉터리 재판정에서
그들이 나를 묶어 사형을 선고하고
옷을 벗기고 침 뱉고 욕하며 목 조르고 때릴 때,
너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마지막 십자가 위에서
희미해진 나의 시선이
혹시나 싶어 아래 휘둘러보았을 때에도
너는 거기에 없었다.
그런즉
나는 너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 (서덕석의 시 ‘나는 너를 모른다’)
3. 세상만사
4월 11일 나란히 열린 한미정상회담과 북한 최고인민회의, 노동당 전원회의는 한반도 정세의 명암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습니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2월 27∼28일·하노이) 결렬 후 40여일 만에 이뤄진 남북미 정상의 직간접대화는 어느 쪽도 대화의 문을 닫으려 하지 않은 가운데, 남북대화를 통한 돌파구 마련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다양한 스몰딜이 이뤄질 수 있지만 현시점에서 우리는 빅딜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빅딜은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 "제재가 계속 유지되길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조만간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또는 남북접촉을 통해 북한의 입장을 가능한 한 조속히 알려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와 그에 앞선 노동당 전원회의 등에서 나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국정 화두는 '자력갱생을 통한 제재 돌파'로 요약됩니다. 김 위원장은 4월 1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세력들에 심각한 타격을 줘야 한다"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건설을 더욱 줄기차게 전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복잡한 한반도 정세에서 향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으로 나아가기까지 지난한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결국 해결 고리는 문재인 정부가 남북대화에 주도적으로 나서 조성된 난관을 헤쳐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를 위해 기도합니다.
4. 옛 이야기
군사독재자 박정희 아들 박지만과 동갑인 저는 뺑뺑이로 중학교를 갔습니다. 추첨 결과 영등포에서 평판이 안 좋은 중학교로 배정받아 허탈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중3때 갑자기 연합고사가 생겨 저는 추첨을 피하고자 신설된 특수지 고등학교에 시험을 봐 진학을 했습니다. 그 학교는 당시에 소주를 독점했던 모 주류회사가 세운 학교입니다. 연합고사 180점 이상이면 장학금을 준다는 말도 제가 그 학교에 진학하려 했던 이유입니다. 그런데 전교생 720명 중 300명 이상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줘야하는 상황이 생기자 학교 측은 재시험을 봐서 선발한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결국 80명만 선발이 되었습니다. 저는 80명의 장학생에 선발되지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자신들 멋대로 약속을 어기는 학교당국이 못마땅했습니다.
학교당국은 SKY에 많은 학생을 진학시켜 단기간에 명문고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스파르타식으로 학생들을 공부시켰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사들의 강압과 폭력행사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중 폭행의 달인이라 불리는 교사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학생들에게 독사와 독종으로 불렸습니다. 참다못한 학생들은 2학년이 되자 ‘교장선생님의 공개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천명’ ‘폭력교사 처벌’을 내걸고 데모에 들어가기로 모의를 합니다. D-day때 2학년 전체 학생 700여명이 일제히 운동장에 모여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며 시위에 들어갔습니다. 당시 시위에 참가하면서 ‘훌라송’을 수백 번이나 불렀습니다. “교장선생님은 사과하라 훌라 훌라” “재발방지 약속하라 훌라 훌라” “폭력교사 처벌하라 훌라 훌라” 훌라송은 신기하게도 우리의 요구를 학교당국에 명확하게 전달하는데 효과적이었고, 학생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뙤약볕에서 3시간 넘게 시위를 이어간 끝에 학교 측과 면담이 되었습니다. 결국 ‘질긴 놈이 이긴다’는 진리가 실천으로 입증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