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부분의 한국 교회가 섬기는 “만들어진 예수”는 원시시대에 만들어진 소멸될 우상에 불과하다. 우리 사회에서 인간 형태를 입은 인격신론의 초자연적 하느님은 더 이상 설득력과 신뢰를 얻지 못하고 급속도로 죽어가고 있다. 예수가 육신을 입어 처녀 탄생의 기적을 통해 인류 역사에 들어 왔고 죽은 후에 하늘로 승천했다는 내세적인 믿음에 대해서 현대인들은 식상하고 그들의 의심은 극에 달했다. 또한 삼위일체라는 비상식적인 교리도 21세기 과학시대의 사회에서 전혀 통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죄인이라는 원죄론과 예수가 인간의 죄를 대신해서 십자가에서 죽은 대속적 구세주의 이미지와 하느님의 희생양의 구원의 피로 깨끗하게 되었다는 고대 이야기는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예수가 그런 사람이 아니었고, 오히려 세속적인 세상에 속해서 살고있는 인간의 삶 속에 동터온 새로운 의식과 새로운 인간성의 여명이었다면 어떨까? 그가 우리의 생존의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로부터 안전과 보호를 위해 만든 믿음체계의 전통적인 경계선을 허물어버린 참 사람이었고, 우리가 예전에는 알지 못했던 존재와 삶의 방식을 새롭게 포용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우리에게 주었고, 우리가 새로운 인간성의 참된 인간으로 변화할 수 있게 했다면 어떻게 될까? 만일 하느님이란 하늘 위에 있으면서 신자와 겁쟁이의 기도에 의해 조종되는 객체적인 존재가 아니라면 어떻게 될까? 만일 하느님이 안전을 제공하는 하늘 아버지로서 이분법적으로 협박과 호의, 보상과 징벌을 내려주고 우리가 어린아이처럼 유순하고 의존적이기를 바라는 존재가 아니라면 어떻게 될까? 만일 하느님이 우리가 심판대 앞에서 벌벌떨고 있는 것을 즐기는 옹졸한 신이 아니고, 우리가 교회에 다녀야만 거듭나는 것이고 그래야 구원받는다고 강요하는 몰상식한 신이 아니라면 어떻게 될까? 오늘 현대인들이 그런 신을 환영할까? 아니다! 현대인들은 그런 신을 가정과 사회에서 추방하고 죽였다.
유신론적 종교의 믿음체계를 초월하는 것은 인간적 성숙함으로 자라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생존의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를 막기 위해 만든 모든 교리적인 안전장치를 포기하는 것이다. 참 사람 예수를 따르던 사람들은 예수에게서 종교를 넘어선 새로운 인간성을 발견했으며, 그들은 예수가 자신의 생존에 목숨을 걸지 않았던 삶의 모습을 보았다. 예수의 삶은 끊임없이 내어주고 끊임없이 사랑하는 현실적인 삶이다. 기독교가 탄생하게된 동기는 예수의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이었다.
오늘날 한국 교회는 1세기의 성전종교가 비유대인들을 차별했듯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비기독교인과 타종교인을 불결한 이방인, 더러운 죄인, 사탄, 마귀로 규정하고 자신들을 그들과 분리하는 이기적이고 부족적인 안전 분리대를 높이 세웠다. 그러나 참 사람 예수는 새로운 인간성에 대한 비전을 살아내기 위해 그런 종교적 분리대를 넘어선 사람이었다. 예수의 산 경험에 따르면, 인간의 삶은 종교체제에 속박될 수 없으며, 참된 인간이 되기 위해서 먼저 두려움과 공포를 초월하고 자유롭게 되어야 하고, 나와 다른 사람을 차별하고 배척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초자연적인 하느님에게 수동적으로 의존하면 참된 인간이 될 수 없다. 예수의 하느님은 인간과 분리된 존재도 아니고, 믿어야만하는 상대적이고 객체적인 존재도 아니다. 예수는 하느님의 의미를 인식하는 첫 걸음으로 “네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누가 5:44), “너희를 미워하는 사람들에게 잘 해 주고 너희를 저주하는 사람들을 축복하고 너희를 모욕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라고 선언했다.(누가복음서 6:27-28)
원초적으로 최초의 신약성서 저자인 사도바울과 복음서 저자들이 성서를 기록한 목적은 예수의 신성을 믿기 위해서가 아니라, 참 사람 예수의 가르침과 그의 삶의 모습에서 새로운 인간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또한 기독교가 탄생한 동기도 인격신론의 초자연적인 신을 믿는 것이 아니라, 세속적인 세상 속에서 평범한 삶을 통해 참된 인간으로 사람답게 살기 위한 것이었다. 초대 교회가 혹독한 로마제국의 탄압을 견디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유신론적 종교를 넘어선 새로운 인간성의 체험이며, 성전종교의 낡은 교리적 경계선을 극복한 새로운 의식이었다. 초대 기독교인들은 역사적 예수의 정신으로부터 자기 생명을 내어주는 자기희생을 거쳐야 한다는 삶의 의미와 목적을 인식했다. 이기적인 욕심과 생존의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지 못하는한 새로운 의식과 새로운 인간성으로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역사적 예수는 이러한 참된 인간의 존재방식과 삶의 의미는 종교체제의 권위에 복종하는 인격신론적인 믿음보다 훨씬 더 소중하고, 더 큰 힘이 있다고 가르쳤다.
인간이 다른 인간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으로 자신의 가치를 정당화할 때, 나와 너의 모든 인간성은 언제나 손상된다. 예수는 남성과 여성을 분리하는 가부장적 경계선을 넘어서 여성들을 제자직으로 초청했다. 예수의 제자들은 스승의 정신에 따라서 남자와 여자, 종과 자유인의 구별이 없다고 성서에서 밝혔으며, 이것은 완고한 가부장제도와 노예제도의 세계에서 혁명적인 선언이었다(마가 16, 마태 28, 누가 24, 요한 20). 또한 예수는 가난하고 병들고 힘이 없어 버림받은 사람들과 동고동락하며 그들을 인도주의적으로 존중하고 포용했다. 예수는 문둥병자들의 썩은 살을 만지므로 그들의 존엄성을 존중했다(마태 8:2-3). 예수는 문등병자에게 말하기를 당신은 더럽지 않으며, 당신은 인간이라고 했다. 율법서에 따르면, 불결한 사람이 나를 만지면 내가 불결해진다. 그러나 예수는 혈루병을 앓는 여인이 자기 옷술에 손대는 것을 환영했다(마태 5:25-34). 예수는 간음하다 붙잡힌 여인과 그녀의 고발자들 사이에 섰다(요한 8:1-11). 예수는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어떤 범죄도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할 수 없으며 더군다나 죽일 수는 없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예수의 인간성이 억눌리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삶의 용기와 희망과 힘이 되었다. 또한 그 힘이 사람들을 그토록 자유하게 만들고, 새로운 생명을 주는 것이었기에 그들은 예수의 정신으로부터 새로운 하느님의 의미를 깨달아 알았다. 그들은 그 힘으로 인해서 종교체제가 높게 세워놓은 안전분리대 즉 이분법적 율법들과 전통들을 넘어서 자유하게 새로운 인간성을 살아내기 시작했다. 예수는 종교적 율법들마저도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고 거듭거듭 강조했다. 예수는 안식일조차도 인간의 삶을 규제하는 법칙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다만 안식일(현대 기독교인들이 지키는 일요일)은 우리의 인간성을 고양시켜 주는 한도 내에서만 그 가치가 있다. 안식일은 인간의 삶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 인간의 삶이 안식일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마태 2:27). 따라서 이것은 사람들이 만든 모든 종교적 교리, 전통 및 법칙에도 해당된다.
온전히 인간적인 사람은 인간의 삶을 속박하는 모든 것들, 즉 부족, 성별, 성적 본능, 종교, 유한성, 공포, 편견 등에 얽매이지 않는다. 우리는 이 모든 것에서 자유롭다(로마서 8:35-39). 이것이 사도바울이 깨달은 역사적 예수의 정신이며, 그의 그리스도 경험이며, 신약성서의 핵심이다. 그리스도라고 이해된 예수는 사람다운 삶의 요청이다. 따라서 그 요청은 새로운 인간성을 포용하라는 초청이며, 새로운 의식을 붙잡으라는 초청이고, 새로운 존재질서로 들어가라는 초청이며, 완전한 인간이 되라는 도전이다. 예수는 자신이 새로운 인간성을 완전히 살아내고 그 인간성을 자유하게 함으로써, 그를 따르던 사람들은 예수에게서 새로운 하느님의 의미를 깨달아 알게 되었다.
오늘날 교회 밖 세상에서 “종교 없는 사회,” “하느님 없는 기독교,” “교회 없는 사회”라는 담론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으며 일반인들에게 설득력이 있게 들린다. 초대 기독교인들이 예수의 인간성에서 새로운 하느님의 의미를 삶과 존재의 방식으로 경험하게 된 것처럼 현대인들은 예수의 신성을 억지로 믿기 보다는 예수의 인격 속에서 심층적인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그것을 살아내야 한다. 예수는 이분법적이고 차별적인 가치체제를 전복시키고, 비천한 자들을 높이고 권력에 의지하는 기회주의자들을 겸손하게 만들었다(누가 1:51). 예수는 한 시간 일한 사람들과 온종일 더위 속에서 일한 사람들의 공헌을 동등하게 처리했다(마태 20:1-16). 예수는 혼혈인이며 이단적인 사마리아인들이 곤궁에 빠진 사람들에게 동정을 베풀 때, 동정을 베풀지 않고 지나간 종교 지도자들보다 더 훌륭한 사람들이라고 선언했다(누각 10:29-37). 예수는 탕자나 버림받은 자들을 아무 조건 없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오도록 초청했다(눅가 15:11-, 14:12-24). 그는 한 마리의 잃은 양에게도 무리 전체만큼 큰 가치를 두었다(마태 18:12, 누가 15:4). 예수는 우리의 원수 및 우리의 편견과 멸시의 대상을 포용하기 위하여 인간성의 심층적인 의미를 확대시켰다(누가 17:16). 예수는 따르는 사람들에게 원수를 사랑하고(마태 5:43), 또한 원수들이 그들을 기꺼이 사랑하게 하라고 요청했다(누가 19:29-37). 예수는 인간성에 깊이 개입했고, 자기 자신의 존재를 의미심장하게 인식했으며, 자기 생명과 사랑을 아낌없이 조건없이 주었다. 따라서 예수를 따르던 사람들은 참 사람 예수의 정신으로부터 새로운 인간성을 경험하고, 자신들의 삶 속에서 새로운 인간성을 자율적이고 창조적으로 살아낼 수 있었다.
예수의 하느님은 인간이 만든 신조와 교리 속에 짜 넣은 믿음의 객체적 존재가 아니다. 예수는 선언하기를 그것들은 회칠한 무덤과 같으며 우상숭배라고 했다.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은 선택받았고 다른 모든 종교인들은 선택받지 못했다고 계속해서 거짓과 위선을 떨 수 없다. 하느님은 인간과 생명과 세상을 창조한 우상이 아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어버이도, 수호자도, 방어자도 아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명령대로 실행하거나, 또는 우리의 기도에 응답하지도 않는다. 하느님은 인간의 뇌작용으로 만들어진 언어일 뿐이다. 하느님은 인간의 작품이다. 인류사에서 각 부족들이 창작한 다양한 하느님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서 발전하거나 소멸했다. 인간이 생존의 안전장치로 만든 하느님은 더 이상 이분법적이고 차별적이고 제한된 경계선이 될 수 없으며, 인간을 간섭하고 조정하는 신적인 족쇄로써의 하느님은 제거되어야 한다. 따라서 참 사람 예수는 사람들이 전지전능한 하느님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하는 율법과 신조와 교리와 전통과 믿음체계는 철저히 폐기처분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예수의 하느님의 의미는 부족적-차별적-우월적-이분법적-인격적인 존재가 아니라, 경계 넘어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의 방식이다.
예수가 그의 제자들에게 온 세계로 나아가라고 위임했다(마태 28:16-20)는 성서기록의 의미는, 국가와 민족과 종교의 경계 넘어 나아가야 한다는 요청이다. 결국 그들은 참 사람 예수의 인간성을 본받아서 자신들의 인간적 한계와 경계 그리고 생존의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를 넘어서서, 조건없는 사랑과 장벽을 초월하는 용서를 선포하게 되었다. 예수가 가르치고 보여준 경계 넘어 무한한 사랑은 모든 인간 동료, 모든 생물종, 자연, 우주세계를 포함한다. 우주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개체들은 서로에게 타자가 아니다. 우주는 상호의존관계의 생명의 망을 이루는 한 몸이다. 종교에서 말하는 하느님도 인간과 분리된 타자적인 존재가 아니다. 경계선 없는 생명과 삶의 관계 그 자체가 하느님이다.
원초적으로 기독교가 탄생하게된 원동력은 예수의 신성이 아니었다. 기독교는 인격신론의 유신론적 교리와 그것에 대한 믿음에서 탄생하지 않았다. 기독교의 핵심은 하늘에서 내려온 초자연적인 하느님 예수에 대한 수동적인 믿음이 아니라, 참 사람 예수의 인간성이다. 기독교인들은 예수의 인간성을 닮고 살아내는 사람들이다. 오늘날 교회는 참 사람 예수의 인간성을 거부하거나 무시하고 추악한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더 이상 교회는 사람들의 인간성을 모독하고 손상시키고 억압하고 노예화하고 폄하하는 만생을 중단해야 하고, 그 대신 이 세계를 모든 사람들이 살기 좋은 곳으로 개혁하고, 사람들의 다양함을 존중하고 차이점들을 조화시키며, 경계 없는 인간성을 선포해야 한다.
2천 년 전 팔레스타인 지역에 등장한 예수는 새로운 인간성의 모범이 되었다. 예수의 이야기를 전해 주는 성서에 대해서 현대 기독교인들은 원초적으로 그가 누구이고 또한 그가 무슨 일과 무슨 말을 했는지에 대해 솔직하게 이성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오늘 현대인들이 읽는 성서는 예수의 전승들이 수세기 동안 변형되어온 사본들의 모음집이기 때문에 성서비평 작업이 필수적이다. 성서비평을 통해서 성서를 신중하게 읽으면 예수는 사람들을 종교적으로 만들려고 하지 않았으며, 의롭고 도덕적으로 또는 정통적으로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 기독교인들은 참 사람 예수의 인격 안에서 자신들의 새로운 인간성과 한계를 초월한 새로운 의식을 발견해야 한다. 하늘 너머에서 기적을 일으키는 인격신론의 초자연적인 신은 없다. 오직 예수의 인간성에서 발견한 우리의 새로운 인간성에 내재하는 생명의 근원, 사랑의 근원 및 존재의 근원인 하느님을 살아내야 한다.
[필자: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더 읽을 책>
***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책 제목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
리차드 루벤슈타인. 예수는 어떻게 하나님이 되셨는가. 한국기독교연구소,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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