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세기 동안 사람들의 인식을 새롭게 일깨운 역사적인 인물들이 있다. 이들은 인류의 밝은 미래를 위하여 유신론적 하느님이 설득력과 효력을 잃고 할 일이 없어 무용지물이 되게 한 위대한 과업을 수행했다. 이들 덕분에 오늘날 사람들의 의식 속에 깨달음의 인간이 믿는 하느님 보다 더 소중하고, 참된 인간성(人間性)이 절실히 필요하며 거룩한 신성(神性)은 떠나 보내야 한다는 인식이 확장되었다. 결국 전통적인 종교의 유신론적 하느님은 힘을 잃고 죽어갔으며 어쩌면 이미 죽었다. 현대 기독교인들은 이 하느님이 어떻게 죽어갔는지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유신론적 하느님이 다시 만들어지면 인류 전체에 큰 해가 되기 때문이다.
세계를 장악하고 통제하던 유신론적 하느님의 설득력과 효력이 쇠퇴하기 시작한 결정적인 동기는 코페루니쿠스(1473-1543)와 갈릴레오(1564-1642)가 천동설(움직이지 않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을 폐기하고 지동설(지구는 태양의 주위를 돈다)을 발표한 것이다. 이후부터 교회의 삼층 세계관적 우주론은 심하게 흔들렸으며, 유신론적 하느님의 죽음이 시작되었다. 더욱이 생명과 하느님과 지구에 대해서 이전과 똑같을 수 없게 된 혁명적인 동기는 찰스 다윈(1809-1882)의 진화론이었다. 지구의 생명들이 자유로운 선택에 따라서 변형해왔다는 다윈의 진화론은 계속해서 발전하여 이제는 지구의 생명체들을 넘어서 138억 년 전 빅뱅 이후 우주는 계속해서 팽창하고 있다는 우주 진화론을 생각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 유신론적 하느님의 죽음이 가속화되었다. 우주진화 이야기에 따르면 이 세상 이외에 다른 세상은 없으며, 즉 세계는 오직 하나이며, 우주는 초자연적인 유신론적 하느님이 미리 설계한대로 더 이상 변하지 않는 완성품으로 고정시킨 것이 아니다. 따라서 우주는 138억 년 동안 계속해서 팽창하고 진화해왔듯이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예측할 수 없는 변화가 계속될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것을 우주의 불확실성이라고 한다.
오늘날 기독교인들이 필수적으로 이해해야 할 근대사의 사상가들이 있다. 이들은 인간성을 폄하하는 유신론적 하느님의 죽음을 예언한 사람들이다. 첫째로, 현대 종교학의 창시자인 데이빗 흄(David Hume, 1711-1776)은 자신의 저서 <인간의 본성에 관한 논고>에서 “영원한 자아 혹은 영원한 인격적 정체성에 대한 개념은 상상이 만들어낸 허구”라고 결론지었다. 흄은 유신론이 종교의 본래적인 모습도 아니고 가장 지고의 형태도 아니라고 밝혔으며, 종교는 인간의 무지에서 시작되어, 두려움으로 인해 동기가 유발되고, 원인을 알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상상을 투사함으로써 작동한다고 말했다. 흄 자신은 유신론자도 무신론자도 아니었다. 그는 결코 종교 자체를 부인하지 않았고, 오히려 참된 종교가 무엇인지를 밝히려고 했다. 즉 참된 종교는 외부적인 절대성을 인정치 않으며, 신성한 의식에 대한 참여를 거부하고, 미래의 상벌에 대한 인식을 주장하지 않으며, 사람들로 하여금 모든 진리의 주장을 합리적 탐구에 넘겨줌으로써 영속적인 불확실성을 지니고 살아가도록 하는 종교이다. [참고: David Hume, A Treaties on Human Nature, On Religion]
둘째로, 새로운 종교의 시대를 예언한 인물이 있다. 루드비히 포이에르바하(Ludwig Feuerback,1804-1872)는 마르크스, 킬케골, 니체, 프로이드, 부버, 하이데거와 같은 핵심적인 사상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그는 기독교 정통주의 옹호자들로부터 너무 값싸게 취급되었다. 따라서 19세기 후반에는 잊혀진 인물이었다가 20세기에 와서야 다시 평가되기 시작했다. 포이에르바하는 ‘과거의 세계는 머리 위에 몸을 두었지만, 새로운 세계는 몸 위에 머리를 둔다. 과거의 세계는 영을 물질의 근본으로 하였지만, 새로운 세계는 물질을 영의 근본으로 한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하느님이 인간에서 나온 것이지, 인간이 하느님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이란 인간이 되고 싶은 무엇이다. 하느님이란 참된 존재로 인식된 인간자신의 본질이며 목표이다. 인간의 신성화가 아니고, 하느님의 인간화 곧 유신론적 신학이 무신론적 인간학으로 변혁되어야 한다. 포이에르바하는 인간의 영과 정신을, 그리고 인간의 정신과 뇌의 작용을 연관시켰다. 그는 ‘뇌의 작용이 깊이 감추어져 인식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뇌의 작용을 육체로부터 완전히 분리된 것, 즉 유기적 체계를 갖지 않는 추상적 존재로서 영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만일 정신 또는 영이 뇌라는 육체적인 기관에 의존하며, 육체적 몸과 분리해서 작용할 수 없는 것이라면, 정신 또는 영은 자연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논증할 수 있다. 포이에르바하는 정신은 인간의 지고하면서도 가장 고상한 면으로서 개념, 사상, 학문, 철학, 종교, 유신론, 하느님 등을 만드는 것이다. 즉 이 모든 것들은 인간들이 만든 작품들이다. 그는 종교와 하느님은 인간의 자의식의 표현이라고 밝혔다.[참고: Feuerbach, The Essence of Christianity, Principles of the Philosophy of the Future]
지난 1700년동안 기독교는 로마제국의 통치방식을 답습하여 유신론적 하느님의 이름으로 세계를 정복하고 비기독교인들을 탄압하고 잔인하게 착취했다. 더욱 불행한 일은 유신론적 기독교 신학은 내세지향적인 망상에 빠져서 역사적 예수가 가르쳤던 현세의 참된 인간성을 무시하고, 오직 하늘 위의 하느님의 영광과 은총을 위해 인간의 존엄성을 박탈하고, 교회의 권위에 복종하고, 교회가 만든 정치적이고 상업적인 교리를 무조건 믿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독교 제국시대에 교회의 유신론적 신학과 신앙이 잘못된 것을 경고한 흄과 포이에르바하는 기독교인들에게 현세적인 참된 종교를 탐구하고, 세계를 통제하고 조정하던 유신론적 신학에서 무신론적 인간학으로 방향을 전환하라고 도전한 것이다.
2-3세기 전에 기독교는 유신론적 하느님에서 참된 인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도전한 흄과 포이에르바하가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진화과학자들이 발견한 공개적 계시들을 소개한다. 즉 지난 수세기 동안 계속되어온 유신론적 하느님의 죽음을 가속화한 공개적인 계시(Public Revelation)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솔직하게 밝히고, 인간의 자의식이 어떻게 등장했고 앞으로 어떻게 진화해 갈 것인지에 대해 밝혔다. 진화과학이 발견한 공개적 계시는 뇌과학(腦科學, Brain Science)과 진화심리학(進化心理學, Evolutionary Psychology)이다. [참고: 필자는 이미 캐나다 캘거리에 소재하는 CN드림 신문의 인터넷(2018년 9월23일, 30일)에 연재칼럼으로 뇌과학과 진화심리학에 대해 소개했다.]
현대과학이 발견한 우주 이야기에 따르면, 인간과 생명체들과 자연과 하느님이 등장하기 훨씬 전, 138억 년 전에 우주세계가 우연히 자율적으로 출현했으며, 45억 년 전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탄생했다. 260만 년 전 최초의 인간 생물종이 출현하여 오랜 세월의 진화과정을 거쳐 20만 년 전 자의식을 지닌 현대 호모싸피엔스 인간이 등장했다. 인간은 태초로부터 영원히 자의식의 충격과 히스테리를 떨쳐 버릴 수 없는 특이한 생물종이다. 근본주의자 기독교인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유신론적 하느님은 138억 년 우주역사에서 겨우 5-6천 년 전에 인간의 자의식으로 작용한 인간뇌에서 만들어졌다. 따라서 인간이 먼저 있었고, 유신론과 하느님은 나중에 왔다. 주목해야 할 것은, 고대 인간은 자의식으로부터 느끼는 죽음과 생존과 무의미의 공포와 두려움을 완하시키는 방식으로 유신론적 하느님을 만들기 보다는 다른 방식을 찾았어야 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코페루니쿠스와 갈릴레오와 다윈과 흄과 포이에르바하같은 사상가들과 진화과학의 공개적 계시 덕분에 과거의 유신론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뇌과학과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이 만들었던 무용지물이 된 유신론적인 초자연적 하느님을 대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오늘날 인간의 뇌(Brain)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가 전문적인 수준으로 높아졌다. 뇌과학과 뇌심리학에 대한 정보를 예전에는 대학도서관에서만 읽을 수 있었는 데 요즈음 일반서점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과거에 전문학자들의 영역이었던 인간의 뇌에 대한 정보들이 지금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널리 알려지고 있다. 뇌는 인간의 몸과 마음을 전체적으로 통괄하면서 인간이 느끼고 생각하고 보고 행동하는 것들을 통제하는 중추역할을 한다. 인간뇌는 인간의 본성이고 정체성이다. 즉 뇌는 인간의 마음-정신-이성-영혼과 분리할 수 없는 본성이다. ‘인간의 뇌작용과 분리된 외부적인 것들은 거짓이며 허상이다.’ ‘인간의 건강은 뇌의 건강에 달려있다.’ ‘뇌의 작용이 중단하면 인간의 존재는 아무 것도 아니다.’ ‘뇌가 우주이다.’ ‘뇌와 분리된 영혼과 하느님과 세계는 없다.’ 라는 말들이 더 이상 생소하게 들리지 않는다. 다시 말해, 자의식의 인간뇌가 하느님과 유신론과 종교를 만든 세계의 창조자이고, 우주의 발견자이고, 우주세계이다. 하느님과 종교와 인간의 세계와 우주세계는 인간의 뇌 속에서 그려진 그림들이다. 이 과학적인 사실은 21세기의 인간의 삶의 모든 영역의 기초가 된다. 오늘날 상식적인 사람들은 인식하기를 첨단과학 시대에 삼층 세계관의 창조론 즉 초자연적인 하느님이 인간과 생명체들과 자연을 완성품으로 창조했다고 믿는 것은 망상이라고 한다. 따라서 인간이 만든 유신론이 죽어가고 있거나 이미 죽은 원인이 여기에 있다.
진화과학의 뇌과학과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본성에 대해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유신론적 종교들의 믿음체계들은 인간의 본성을 밝히는 현대과학을 무시하거나 부인하고, 사람들을 종교적 권위와 초자연적인 하느님에게 절대 복종시키면서 인간의 존엄성을 박탈하고 하찮은 존재로 폄하시킨다. 이제 현대인들은 뇌과학과 진화심리학 덕분에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 인간은 초자연적인 하느님 없이도 선할 수 있고, 참된 인간으로 사람답게 살 수 있다. 인간은 원초적으로 자율성과 창조성과 가능성과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하느님이란 인간이 보다 성숙하고 자유하고 너그럽고 정의로운 존재가 되는 길(道)이고, 삶을 드러내는 현실적인 실제(Reality)이다. 즉 하느님은 믿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살아내는 삶의 방식이고, 우주적인 진리의 표현이다.
138억 년 우주진화 이야기를 인식한 뇌과학과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태초에 인간은 완성품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인간의 뇌는 과거 어느 시점에 더 이상 변하지 않는 완성품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다. 즉 초자연적인 신이 변하지 않는 영구한 뇌를 창조하지 않았다. 인간의 뇌는 인간이 우연히 자연적으로 출현한 이래 끊임없이 진화해왔으며, 미래에 인간 생물종이 존재하는 한 계속될 것이다. 이것이 기독교 성서에서 창조주 하느님이 아담과 이브를 창조했다는 은유적인 창조 이야기의 새로운 의미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원초적으로 인간의 조상은 바다의 물고기였으며, 물고기가 진화하여 육상으로 올라와 동물이 되었고, 동물이 진화하여 원시 인간이 출현했다. 따라서 인간의 뇌는 물고기의 단순한 뇌에서 유래되어 원시적인 본능의 파충류뇌와 모성애의 본능을 지닌 고포유류와 신포유류의 뇌 그리고 가장 뒤늦게 호모싸피엔스 현생인류의 대뇌 (피질)로 진화되었다. 다시 말해, 뇌는 인간의 본성이다. 뇌에서 인간은 세계의 큰 그림을 그리고 만들었으며, 우주진화 역사를 인식했다. 한마디로 말해서 인간의 뇌는 우주이다.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마음(심리)을 진화론적 시각에서 이해하려는 학문이다. 특히,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뇌가 많은 기능적 매커니즘을 포함한다고 강조하는데, 이 매커니즘들은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된 심리학적 적응 혹은 진화된 심리학적 기계작용 즉 진화한 심리기제(機制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작용이나 원리)라고 불린다. 대표적인 사례는 시각, 청각, 기억, 운동 제어 등이다. 진화심리학은 네 가지의 핵심적인 질문들을 제기한다: (1) 왜 마음은 이렇게 진화되었을까? 즉, 사람의 마음은 어떤 원인결과 과정을 통해 현재의 형태로 만들어지거나 빚어졌는가? (2) 어떻게 사람의 마음이 진화되었는가? 즉, 그 기제나 구성 요소는 어떤 것이며, 그것들은 어떻게 조직되었는가? (3) 구성요소들의 기능과 조직 구조는 무엇인가? 즉, 마음은 어떤 일을 하도록 진화되었는가? (4) 현재 환경의 입력은 사람 마음의 진화와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관찰 가능한 행동을 낳는가? 결국,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본성인 자의식 즉 인간의 자율성, 창조성, 잠재력, 그리고 가능성에 대한 학문이다. 다시 말해, 인간은 외부의 초자연적인 힘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유신론적 하느님이 무용지물이 된 21세기에 전통적인 종교의 믿음체계는 뇌과학과 진화심리학의 시각에서 자신들의 전통과 신앙이 과거에 무엇때문에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리고 오늘날 왜 죽었는지에 대해 솔직하게 이해해야 한다. 그러면 부족적인 종교의 사적인 계시(Personal Revelation)에 머물지 않고, 인간의 한계성과 죽음과 생존의 두려움과 이기적인 욕심과 무의미함에서 벗어날 수 있고, 자유하게 의미있게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인간은 지금도 진화하고 있으며,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모든 신체적 부위들도 진화하고 있다. 특히 인간의 뇌는 수억 년 동안 진화해왔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진화할 것이다. 그 진화가 어디까지 진행될지 아무도 모른다. 따라서 인간 생물종이 살아있는 한 인간의 의미와 하느님의 의미와 세계의 의미는 지금까지 계속되어 왔듯이 앞으로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할 것이다.
인간의 본성을 정직하게 밝혀주는 진화과학의 뇌과학과 진화심리학은 입증하기를 인간성은 인간의 소중한 정체성이며 신성은 인간이 생존을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부수적인 수단이다. 따라서 참된 인간성이 거룩한 신성 보다 더욱 진실하고 절실히 필요하다. 21세기에 유신론적 하느님의 죽음은 자연적이고 필연적이다. 미래의 인류사회에서 더 이상 부족적인 유신론적 하느님은 필요없다. 그대신 무신론적인 자유하고 통합적이고 우주적인 진리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믿는 하느님 보다 깨달음의 참된 인간이 절실히 필요하다.결론적으로 뇌과학과 진화심리학은 전통적인 종교의 유신론적 하느님의 죽음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예수를 따르는 기독교의 핵심은 유신론적 신학이 아니라 진화과학에 기초한 무신론적 인간학이다.
[필자: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