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사태 접근법과 한국언론의 문제점 퍼온 글

by 통일둥이 posted Aug 10, 2019 Views 1730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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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외교관과 홍콩 시위대 핵심 관계자의 밀월 사진이 폭로되었네요. 그와 관련한 단상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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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수 <reltih@naver.com> 19.08.09 13:06 주소추가수신차단

안녕하세요. 임승수입니다.

 

이런 뉴스가 보도되었네요.

 

외교관 홍콩 시위대 접촉 사진 일파만파(종합)

https://news.v.daum.net/v/20190809073833039

 

이 뉴스와 관련해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라서 손 가는대로 적어 페이스북에 공유했는데요.

 

그 내용을 메일로도 공유합니다. 아래에 옮깁니다. (페이스북 글인데, 경어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해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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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외교관과 홍콩 시위대 핵심 관계자와의 밀월을 찍은 사진이 공개되어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나는 베네수엘라 혁명을 연구하고 <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라는 책을 쓰면서 미국이 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에 얼마나 막강한 세뇌 공작을 하고 있는지 절감했다.

 

솔직히 우리나라 언론이 전하는 국제뉴스는 조중동, 한겨레,경향을 막론하고 서방측 뉴스 번역해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솔직히 베네수엘라나 중남미 소식을 전하려면 그 지역의 언론사를 인용보도하는 것이 더 적절함에도 불구하고 미국 언론이 전하는 베네수엘라와 중남미 뉴스를 인용 보도한다.

 

외국에서 우리나라 소식을 조선일보로만 접한다고 생각해보라. 얼마나 섬뜩한가? 그런 상황이라 이해하면 된다. 그래서 국제면 뉴스는 조중동과 한겨레 경향의 논조 차이가 국내뉴스에 비해 그리 크지 않다. 그들 모두 미국이나 서방 측 뉴스로 전 세계의 소식을 접하기 때문이다.

 

홍콩 사태 역시 동일하다. 기본적으로 서방 측 뉴스를 인용하는 방식으로 홍콩 사태를 보여주고 곁다리로 살짝 중국 측 뉴스를 언급하는 정도다. 서방 측 언론이 '저 새끼 나쁜 놈'하면 우선은 그 새끼를 꼬롬한 시선으로 보게 된다.

 

내가 2006년에 <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를 출간하고 얼마 되지 않아 있었던 일이다. 당시 이 책의 출간이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에 대서특필되었다. 그래서인지 갑자기 주 베네수엘라 한국 대사관의 외교관이었던 사람에게 연락이 왔다. 보고 싶다는 거다. 만났더니 고기랑 술 사줘서 맛있게 얻어 먹으며 얘기를 나눴다. 꽤 나이가 든 사람이었는데 왜 나를 보자고 했는지 정확한 이유는 지금도 알 수 없다. 한 번 더 만나서 기자들 있는 자리에서 이벤트 비슷한 걸 하자고 얘기하던데 그 뒤로 따로 연락이 없었으니....

 

다만 그 외교관이 같이 고기 먹고 소주 들이키며 넌지시 나에게 던진 얘기는 10여년이 지난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차베스 정부에 대해서 매우 비판적인 얘기를 하더니 베네수엘라의 새로운 지도자로 바두엘을 주목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거다. 외교관들은 대부분 매우 우익적인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어서 차베스에 대해 비판적인 얘기를 하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았다. 그런데 뜬금없이 바두엘 얘기를 해서 좀 놀랐다. 왜냐면 바두엘은 차베스와 같이 좌익 쿠데타를 시도했던 혁명동지이기 때문이다.

 

뭔가 느낌이 쌔했다. 그래서 내가 그 자리에서 "바두엘이 배신했구나"라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더니 더 이상 그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더라. 놀랍게도 그 뒤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외신을 통해 바두엘이 배신하고 반대파에 붙었다는 기사가 나더라. 내가 그 외교관에게 그런 얘기를 들은 시점은 관련 기사가 나오기 한참 전이었으니, 아마도 이 외교관은 베네수엘라 및 중남미 외교가에서 미국 및 서방 외교관과 교류하면서 바두엘이 혁명 정부를 배신하고 미국측과 모종의 협력관계에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술자리에서 나에게도 그런 분위기를 넌지시 전하려다가 나의 반응을 듣고는 더 이상 관련 얘기를 하지 않은 것 같다.

 

외교란 그런 것이다. 허가받은 간첩이 바로 외교관이다. 술기운이 올라오자 그 외교관이 당시 30대 초반인 나에게 "자네는 정말 머리가 잘 돌아가는구만"이라고 얘기한 기억이 난다. 아마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느낀 점, 그리고 바두엘 얘기 한마디에서 그런 반응이 튀어나와 놀란 것이 이유가 아닐까 싶다.

 

어렵겠지만 최소한 한겨레나 경향만이라도 국제뉴스의 소스를 다변화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어려운 작업이다. 하지만 국내 반도체 산업이 일본에 소재 대부분을 의존했다가 벌어지는 작금의 상황을 보라. 최소한 중남미 소식을 전할 때는 Telesur 영어판이라도 확인해보면 좋겠다. 우리가 조선일보만 보고 저새끼 나쁜 놈이라고 같이 손가락질 하는 외국인 꼴이라면 얼마나 한심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