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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문

목회기도

5월 3일 목회기도

by 김창희 posted May 04, 2020 Views 1006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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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0-05-03

하나님, 5월이 열렸습니다. 햇살이 퍽 따뜻합니다. 코로나도 조금씩 잡혀가고, 국내 거주 확진자는 이제 거의 0에 수렴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희 몸과 마음의 주름살도 그 만큼씩 펴지고 있습니다. 일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공동체를 위해 헌신한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들의 손을 빌려 한국사회에 함께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저희가 회집하지 못하고 뜻밖에 인터넷을 이용해 예배를 드린 것도 이제 꼬박 두 달이 넘었습니다. 다음 주부터는 그리운 향린 교우들의 얼굴을 직접 대하고 이 예배실에서 예배를 드릴 작정입니다. 비록 모두 함께 모이지 못하고 몇 그룹씩 돌아가며 드리는 예배지만 향린의 교우들이 함께 소통하며 제단을 쌓는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하나님, 그것도 감사합니다.

 

저희는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코로나 사태 전과 후가 같지 않으리라는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닙니다. 이제는 투명한 정보 공개, 성숙한 시민의식, 세계적 차원의 연대, 그리고 무엇보다도 신뢰의 가치에 대한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세계인들이 무수히 많은 목숨과 엄청난 재산을 값으로 치르고 배운 교훈입니다. 하나님, 앞으로 저희가 이런 교훈들을 당신의 뜻 안에서 되새기며 체화해 가게 하옵소서.

 

그런데, 하나님, 정말 세상이 그렇게 바뀌겠습니까? 세월이 가면 변덕스런 봄바람이 멎고 밝고 따뜻한 5월의 태양이 뜨듯 그렇게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마음과 살림살이와 생활도 바뀌는 것일까요?

 

이 세상은 여전히 아무 죄 없이 고통당하는 사람들이 도처에 있습니다. 코로나로 일터와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한숨이 세상에 가득 차 있고, 공사장의 화재로 아예 목숨을 잃은 비정규직 또는 일용직 또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비명이 귀에 쟁쟁합니다. 저희는 이틀 전 노동절을 그런 절규와 비탄 속에 보냈습니다. 평소엔 투명인간처럼 살다가 화마 속 삶의 마지막 고빗길에서 쓰러져야만 모습이 보이고, 단발마의 비명을 질러야만 목소리가 들리는 사람들입니다. 고 노회찬 의원은 이들을 가리켜 새벽 4, 6411번 버스를 타는 사람들이라고 말했습니다.

 

하나님, 예수께서는 이 투명인간과 같은 사람들의 고통이 자신이나 부모의 죄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함이라 하셨지만 그 말씀으로 저희의 비탄이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저희가 살면서 치러야 하는 고통의 양이 있는 것일까요? 위로의 하나님, 저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깊은 절망과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이 세상의 가장 힘든 이들과 함께 하옵소서.

 

하나님, 저희는 지금 부활절 이후의 절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께서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의 식탁에서 축사하시고 떡을 떼실 때에 그들이 눈이 밝아지고 자기들 마음이 뜨거워졌음을 깨달았듯이 저희도 이제 부활하신 당신의 권능 속에 마음이 뜨거워져 이 세상으로 나아가게 하옵소서. 저희끼리는 유무상통하며, 세상을 향하여는 담대하게 외치는 소리가 되게 하옵소서. 그리고 투명인간처럼 가장 어려운 이들의 외침에 더욱 귀를 기울이게 하옵소서.

 

하나님, 저희가 코로나 위기를 적절히 넘겼다고는 하지만 향린이 과연 이런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서 무슨 역할을 했는지를 생각하면 참으로 면구스럽습니다. 저희가 허둥지둥 바이러스의 침입을 피해 갈 생각만 했지, 이로 말미암아 더욱 어려워지는 사람들의 처지를 헤아리고 그들과 함께 할 생각까지는 미처 못했음을 고백합니다. 이제 지나간 몇 달의 일들을 되돌아보며 당신께서 주시는 선교의 사명(Missio Dei)을 실천하는 가운데 부족한 것들을 더욱 열심히 채워나가겠습니다. 우리가 어려울수록 더욱 남의 어려움을 생각하고, 우리가 경황이 없을수록 사회안전망 밖의 사람들을 먼저 떠올리게 하옵소서.

 

코로나를 주시고 다시 코로나 이후의 세상도 주신 하나님, 노아에게 홍수도 주셨지만 홍수 이후의 세상도 주시면서 언약의 징표로 무지개를 주셨던 것처럼 이제 저희에겐 무엇을 징표로 주시겠습니까? 이제 저희의 입을 닫습니다. 코로나 이후에 저희의 할 바를 가르쳐 주옵소서.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저희가 다시 만남과 어울림과 사귐을 예비하는 가운데 당신의 뜻을 기다립니다.

 

(침묵)

 

새 하늘 새 땅을 기다리며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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