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기도

2020년 7월 5일 목회기도

by 김창희 posted Jul 05, 2020 Views 1133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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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0-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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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세상에 신음 소리가 가득합니다. 그 소리가 들리지 않으십니까? 저희는 이 코로나 감염증으로 인한 고통이 인간의 탐욕에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욥에게 그러하셨던 것처럼 하나님의 뜻하신 바가 있어 저희가 감내해야 하는 역병인지 그 원인조차 알지 못합니다. 나아가 이 역병에서 빠져나가는 출구도 알지 못합니다. 한국 사회는 한때 지구상에서 가장 모범적인 코로나 대처국가로 꼽히기도 했지만 이젠 속수무책으로 n차 감염이라는, 전대미문의 고통의 악순환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습니다. 도대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도록 무한반복이 계속되고, 개인의 삶들이 파편화되며, 모든 규칙이 깨지는 이 캄캄한 터널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요? 이 고통의 고갯길을 어느 만큼 넘어가면 끝이 날지 감이라도 잡을 수 있다면 인내의 계획이라도 세우겠건만 이 심란한 시절은 도무지 그 끝을 알 수 없습니다.

 

하나님, 이렇게 저희의 고통은 하루하루 더해 가고 자포자기의 심정은 그만큼씩 스멀스멀 커져가고 있습니다. 그 고통과 자포자기의 틈새를 비집고 악마가 머리를 내밀며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인생 뭐 별 거 있냐? 하루하루를 즐겨! 너의 고통은 이 세상의 아무도 대신 해 줄 수 없어! 하나님이 정말 있다면 네가 무엇을 하든 보호해 줄 거야!’ 이렇게 속삭입니다.

 

, 하나님,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이 이토록 무력하게 느껴지는 때가 과연 있었을까요? 70년 전 한국전쟁 때 그랬을까요? 저희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길을 알지 못합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코로나 사태의 와중에 교회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과연 있기나 할까요? 저희는 최소한으로나마 회집해 친교하며 하나님의 선교를 실천한다고 하지만 그것조차 이제 코로나의 숙주가 되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될 뿐입니다. 이 세상을 하나님 나라를 미리 맛보는 장소로 만드는 일은 이제 언택트(Untact)’라고 하는 비대면비접촉의 사회에서 언감생심,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 세상이 교회를 버린 것일까요? 교회가 세상에서 떠나버린 것일까요? 질문하는 것조차 고통스럽습니다.

 

하나님, 그런 와중에 저희는 교회를 새로 짓습니다. 그 심정이 아주 허탄합니다. 교회가 사회의 공적으로 몰리고 있는 세상에서 새 예배당을 짓는 저희의 심정은 정말 안타깝습니다. 교회를 불온시하고 사갈시하는 이 세상에서 그것이 죽은 공간이 아니라 산 공간, 이 고통스런 세상에 생명의 온기를 불어넣는 공간이 될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 새 예배당이 당신께서 가르친 산 제사를 드리는 장소가 되기를 저희는 간구합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길을 저희에게 가르쳐 주옵소서. 이제 저희는 당신께 그 길을 간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다시금 정돈되는 세상은 저희가 그 때와 방법을 결정할 수가 없는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코로나가 오는 것도 당신의 뜻 안에서 이뤄지는 일이고, 코로나가 지나가고 뉴 노멀이라는 새 질서가 오는 것도 오직 당신의 뜻 안에서 이뤄지는 일임을 저희가 이제 깨달았음을 고백합니다. 그러니 이제 새 예배당이 코로나 이후의 새 질서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도 당신께서 가르쳐 주시지 않으면 저희로서는 찾아 알 길이 없음도 고백합니다. 저희에게 가르쳐 주옵소서. 저희가 열심히 당신의 뜻을 구하고 찾겠습니다.

 

천지만물을 지으시고 오늘도 그 운행을 주관하시는 하나님, 그리고 하나님 지으신 세상에서 안타까운 심정으로 주님의 질서를 회복하고자 간구하는 저희의 심정을 아시는 하나님, 저희로 하여금 저희의 한계를 깨닫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저희가 당신의 가르치시는 바에 따라 소박한 삶을 살도록, 세상과 더불어 사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희의 공동체도 당신께서 주시는 새로운 선교의 사명을 저희의 마음에 담아 새로운 지표로 삼겠습니다. 오늘 예배가 그런 새로운 삶을 찾아 나아가는 결단의 자리가 되게 하옵소서.

 

이제 저희의 입을 닫고 마음을 비웁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과거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저희의 빈 마음에 오셔서 그 자리를 당신의 말씀으로 채워 주옵소서.

 

(침묵)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