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서를 신중하게 읽으면 참 사람 예수가 무엇에 대해서 가장 철저하게 반대했는지 인식할 수 있다. 그것은 예수의 정신에 정반대되는 두 가지의 신학이다. 하나는 사람들을 이분법적이고 부족적인 기준으로 깨끗한 사람(구원받은 유대인)과 더러운 사람(징벌받은 이방인)으로 차별하는 유대교 성전 신학과 권력과 부를 보호하기 위해 사람들을 제국시민과 식민지인으로 차별하고, 식민지인들을 잔혹하게 탄압하고 착취하는 폭력적인 로마제국 신학이다. 고대 신학의 공통점은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성스러움을 하찮게 여긴다. 2천 년이 지난 오늘날 여전히 이 낡고 추악한 신학이 낳은 불량 믿음이 종교와 정치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사회와 국가를 어지럽히고 있다. 현대 기독교인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예수는 목숨을 내걸고 몰상식하고 비인륜적인 종교체제와 정치제도에 강력하게 항거했다. 예수는 지금 여기 이 땅 위에 모든 사람들을 온전한 인간으로 평등하게 존중하는 사회 그리고 그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나라를 건설하자고 가르쳤다. 따라서 예수의 목회현장은 거룩한 성전과 수도원이 아니라 민중들의 삶의 터전인 시장과 생선비린내가 물신거리는 바닷가와 목자들이 일하는 들판과 산이었다. 예수는 인간과 생명은 하느님과 성전과 제국의 황제 보다 훨씬 더 소중하다고 선언했다. 예수는 죽은 후 내세의 영생은 관념적인 망상일뿐이고, 지금 여기 현세의 순간순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가르쳤으며 그것을 자신이 몸소 살아냈다. 예수는 자신이 하늘에서 내려온 하느님이며, 자신을 하느님으로 믿어야 구원받는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특히 성서를 읽을 때 주목해야 할 것은 예수에게 붙여진 호칭들은 예수가 극렬하게 반대했던 종교체제와 로마제국에서 사용하는 괴상한 호칭들이다. 예수가 탄생하기 전부터 세계를 정복하고 잔혹하게 통제하던 로마제국 황제는 백성들이 자신을 하느님, 구세주, 하느님의 아들, 주님, 메시아, 평화의 왕으로 호칭하고 절대 복종하도록 명령했다. 또한 황제는 자신의 호칭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잔혹하게 처형했다. 누구라도 황제 전용의 호칭을 사용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고 무모한 짓이었다. 그런데 성서에 등장하는 예수의 모든 호칭들은 당시에 황제만이 사용할 수 있는 야만적이고 비인륜적인 호칭들이다. 누가 왜 무엇때문에 예수에게 이렇게 대단히 위험한 일을 벌렸는가? 현대 기독교인들은 예수에게 잔인한 폭력자 황제의 전용호칭을 부르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근대사에서 민주주의가 싹트면서 전 세계의 많은 나라들은 왕 또는 황제가 국민들 위에 군림하는 전제군주제를 폐지했다. 캐나다에서도 영국의 왕실제도에서 완전히 독립하자는 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동서양를 막론하고 고대사회에서는 왕이나 황제는 하늘이 내린 권위로 믿었고 심지어는 그들을 신(神)으로까지 숭상했다. 신약성서의 복음서들이 기록되기 이전에 진짜 바울(급진적인 바울)은 자신의 7개의 편지들(로마서, 고린도전후서, 데살로니가전서, 갈라디아서, 빌립보서, 빌레몬서)에서 인간의 평등성을 말살하고 있는 로마제국의 제국신학에 항거하기 위하여 예수가 탄생하기 훨씬 전부터 이미 황제에게 붙여져왔던 호칭들 즉 메시야(그리스도), 구세주(Saviour), 평화의 왕, 주님(Lord), 하느님의 아들(the Son of God), 하느님 (God)을 모두 예수의 호칭으로 전환했다. 진짜 바울은 로마제국이 군사적인 전쟁과 승리를 통해서 세계평화를 쟁취한다는 비인간적이고 폭력적인 통치에 철저하게 항거하여 참 사람 예수의 정신을 따라 만인의 평등과 사랑과 정의를 통해서 비폭력적으로 세계평화를 이룬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신학을 선포하였다. 바울이 목숨을 내걸고 황제의 제국신학에 저항하기 위해서 백성들의 주님, 구세주, 하느님의 아들, 하나님은 황제가 아니라 예수라고 주장하였던 것은 예수가 시작한 지금 여기 이 땅 위에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운동을 계승하고 완성시키려는 것이었다. 바울은 기독교 종교와 교회와 교리를 만들기 위해서 자신의 서신을 쓰지 않았다. 바울은 역사적 예수의 정신에 따라 구체적으로 살려는 것 뿐이었다. 바울에게 예수는 믿음의 객체적 존재가 아니라, 삶의 길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가면서 진짜 바울이 로마 황제에게 항거하기 위하여 예수에게 부여한 황제전용 호칭들은 로마제국의 통치수단과 법령처럼 교회가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과 교리로 변질되었다. 1세기에 초대 기독교인들이 로마제국의 통치신학에 항거하기 위하여 황제의 호칭을 예수의 호칭으로 전환시켰던 것을 21세기의 기독교인들이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시대적 착오이며 예수의 정신에 크게 위배된다. 다시 말해, 고대인들이 당시의 정치적 상황에 대처하기 위하여 창안해낸 언어와 교리가 21세기의 현대인들에게 적합할 수 없다. 성서 전체가 그렇듯이 바울의 서신을 문자적으로 읽으면 은유적으로 숨겨진 메시지를 듣지 못하게 된다. 진짜 바울이 인간의 존엄성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사람의 생명을 벌레만도 못하게 취급하던 제국의 황제에 정면으로 대항하기 위해서 황제만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칭호를 박탈하고 그것들을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예수에게 부여했던 목적은 예수의 신성론에 대한 교리화 작업이 아니라, 역사적 예수의 하느님 나라 운동을 전개하는 것이었다. 예수는 자신을 왕이나 황제나 주님이나 하느님이라고 주장한 적도 없고 자신에게 무릎꿇고 예배를 드려야 한다고 가르치지도 않았다. 예수는 사람들을 이분법적으로 차별하고 분리하는 배타적인 교리와 신학을 거부하고, 사람들을 착취하고 탄압하는 권위주의와 계급주의를 타파했다.
현대 기독교인들은 교리화되기 이전의 역사적 예수의 본질과 그의 삶의 의미에 대해서 이해해야 한다: (1) 첫째로, 진짜 바울의 신앙을 계승한 복음서들이 서술하고 있는 역사적 예수는 사회적 혁명가이다. 예수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기 위하여 잘못된 기존 종교체제와 세상의 가치관들을 180도로 뒤집어 엎었다. 예수는 선포하기를 고통과 절망으로 암흑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과 정의는 심판이나 징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조건없이 골고루 사랑하는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포용이라고 했다. 따라서 예수는 종교와 사회로부터 소위 더러운 죄인이라고 정죄되어 버림받은 사람들과 식탁에 마주 앉아 먹고 마심으로써 그들과 자신을 동일시했다. 예수는 이것이 하느님의 조건없는 사랑이고 하느님이 통치하는 나라라고 가르쳤다. 사람들은 예수의 가르침과 삶을 통해서 새로운 의미의 하느님에 눈이 떠졌다.
(2) 둘째로, 역사적 예수는 힘없는 평범한 사람들을 공동체의 소중한 구성원들로 받아들였다. 종교체제와 정치사회제도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돌보기는 커녕 비생산적이라고 경멸했다. 따라서 예수는 하느님의 징벌을 받았다는 그들을 배척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믿고 있는 종교체제와 사회제도에 항거했다. 종교체제는 죄인들, 창녀들, 문둥병자들, 귀신들린 사람들, 거지들, 절룸발이들, 병자들, 배고픈 사람들, 어린이들, 과부들, 여인들의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고 박탈했지만, 예수는 그들에게 하느님은 그들과 항상 함께 있고, 그들을 조건없이 사랑한다고 선포했다. 예수로부터 새로운 인간, 새로운 생명, 새로운 하느님의 인식이 탄생했다. 예수를 통해서 희망과 용기와 기쁨이 넘치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
(3) 셋째로, 역사적 예수는 인간과 분리되어 하늘 위에 있는 종교적이고 교리적인 하느님을 땅 아래로 해방시켰다. 다시 말해 예수는 율법과 교리와 전통과 형식에 갇혀있는 즉 성전(교회)에 감금된 하느님을 세속적인 세상으로 해방시켰다. 예수는 불량한 믿음체계가 사람들을 통제하고 착취하기 위해 만든 필수조건들을 폐기처분했으며, 이 조건들을 이행해야만 사랑과 축복과 구원을 베푼다는 과거의 패러다임의 하느님을 자유하게 했다. 예수는 하느님이란 믿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며, 보상심리를 떠나서 두려움없이 사심없이 신뢰하는 삶의 비전이고 방식이라고 가르쳤다. 즉 참된 신앙이란 두려움과 사심이 없는 신뢰라고 강조했다.
예수를 현세적인 참 사람으로 보느냐 아니면 하늘 위에서 내려온 내세적인 초자연적인 하느님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기독교 교회의 모습은 물론 기독교인들의 삶의 모습이 달라진다. 예수를 따르는 기독교는 사람들을 통제하기 쉽게 획일화하기 위해서 교회가 정치적이고 상업적으로 만든 이분법적 교리를 관념적으로 믿는 종교가 아니다. 다시 말해, 기독교는 성서를 문자적으로 읽고 그에 따라서 예수를 왕, 구세주, 하느님, 하느님의 아들, 주님으로 불러야 하고, 예수 앞에 무릎꿇고 숭배하고, 예수의 신성에 대한 교리들을 믿어야 하는 종교가 아니다. 기독교는 예수의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정신을 몸과 마음으로 세상 속에서 구체적으로 살아내는 삶의 종교이다. 기독교는 역사적 예수 즉 만들어지지 않은 참 사람 예수를 따르는 종교이다. 예수를 따른다는 것은 예수가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진 신(神)이고, 예수가 다윗의 혈통이고, 베들레헴에서 태어났고, 자연의 법칙을 깨트리는 기적을 일으켰고, 죽었다가 몸으로 부활해서 하늘로 승천했다는 것을 문자적으로 믿는 것이 아니다. 예수를 믿는 것은 예수의 정신을 신뢰하는 것이며, 예수의 가르침과 삶에서 드러난 자율성과 창조성을 재현하며 살아가고, 예수가 사랑했던 것을 사랑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예수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따라 사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예수가 스스로 깨달아 알게 된 조건없는 사랑 즉 경계 넘어 모든 것들을 포용하는 사랑이라는 새로운 의미의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이다. 기독교인의 신앙은 이해할 수 없는 믿지 못할 것을 억지로 믿는 것이 아니라, 예수와 더불어 그의 길을 따라 두려움없이 사는 것이다. 기독교인들은 교리를 암송하고,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수동적으로 믿는 것 보다 예수의 우주적인 정신을 평범한 삶 속에서 몸과 마음으로 실천하면서 살아가면 어떠한 어려운 상황에 빠지더라도 고통과 절망을 극복할 수 있는 힘과 용기와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삶의 의미가 더욱 깊어지고, 삶의 영역이 확장되고, 사는 것이 즐겁고, 사랑이 넘치며 행복할 수 있다.
현대 기독교인들은 오직 성서만으로 예수 당시에 정확히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다. 왜냐하면 신약성서는 역사책이나 과학책이나 백과사전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수를 따르던 초대 기독교인들은 예수의 가르침과 그가 몸소 살았던 심층적인 삶을 통해서 자신들의 과거에 비겁하고 이기적이고 두려움에 사로잡힌 모습은 사라지고 새로운 인간으로 변신되었다. 다시 말해 참 사람 예수의 정신을 깨달아 알면서부터 인간의 존엄성이 하느님 보다 더 소중하다는 우주적인 진리를 깨닫고 이것을 은유적으로 기록했다. 그들이 발견한 역사적 예수는 세상의 가치관과 세계관에 휩쓸려 고유의 기능과 목적을 상실한 종교체제의 진부한 교리와 형식을 개혁하려는 열정 때문에 제국의 십자가에서 처형되었다. 그러나 예수의 정신은 죽음의 세력이나 진부한 가치관과 교리와 형식에 의해서 삼켜질 수 없었다. 역사적 예수는 그의 제자들의 가슴 깊이에서 다시 부활했다. 예수는 자신의 가르침을 통해서만 하느님의 의미를 밝힌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모습을 통해서 하느님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이처럼 참 사람 예수는 자신의 말과 행동으로 하느님은 삶의 방식이고 우주적인 비전이라는 진리를 선포했다.
현대 기독교인들은 잃었던 역사적 예수의 본질을 되찾아야 한다.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는 의미는 예수처럼 살면 그리스도가 될 수 있고, 그리스도가 되는 것이 기독교인이 되는 것이다. 예수는 한 사람이지만 그리스도는 수없이 많이 있을 수 있다. 예수 세미나의 학자인 존 스퐁 성공회 감독은 ‘그리스도 능력’을 이렇게 고백했다: “그를 보라! 그의 신성을 보지 말고, 오히려 그의 자유를 보라. 그의 능력에 대해 부풀린 이야기를 보지 말고, 오히려 자기 자신을 내어주는 그의 무한한 능력을 보라. 그를 에워싼 1세기 신화[성서]를 [문자적으로]보지 말고, 오히려 그의 존재의 용기, 그의 삶의 능력 그리고 그의 사랑의 감화력을 보라. 당신은 광신적 믿음을 중단하라! 잠잠하고 [당신의 그리스도 능력]이 하느님임을 알라. 이 사랑, 이 자유, 이 생명, 이 존재, 그리고 당신이 받아들여질 때 당신 자신을 받아들이라. 당신이 용서받을 때 당신 자신을 용서하라. 그 그리스도 능력을 붙잡으라. 그리고 담대하게 당신 자신이 되라! 나는 이것이 새로운 의미의 하느님, 곧 내가 그 심오한 인간 예수에게서 만난 하느님으로 향하는 좁은 길이라고 믿는다.”
참 사람 예수를 로마제국 황제의 전용호칭의 노예사슬로부터 자유하게 풀어주자! 성상의 자리에 앉은 예수를 해방시키자. 예수는 자신을 왕, 주님, 하느님의 아들, 구세주라고 부르며,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아부하는 파렴치한 행위를 역겨워한다. 그것은 예수의 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불량 믿음이다. 황제의 호칭을 누리는 만들어진 예수는 교회를 죽였으며, 온갖 차별적 편견과 혐오로 우리 사회를 분단과 혼돈에 빠트렸다. 예수는 믿음의 객체적 존재가 아니다. 단지 예수는 참된 인간성의 상징이며, 오직 기독교인의 삶의 모델이다. 바울이 황제의 전용호칭을 예수에게 붙인 것은 차별주의-우월주의-폭력주의-빈부차별-황금만능주의를 신봉하는 종교와 정치에 항거하고, 예수의 정신을 따라 차별없는 정의, 공정한 분배의 정의,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정의를 살아내기 위한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이 예수를 황제의 호칭으로 부르는 것은 차별과 편견과 혐오를 철저하게 거부하는 행위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필자: 최성철,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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