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레오가 지동설을 주장하여 종교재판을 받은 이후 지난 4세기 동안 교회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인격신론의 전지전능한 하느님을 보호하려 했지만 완전히 실패했다. 또한 진화과학과 천체물리학과 지질학과 생물학과 뇌과학과 심리학과 컴퓨터공학의 놀라운 발전은 이 세계 밖의 초자연적인 세계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이로써 초자연적 유신론의 하느님, 인간과 분리되어 이 세계 밖 외부에 존재하면서 자기멋대로 세상에 개입하고, 자연의 법칙들을 깨트리는 기적을 일으키는 전지전능한 하느님은 설득력과 신뢰를 잃고 더 이상 설자리를 잃었다. 다시 말해 초자연적 유신론이 붕괴되면서 그것을 기초로 삼았던 기독교 믿음체계의 전통 교리들 곧 원죄론, 창조론, 내세론, 구속론, 예수의 재림과 최후심판은 무용지물이 되어 붕괴되었다. 교회 지도자들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그런지, 아니면 아직도 눈이 뜨여지지 못해서 그런지, 여전히 초자연적인 능력의 하느님이 하늘 위에 존재하는 것처럼 믿고 있지만, 교회의 낡고 상투적인 언어는 교회 안에서나 통용되며 게토화 되었다. 결국 교회는 골동품 가게가 되었다.
전세계적으로 12월에 축하하는 성탄절은 기독교 교회에서 가장 의미있는 절기들 중에 하나이다. 예수의 죽음과 부활 이야기와 함께 예수 탄생 이야기들은 기독교의 예수상과 함께 기독교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되어왔다. 즉 예수 탄생 이야기들(마태복음서 1-2장, 누가복음서 1-2장, 요한복음서 1:1-14)의 원초적인 의미가 무엇이었는지를 이해하느냐에 따라서 예수의 의미는 물론 기독교인들의 신앙과 삶의 모습이 달라진다. 따라서 2천 년 전에 기록된 예수 탄생 이야기들을 문자적 내지는 생물학적 사실로 믿는 것은 원초적인 기독교 신앙의 심층적인 의미를 무당집에서 복을 비는 미신으로 전락시킨다. 325년에 니케아 신조가 로마제국의 정치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래 지난 1700년의 기독교 역사상 오늘날처럼 전세계적으로 기독교가 급속도로 폭망하는 때가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4세기에 확립된 기독교 교리들이 오늘날 현대인들의 이성과 지성으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유신론적 미신이 되었기 때문이다. 교회가 신봉하는 인격신론의 초자연적 유신론은 사람들로부터 설득력과 신뢰를 철저하게 잃었다.
초자연적인 유신론의 죽음과 함께 전통 기독교 교리들이 설득력과 효력을 상실하게 된 현실에서 원초적인 기독교 신앙을 회복하는 유일한 대안은 2천 년 전 참 사람 예수의 가르침과 그의 삶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다시 말해 2천 년 전 역사적 예수를 따르던 사람들은 예수가 죽은 후에 자신들이 예수의 생애로부터 무엇을 깨달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은유적으로 예수 탄생 이야기을 기록했다는 성서비평을 이해해야 한다. 이 은유적인 이야기들에서 예수는 거짓과 은폐의 불의로 가득한 세상에서 참된 인간성의 표상이었고, 세상의 짙은 어둠 속에서 밝게 비친 빛이었고, 비겁함과 두려움 속에서 불편한 진리를 회피하고, 안일하게 안주하려는 사람들에게 도전하고, 담대하게 새로운 미래를 향햐 앞으로 나아가도록 촉구하는 내면의 별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기독교가 탄생한 곳은 거룩한 성전이나 교회나 신학교가 아니었다. 기독교를 창시한 사람들도 제사장들이나 학자들이나 부유한 귀족들도 아니었다. 기독교는 인격신론의 초자연적인 하느님으로부터 더러운 죄인으로 정죄되어 예루살렘 성 밖으로 추방되어 버림받은 민중들의 공동체에서 탄생했다. 기독교는 인격신론에 사로잡힌 유신론자들의 거룩한 성전종교에서 추방된 무신론자들의 세속적인 삶의 현장에서 시작되었다. 따라서 초대 기독교는 믿어야하는 교리적이고 제도적인 종교체제를 거부한 사람들이 사회적 내지는 정치적으로 투쟁해야 하는 삶 그 자체였다. 기독교의 기초는 만들어진 유신론적 예수 또는 하늘 위에 존재하는 유신론적 하느님이 아니라, 참 사람 예수의 정신이다. 예수는 당시의 유대교 성전종교와 너무나 흡사한 현대의 중보체제의 교회기독교와 같은 유신론적 종교를 만들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예수는 유신론적 믿음에 대해 철저히 반대했다. 결국 예수가 죽은 후에 기독교는 1세기에 로마제국의 혹독한 통치와 폭력적인 탄압 아래에서 가난하고 힘없는 민중들의 공동체에서 시작되었다. 원초적으로 기독교의 탄생은 역사적 예수의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무신론적 정신에 감동받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이 180도로 전환되면서 일어났다. 따라서 초대 기독교 신학과 신앙은 초자연적인 유신론적 하느님을 극렬하게 반대한 무신론적 예수의 우주적인 가르침과 그의 통합적인 비전에서 태동했다. 여기에는 자연의 법칙이 깨어지는 기적과 그런 기적은 일으키는 유신론적인 신은 없다.
복음서들의 서두를 장식하는 예수 탄생 이야기는 이러한 상황에서 기록되었다. 이 이야기를 기록한 사람들의 공동체들은 참 사람 예수가 가르친대로 그리고 그가 살았던대로 살기로 결단한 사람들이며 절망과 두려움을 넘어서서 용감하게 희망을 잃지 않고 굳굳하게 살기 시작했다. 역사적 예수의 정신이 그들의 가슴과 삶 속에서 용솟음쳐 올랐다. 예수 탄생 이야기는 달콤하고 감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가난하고 병들고 힘없는 민중들의 삶의 혹독하고 생생한 체험에서 나온 이야기이다. 따라서 예수 탄생 이야기가 최초로 기록되었을 때 그 이야기는 경건하고 거룩하고 형이상학적인 유신론적 믿음에 대한 것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세속적인 무신론적 예수의 정신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325년 니케아 신조가 만들어진 이후부터 갈릴리 바닷가에서 민중들에게 온전한 인간으로 사람답게 사는 삶에 대해 가르치고 그들과 함께 살았던 참 사람 예수는 사람들이 우러러보아야 하는 높은 성상의 자리에 금관을 쓰고 앉혀졌고, 하늘에서 내려온 인격신론의 초자연적인 유신론적 하느님으로 변형되었다. 사람들은 12월이 되면 성탄절을 간절하게 기다리면서 마음이 어린이처럼 순수해진다. 그리고 아기 예수 탄생의 이야기를 동화처럼 즐겁게 읽는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하늘에서 하나님이 땅으로 내려와 인간의 몸으로 태어난 것을 축하하는 인격신론의 유신론적 믿음에 대한 것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
성서를 신중하게 읽으면 성탄절 이야기는 한 가지가 아니라 서로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적어도 세 가지의 다른 이야기들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신약성서의 마태, 누가, 요한 복음서들에 기록된 세 가지의 서로 다른 첫 번째 성탄절의 이야기들의 핵심은 초자연적인 하느님이 하늘에서 내려와 인간의 몸으로 태어난 기적에 대한 것이 아니다. 예수 탄생 이야기는 당시의 종교적-사회적-정치적 권위와 탄압과 착취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이 이야기에는 하느님이란 성전이나 교회에 가야만 만날 수 있는 인간과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우리가 참된 인간으로 사람답게 사는 삶 그 자체가 하느님이라는 예수의 가르침과 그의 삶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불행하게도 4세기에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종교가 되면서부터 기독교는 서방세계의 문화를 장악하고 첫 번째 성탄절 이야기들이 선포하는 참 사람 예수의 메시지를 거부하고, 교리적인 유신론적 성탄절 이야기로 왜곡했다. 첫 번째 성탄절 이야기들은 안일하게 동화처럼 읽거나, 문자적으로 읽고 유신론적 하느님 예수를 믿어야하는 교리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기독교인들은 이 이야기들이 담고 있는 심층적이고 힘있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 이야기들을 처음 기록한 사람들은 뜻깊은 메시지를 전하려고 그렇게 아름답게 은유적으로 묘사했다.
예수 탄생 이야기를 기록한 세 명의 저자들중에 마태는 성전종교와 로마제국의 탄압과 착취로 인해서 대부분의 민중들이 혹독하게 겪고 있는 빈곤에 대해서 이렇게 도전한다: “너희는 내 아버지의 축복을 받은 사람들이니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한 이 나라를 차지하여라. 하느님의 정의대로 먹어라.”(마태 25:31-46) 다시 말해, 만일에 사람들이 ‘하느님의 정의대로’ 먹고 살아가고 있다면 굶주린 사람들을 먹이게 될 것이고, 목마른 사람들에게 마실 것을 줄 것이고, 나그네들을 대접하고, 감옥에 갇힌 사람들을 찾아보고, 헐벗은 사람들을 입히고, 병든 사람들을 돌보고, 생명의 중심인 하느님의 정의가 회복될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정의는 소유하고 있는 재산과 명성과 권력을 보호해 주는 법에 의존하는 정의가 아니라, 7년 마다 모든 빚을 탕감해주며 50년 마다 땅의 원래의 주인에게 되돌려 주는 공정한 분배의 정의를 말한다. 이것은 사회정의의 제도적인 법이 아니라 하느님의 법이다. 인류가 하느님의 정의대로 먹고 살아간다면 인생의 성공은 개인의 황금만능주의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 하느님의 법이다.
하나님의 정의는 믿음에 관한 것이 아니라, 생명에 관한 것이다. 예수는 기독교인들이 하나님의 정의대로 먹고 살아가기를 요청했다. 성탄절은 예수의 생물학적 생일을 축하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의 정신의 탄생이기 때문에 일 년에 한번이 아니라, 매일매일 순간순간 축하해야 한다. 성탄절은 조건없는 사랑과 폭력없는 평화와 공정한 분배의 정의와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함께 아파함이 변함없이 사람들의 모든 삶의 영역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과정이다.
현대 기독교인들에게 예수 탄생 이야기는 세속적인 세상에서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이며, 기독교인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신중하고 솔직하게 인식하기를 도전한다. 오늘날 인류의 2%가 98%를 착취하는 구조적인 모순 속에서 기후위기, 에너지 위기, 식량 위기, 생태계 위기로 지구촌의 생존은 절벽 가장자리에 서있다. 더욱이 어두운 세상에 희망의 빛을 비추어 주어야 할 종교가 빈부차별, 성차별, 성적본능 차별, 인종차별, 종교차별, 신분차별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가정과 사회와 세계는 더욱 혼돈과 절망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다.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혹독한 현실에서 희망을 찾기 어려운 상황은 2천 년 전 예수가 살았던 시대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오늘도 이분법적인 차별주의와 우월주의는 인격신론의 초자연적인 하느님을 맹신하는 유신론적 기독교가 생존하기 위한 수단이 되고 있다. 영국의 신학자 돈 큐핏은 참된 인간으로 사람답게 사는 평화로운 세상의 길을 열어나간 종교는 원초적으로 대단히 진보적인 제도였다고 밝힌다. 유신론적 성전종교를 반대한 역사적 예수는 인간의 구원은 이 세계 밖에는 없으며, 인간의 책임 밖에는 구원의 길이 없다고 가르쳤다. 예수 탄생 이야기는 하늘에서 하느님이 땅으로 내려와 예수의 몸으로 태어난 이야기가 아니다.
기독교인의 정체성은 교회 안에서 예수를 하느님으로 믿는 것이 아니며, 교회 밖 세속적인 세상에서 하느님의 정의대로 먹고, 타협함이 없이 하느님의 정의를 살아내는 것이다. 예수는 그렇게 살았다. 예수 탄생 이야기의 의미는 일년에 한번있는 축제에 있지 않다. 이 이야기는 참 사람 예수의 정신에 따라서 모든 생명과 인간의 존엄성이 거룩한 성전과 로마제국 보다 더 소중하다는 것을 잊지 않고,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을 매일매일 순간순간 살아내는 것을 경축하는 의미이다.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여기 있는 형제들 중에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은 곧 나에게 해 주지 않는 것이다. 너희가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은 곧 하느님은 생명의 중심인 것을 부인하는 것이다” 고 예수는 도전했다. 역사적 예수의 정신은 2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종교와 인종의 경계 넘어 우리가 살아내어야 할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 그 자체이다
성탄절에 세계 도처에서 많은 사람들이 축제를 벌리고 그렇게도 기뻐하는 이유는 초자연적인 하느님 예수가 하늘에서 내려와 땅에서 탄생한 것을 축하하는 것이 아니다. 참 사람 예수의 가르침과 그의 삶의 모습은 당시에 암흑 속에서 혼돈과 두려움에 빠져있던 사람들에게 빛이었고, 갈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길이 되었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었고, 생기와 희망을 잃은 사람들에게 생명력이 되었다. 성탄절의 원초적인 의미는 거짓과 은폐와 폭력적인 탄압과 착취로 가득한 세상에서 참 사람 예수의 가르침과 그의 삶의 모습이 길잃고 방황하며 고통과 절망 속에서 헤메는 힘없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의 탄생이다.
[필자: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더 읽을 책>
***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책 제목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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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루벤슈타인. 예수는 어떻게 하나님이 되셨는가. 한국기독교연구소,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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