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저희가 코로나 사태라는 전대미문의 전염병 대유행 속에서 예배를 드립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파에는 잘 사는 나라나 못 사는 나라, 잘난 사람이나 못난 사람의 구별이 없습니다. 자본주의의 모순은 심화하고 있지만 바이러스에 관한 한 역설적이게도 남녀와 빈부와 귀천의 구별을 넘어서서 평등한 위험세상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바이러스 전파의 피해만은 유감스럽게도 택배노동자 같은 비정규직과 취약계층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적 불평등을 혁파하고 민초들도 숨 쉬고 살 수 있는 사회로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 저희의 책무이건만 너무 부족하고 부끄럽습니다. 그런 재난의 파도 속에서 저희가 오늘 온라인으로 당신께 접속해 예배 드립니다.
하나님, 저희를 용서하옵소서. 하나님의 선교 사업의 도상에서 저희의 나태함과 죄책을 고백하오니 오늘 예배를 통해 이 위태로운 세상 속에서 불평등 사회를 극복하고자 결단하는 향린 교우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심령을 살피시고 어루만지셔서 새 힘을 얻게 하옵소서.
하나님, 더 고백할 것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지혜를 구하고, 그 지혜를 통해 세상을 구원하려 한다는 교회가 지금 구원은커녕 세상의 걱정거리와 웃음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방역지침을 우습게 여긴 값으로 집단감염의 온상이 되어 스스로 고통을 겪는 것은 물론이고, 이 코로나 위험세상을 연장함으로써 세상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또 그런 교회단체들마다 어찌 그렇게도 아름다운 선교의 이름들을 다 달고 있는지요? 열방(列邦), 즉 세상의 여러 나라들을 다 주님 앞에 나아오게 하고, 국제적인 선교중심이 되며, 10대의 꽃다운 청소년들을 미리부터 선교 사역의 일꾼으로 키운다는 등 온갖 미사여구를 다 동원하고 있지만 실질은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자신만의 생각을 검증도 없이, 세상을 우습게 보며, 자기만이 옳다는 아집으로 하는 선교가 과연 선교일 수 있겠습니까?
며칠 전 남도의 한 도시에서 그런 선교단체가 운영하는 학교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한꺼번에 100여 명이나 쏟아지자 그 학교 입구에 아주 커다란 글씨로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얻으리라”라는 성경 구절이 쓰여 있는 모습이 TV와 신문들에 대서특필 됐습니다. 어떤 시민은 그 현판을 향해 흙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예수는 과연 구원의 징표입니까? 이 세상에서 혹시 예수는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 장면을 보면서 머리를 들 수 없었습니다.
또 며칠 전 미국에선 대면예배 제한에 반발하던 한 교회가 시민에 의해 불에 태워졌습니다. 교회가 사회의 공적이 된 겁니다. 그 방화 현장에는 교회를 ‘위선자’라고 조롱하는 메모가 남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교회가 불 탈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하나님, 도대체 누가 누구를 구원하며, 누가 어떻게 선교를 한다는 말입니까? 이 시대의 선교를 다시 생각해 보겠습니다. 향린이 ‘입체적 선교’를 창립정신으로 내걸고 70년 가까이 선교공동체를 지향한다고 말하고 행동해 왔지만, 이제 이 시간 이 사회에서 저희가 무슨 선교를 할 수 있는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교회의 말이 먹히기나 할는지요? 저희의 갈 길을 가르쳐 주옵소서. 저희가 미래선교연구위원회를 구성해서 생태문화, 온라인 콘텐츠, 음악, 진보신학, 퀴어/페미니즘, 통일 분야 등 교회 안팎의 선교 과제를 열심히 찾아 정리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 모색과 고민의 과정에 하나님께서 함께 하셔서 정녕코 저희가 새 출발할 수 있는 지점을 알려주시기를 간구합니다. 저희가 듣겠습니다.
하나님, 지난주일 당회-목운위 연석회의에서 당신께서는 당신께서 세우신 김희헌 목사를 통해 올해 목회 계획의 가장 중요한 화두로 ‘생태적 전환’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저희 생각과 관심과 노력의 방향을 모두 생태의 관점에서 재정립하는 가운데, 저희의 고백과 선교와 친교의 방향을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올 한 해, 이사와 건축과 광야생활 등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 많지만, 그 와중에 일에 매몰되지 않고 저희의 신앙의 방향을 그렇게 근본적인 관점에서 늘 잊지 않고 계속 돌이키고 돌이켜 생각하는 가운데 저희가 생태적 공동체로 거듭나게 하옵소서.
하나님, 가난하고 연약한 자를 북돋우시고 그들의 진심 속에서 천국을 발견케 하시는 하나님, 저희가 간구합니다. 저희 마음이 가난해지게 하셔서 그 가난한 마음밭에서 늘 푸른 청청한 생명의 나무들이 자라게 하시고, 저희가 기쁨의 형제자매로 만나 다시금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선교공동체로 거듭나게 하옵소서. 새로운 관점 속에서 새롭게 향린의 식구들이 만나고, 그런 과정을 거쳐 이 시대가 부과하는 과제들을 기꺼이 받아 안는 용기를 갖도록 저희를 북돋워 주옵소서.
하나님, 이제는 저희의 입을 닫고 저희 마음을 엽니다. 저희의 빈 마음에 오셔서 당신의 말씀으로 채우고 새로이 가르쳐 주옵소서. 저희가 듣고 결단하며 따르겠습니다.
(침묵)
오늘도 저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생태적 전환을 이루도록 촉구하고 계시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