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를 향한 거룩한 행진 (행 1:15-17,21-26, 요일 5:9-13, 요 17:6-19)
부활절 일곱째 주일, 창립68주년기념주일, 5.18광주항쟁기념주일 (210516)
교회 생활을 비대면으로 해온 지 반년 만에 이렇게 제한적으로나마 만나서 예배드리니 참 기쁩니다. 오늘은 부활절 마지막 주일이자, 창립 68주년 기념 주일이요, 광주민중항쟁 41주년 기념 주일입니다. 고난의 시대에 부활의 언덕을 오르고자 했던 우리 신앙공동체가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며 앞날을 다짐하는 날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오랜만에 만나고 보니, 이 자리에는 채워지지 않은 공백과 고통의 흔적도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이번 바이러스는 노년층에 큰 영향을 주는 특징이 있어서, 장년 신도회에 속한 분들의 안부와 건강이 늘 염려스러웠습니다. 그 사이에 건강이 나빠지신 분들도 계신데요. 주님께서 어려움 속에서도 도움 주시기를 빌면서, 오늘은 오늘 몫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번 창립 68주년은 우리 신앙공동체의 세 번째 터전이었던 이곳 명동에서 53간의 생활을 정리하는 기간에 맞았습니다. 그래서 당회에서는 교회 이전을 앞두고 교회 안팎에 안내와 인사를 드리는 <입장문>을 만들어 발표했습니다. (아래)
이제 우리 앞에는 코로나 사태와 겹친 광야 생활, 예배당 신축작업과 새로운 선교정책 수립 등 만만찮은 과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70주년을 향해가며 준비하는 광화문 시대가 우리에게 힘겨운 도전만이 아니라 새로운 희망도 될 것입니다. 우리 함께 신앙공동체를 굳게 세우는 믿음의 행진을 힘차게 벌여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하늘뜻펴기를 대신하여 30분짜리 ‘다큐멘터리 영상’(제목: 향린의 길을 묻다)을 보고자 합니다. 이 영상은 향린교회가 그간 지나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길에 관해서 여러분의 인터뷰를 모은 것입니다. 이 모든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많은 분이 수고를 해주셨는데요. 이 영상을 통해서 우리의 과거와 현재 즉, 향린이 추구한 정신은 무엇이었는지,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앞으로의 선교 과제는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영상을 보기 전에, 오늘 성서 본문 가운데 한 구절만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그것은 우리 공동체가 지나온 발자국을 설명해주는 말이자, 앞으로 우리의 발걸음이 향해야 할 곳을 가리키는 구절처럼 느껴집니다. 요한복음 17장 17절인데요. 이 본문은 예수의 고별설교 마지막 부분, 하나님을 향한 기도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제자들을 위한 그의 간구는 이것입니다. “진리로 그들을 거룩하게 하여 주십시오. 아버지의 말씀은 진리입니다.” 예수께서 제자들을 위해 하나님께 비는 것은 ‘진리로 그들을 거룩하게 해주시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진리는 ‘아버지의 말씀’이라고 덧붙입니다.
이 말씀은 이 땅의 모든 신앙공동체가 좌우명으로 삼아도 좋을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예수의 기도를 따라, 진리이신 하나님을 향해, 거룩한 행진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가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는 기준도 다른 무엇이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거룩한 행진’이요, 앞으로 나아갈 길도 ‘하나님을 향한 거룩한 행진’이 될 것입니다.
젊음을 바쳐 이 공동체를 섬겨온 많은 이들의 삶에 회한과 꿈이 함께 서려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진리로 거룩한 행진을 하고자 했던 우리 공동체의 간절한 바람과 기도가 앞으로의 광야 생활에서도, 광화문 시대에도 힘차게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파송사]
예수께서 제자들을 위해 빌었던 기도는 이것입니다. ‘진리이신 하나님, 당신의 말씀으로 이들을 거룩하게 하옵소서.’ 창립 68주년을 맞은 우리의 바람은 예수의 기도를 밀고 가는 것입니다. 모두 함께 어깨 겯고, 우리 믿음의 공동체를 굳게 세워서 하나님의 선교를 다시 힘차게 펼쳐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