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안병무학교-민중신학아카데미 여름학기
공동주관: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한국민중신학회
후원: 심원안병무선생기념사업위원회
오클로스 속 여성-민중의 목소리를 찾아서
—안병무와 함께 아래로부터, 여성의 눈으로 그리는 마가복음
강좌 소개
마가복음은 사복음서 가운데 가장 먼저 쓰여진 예수에 대한 최초의 ‘장편 서사’입니다. 특히 마가복음은 예수가 함께 하고 대변했던 밑바닥 사람들, 곧 갈릴리 민중(民衆)의 관점을 뚜렷하게 보여줍니다. 마가복음의 주인공 예수는 십자가에서 처형당하기까지 로마 제국의 앞잡이였던 유대 통치자들에 맞서 민중들의 입장을 끝까지 대변한 예언자였습니다. 이 점에서 민중신학자 안병무는 마가가 “역사의 예수가 한 말과 그와 함께한 무리(오클로스)를 현재화하여 민중의 언어로 소생시켰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강좌에서는 이러한 안병무의 마가복음 이해에 기초를 두고 먼저 중풍병자 치유장면을 비롯해 네 에피소드를(2:1-12, 5:25-34, 11:27-33, 16:1-8[15:33-41]) 꼼꼼히 읽어보려 합니다. 이어서 이 본문들을 반짝이는 별 삼아 다른 장면들과 연결하여 마가복음이라는 하늘에 별자리를 그려보려 합니다. 이러한 ‘성좌적’(constellational) 읽기를 통해 마가가 제시하는 “예수-민중들의 하나님 나라”가 무엇인지 드러날 것입니다. 또한 하혈하는 여인의 치유와 예수 부활의 첫 여성 증인들 이야기를 읽는 시간은 마가의 오클로스 속에 여성-민중을 자리매김하는 시간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강사: 정혜진 (신약성서학 박사, 기독여민회 연구실장, 이화여대 강사)
정혜진 박사는 『마가복음의 반(反)성전 주제에 대한 문학사회학적 연구』를 주제로 이화여대에서 신약성서학 박사논문을 썼고, 공역서로 『여성들을 위한 성서주석』(캐롤 A. 뉴섬 외, 2012)이 있습니다. 기독여민회 연구실장으로 활동하면서, 기독교반성폭력센터/기독여민회/평화교회연구소 등에서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성서를 읽는 강좌를 진행해 왔습니다. 마가복음 전공자이자 여성신학자로서 안병무 민중신학의 오클로스론-제임스 스코트의 민중운동론-여성주의적 성서해석학을 연결하는 ‘성좌적’ 읽기를 통해 마가복음을 보는 새롭고도 급진적인 지평을 우리에게 열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일정: 8월 10일~31일(매주 화요일) 저녁 7시 30분
교재: 강의 전 미리 강의안과 강사의 논문을 pdf 파일로 제공합니다.
진행방식: ZOOM 온라인 강좌 (실시간 강의에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녹화 영상과 강의 자료를 받아 보면서 강좌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수강료: 4만원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한국 민중신학의 성서적 전거, 특히 마가복음의 오클로스론(論)에 관심 있는 분들
민중의 저항적 실천과 담론이 담긴 텍스트로서 마가복음 읽기에 관심 있는 분들
여성들의 이야기로 마가복음을 읽고 싶은 분들
강의 일정
1강 해주는 것도 없으면서 달라는 건 왜 이리 많아?
: 마가복음의 갈등, 그 시작, 죄사함 논쟁을 중심으로
: 예수가 마비환자를 치유하면서 죄사유의 권한 문제를 제기하는 이 장면은 예수와 성전 체계의 갈등을 설정하는 첫 대목입니다. 죄 이데올로기를 근거로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성전을 향한 예수의 비판 정신과 그 논리를 들여다보면서 예수의 죽음을 초래한 마가복음의 핵심 갈등을 살펴봅니다.
2강 당신들이 아무것도 못해준다고 해서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
: 몸의 정치학으로 보는 하혈하는 여인의 치유
: ‘정결’은 사회에 경계선을 긋고 경계 바깥에 있는 ‘부정한’ 사람들로부터 경계 안 사람들의 안전을 지키려하는 방어의 체계입니다. 하혈하는 여인은 ‘정결’이 젠더와 질병을 중심으로 교차적 차별을 양산했던 현실에 저항했던 인물입니다. 경계 바깥에서 손을 뻗어 예수에게서 하나님을 능력을 훔쳐간 한 여인을 통해 마가가 그리고 있는 ‘하나님 나라’의 몸 정치학을 생각해 봅니다.
3강 판결하겠다더니 판단할 능력이 없잖아?
: 제임스 스코트의 ‘약자들의 화법’과 ‘권위’ 논쟁
: 권위논쟁은 예수가 성전에서 시위를 일으킨 후 성전 엘리트들과 만나 나누는 첫 대화입니다. 적대자들 앞에서 예수가 자기를 방어하면서 한 발언은 일견 문제를 피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정치학자 제임스 스코트의 약자들의 화법을 참고하여 다시 읽을 때 오히려 적들의 무능을 겨냥한 날카로운 공격의 칼날이었음이 드러날 것입니다.
4강 그 열둘은 다 어디로 가고 우리만 남았을까?
: 예수 따름의 길을 보여준 여성들 (15-16장)
: 십자가에 달린 예수의 최후를 지켰고, 그가 살아난 빈 무덤을 처음으로 목격한 증인들은 막달라 마리아를 비롯한 여성들이었습니다. 마가복음 서사 전체에서 ‘제자’, ‘사도’로 칭해진 것은 남성들로 이루어진 ‘그 열둘’이었지만, 그 열둘이 다 떠나간 자리에서 예수를 끝까지 따른 이 여성들의 이야기는 마가 이야기가 예수-따름을 무엇이라 생각했는지를 보여줄 것입니다.
참고자료:
안병무, 『갈릴래아의 예수』, 한국신학연구소, 1990.
안병무, 「예수 사건의 전승모체」, 『신학사상』 제47집(1984년 겨울호).
정혜진, 「마가복음 서사담론의 성전-이데올로기 비판: 죄사함 논쟁대화(막 2:1-12)의 문학사회학적 연구」, 『신약논단』 23권 4호(2016).
정혜진, 「몸의 정치학으로 본 마가복음의 정결 이데올로기 비판: 하혈하는 여인 치유 본문(5:25-34)을 중심으로」(미간행)
정혜진, 「제임스 스코트의 ‘정치적 위장’을 통해 본 마가복음의 권위 논쟁(11:27-33)」, 『한국여성신학』 89호(2019).
제임스 C. 스콧, 『지배, 그리고 저항의 예술』, 후마니타스,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