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발 4중주와 인류사 새 판짜기

by 통일둥이 posted Aug 14, 2021 Views 1679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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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발 4중주와 인류사 새 판짜기*

 

<사월혁명회 회보: 4월혁명 61주년 특집> 2021.07 134

강정구 (전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

 

1. 코로나 창궐의 충격

 

2020년 초부터 본격화된 코로나의 세계적 창궐은 숱한 충격을 가져 왔다.

왜 세계에서 민주, 인권, 자유, 발전 등에서 가장 선진·표본이라고 여겨왔던 미국과 영국이 최악인가(사망자 각각 607천여, 128천여, 이하 714일 새벽 기준)? 대조적으로 아직도 발전도상국이고 사회주의를 표방하면서 권위주의적이라고 지탄받아 왔던 중국이 세계 제1의 성과를(확진104천여, 사망4848) 거두고 있는가?

또 한편 왜 봉쇄를 한 번도 단행하지 않고 단지 거리두기만을 해 왔던 한국이 선방하면서(확진17만여, 사망2046) K-방역으로 세계의 유명세를 타게 되었는가? 중국의 우한이나 허베이성 봉쇄와 한국의 거리두기를 권위주의적 발상이라고 비웃던 일부 서양인들은 왜 프랑스, 이태리, 영국 등의 전면 봉쇄에 대해서는 같은 목소리를 내지 않는가? 왜 같은 봉쇄인데도 중국은 거의 완벽한 성공을 거뒀는데 서방은 그렇지 못한가?

이러한 충격은 기존의 고착화한 서구식 가치관과 잣대로는 설명되지 못하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기존의 보편화한가치관과 표준잣대를 바꿔야만 한다. 또한 바꿔져야 할 것은 상부구조 격인 가치관 수준에서 끝내야 할 사항은 아니다. 실은 이미 하부구조인 토대 자체가 바뀌고 있는 진행형인데도 우리는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단지 코로나 충격이라는 촉진요인 또는 촉매제에 의해 비로소 가시권으로 들어왔을 따름이다.

 

무릇 흑사병이 중세 인구의 약 1/3을 희생시키는 충격으로부터 신 중심의 중세에서 인간 중심의 근세라는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이처럼, 지금 21세기 초입 코로나라는 전염병 창궐이 4중주를 연주하면서 인류사의 새 판짜기가 속도를 내는 천지개벽(天地開闢)이 진행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 지난 70여년을 지배해왔던 미국의 패권주의 세계질서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허물어지는 것은 단순한 미국 패권만이 아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에서 시작한 서구의 세계지배, 자본주의와 정복주의가 결합한 제국주의 세계패권질서 350여년이 허물어지면서 지구촌에서 경천동지할 새로운 세상, 새로운 세계질서, 새로운 가치관이 가시권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는 생산력의 비약적 발전이라는 역사진전에도 불구하고 잉카문명, 마야문명, 아프리카 토속문명 등이 절멸되고 아편전쟁이란 야만의 극치를 이루는 서세동점의 동양유린 등등의 과거사 뿌리와의 단절을 의미한다. 또한 독점자본의 탐욕스런 자본축적을 위해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귀한 생명권을 대량으로 앗아가는 전쟁을 일삼는 반()인륜과 반()평화와 단절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기존의 개인자유절대주의, 형식적 민주성을 민주의 전부로 왜곡시킨 미국식 민주주의(2020년 민주지수 7.922등급, 순위 25), 평화 빠진 인권규약, 세계질서의 헌법이고 규범인 유엔헌장을 짓밟으면서 내세우는 법치주의(실체 없는 rule based system"이라고 칭함), 이들을 바탕으로 내거는 바이든의 자기 기만적 가치동맹 등등에 대한 근본적인 새 판짜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더 본질적으로는 생산력 지상주의로 파괴된 자연 생태계의 반격이란 코로나기원 인식을 바탕으로 인간과 자연의 생태공동체 지향적 삶도 모색되고 있다.

역사의 대전환이나 새 판짜기는 흑사병과 같은 촉매제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촉매가 작동할 발판이 구비돼야 한다. , 그 인과적 요소가 이미 구조화되어 있거나 진행형이어야 촉매가 작동하고 새 판짜기를 실행하는 역사의 주체와 행위가 등장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코로나 역시 새 판짜기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오늘날 인류사의 새판 짜기를 몰고 온 그 4중주란 첫째, 미국을 비롯한 서구자본주의의 구조적 약화를 가져온 신자유주의 광란, 둘째 총과 칼을 중심으로 세계질서를 강제해 살육을 몰고 오고 자기의 국력을 소진케 한 미국의 전쟁국가화, 셋째 이들 구조적 요인들로 취약해진 미국이 패권상실을 우려한 초조감에서 누워있는 중국에게 총을 겨누는(躺枪)” 꼴인 중·미 전략경쟁의 전면화라는 행위적 요인, 넷째 코로나19의 세계적 창궐로 인해 미국을 필두로 한 서구 선진자본주의의 구조적 취약성이 적나라하게 노정되고, 역으로 이를 계기로 사회경제체제의 전반적인 우수한 작동과 그 결과로 부상하는 중국이라는 대안 체제의 등장을 가시화한, 국면적 요인이면서 촉진요인인 코로나19의 등장 등이다.

 

2. 신자유주의와 작은 정부

 

앞에서 지적했듯이 새로운 세상 태동의 구조적 요인은 보편적 복지와 큰 정부를 기조로 하는 케인즈주의 경제사조를 밀어내고 시장만능주의와 작은 정부를 표방하는 신자유주의의 등장이다. 1980년대 영국의 대처와 미국의 레이건 시대에 등장한 레이건-대처리즘으로부터 본격화했다. 이는 감세, 시장화, ()영화, 금융화, 개방화, 세계·지구화, 무역·외환 자유화, 규제철폐, 작은 정부, 세계적 가치사슬(GVC) 등의 정책과 전략적 행보의 질주이.

레이건은 이 신자유주의와 함께 대()소련 강경 반공주의를 내세우면서 스타워즈라는 미사일방어체제(Missile Defense System) 구축을 추진하고, 이를 위한 사상 최대 규모의 군사비 증액을 꾀했다. 이 결과 신자유주의로 인한 세금감면과 전쟁국가 강화로 인한 군사비지출의 폭증으로 재정·무역적자인 쌍둥이 적자를 맞게 되었다.

 

이럼에도 신자유주의는 1989년 탈냉전을 계기로 선진자본주의를 넘어서 전 세계에 강요하는 워싱턴합의를 1990년 출범시켰다. 행위주체는 미국의 재무부­IMF­월가자본의 3자복합체였다. 이 전략적 합의에 따라 사유재산권 보호, 정부규제 축소, 국가 기간산업 사영화, 외국자본에 대한 제한 철폐, 무역 자유화와 시장 개방, 경쟁력 있는 환율제도의 채용, 자본시장 자유화, 관세 인하, 정부예산 삭감, 경제 효율화 등을 강제하기로 했다.

IMF를 통해 국가의 자본 통제체제를 제거하고 외환거래를 자유화시키며, OECD를 통해 다자간투자협정을 추진하였다. 1995년에 새로 창립된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은행·외환·채권·주식·보험 등의 금융자율화를 추진하였다.

이러한 기조 하에서 탈냉전 초기에 집권한 클린턴 미국은 계속 세계를 패권지배하려는 전략을 세웠다. 그것은 바로 군산복합체의 축적 한계를 넘어 금융투기산업과 실리콘밸리에 바탕을 둔 정보지식산업의 결합에 의한 부드러운세계지배였고 금융자본주의화의 질주였다.

 

이는 기존의 신자유주의 전략과 융합해 전 세계 자본주의생산체제의 대대적 개편을 가져왔다. 이미 쇠잔해진 제조업은 해외로 이전하고 경쟁력이 절대적인 서비스, 금융, 정보지식 산업을 기반으로 한 세계지배였다. 물론 냉전 구도 하에서 미국의 보호를 받던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발전국가 역시 1997년의 IMF체제 등으로 편입을 강요당했다.

쌍둥이적자의 일시적 해소와 같은 단기적 성과와 동구사회주의체계의 붕괴에 도취되어 프란시스 후쿠야마 등은 이러한 역사의 흐름을 역사의 종말이라면서 자본주의의 영원화로 규정하고 환희의 찬가를 불러댔다. 그렇지만 이는 스스로 묘혈을 파는 출발이었다.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빼앗아 부자들을 도와준다(劫贫济富)”고 비판받는 이 신자유주의는 소득·재산·기회 불평등의 폭발, 부의 극소수 집중화와 빈부격차의 극단화, 국가 재정·역량·기능의 축소로 이어져 건강의료·환경·기후변화에 대처할 공공재 역부족으로 코로나에 무방비가 되고 말았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스티글리츠교수는 상위 1%가 미국 부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최고 부자 셋이 하위소득자 절반의 부보다 많이 소유한다고 한다. 이러한 극단적 상황에서 사회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는 없다.

자본주의 자체 또한 금융자본의 비대화, 경제의 금융화, 선진국 산업의 공동화로 이어져 자본주의의 막장이라는 금융자본주의로 변질되었다. 금융자본 자체는 결코 재부를 창조하지 못하고, 단지 재부의 분배에 참여할 뿐이다. 이래서 금융자본이 경제의 주도권을 갖게 되면 생산력 퇴조가 이뤄지기 마련이다. 이로써 실물경제 위축과 생산력 퇴조 및 산업공동화로 이어졌다.

 

바로 이 틈새를 중국이 적극 활용해 공급사슬의 중심으로 굴기할 수 있었다. 2001WTO가입 후 2007년 독일을, 2010년 일본을 제키고 GDP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이어 2014년에는 실질구매력기준(pppGDP)으로 미국을 앞지르고, 코로나 창궐을 계기로 2028년에는 명목상 GDP에서도 미국을 앞지를 전망이다.

반인륜적인 신자유주의 근본모순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는데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에 몰입했다. 카터 전()대통령이 트럼프에게(20194) 미국은 3$를 전쟁에 탕진했지만 이 기간 중국은 단 1위안도 전쟁에 낭비하지 않았고, 그들이 모든 면에서 미국을 앞서고 있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을 정도.

 

화들짝 놀란 미국이 오바마의 아·태재균형전략, 트럼프의 무역·기술전쟁의 형상을 띤 전략경쟁인 인도태평양구상, 바이든의 전면적 확대전략경쟁으로 이어가면서 중·미 전략경쟁은 되돌릴 수 없는 국면으로 진입했다. 이 와중에 60만 이상의 미국인을(주로 저소득층) 죽음으로 내몬 코로나창궐은 미국의 근본모순을 더 악화시켰고, 자생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전 세계에 노출시켰다.

 

역으로 중국몽으로 에너지를 집결한 중국은 가장 성공적인 방역에다 세계유일의 플러스 경제성장을 기록했다. 코로나를 계기로 명목상 GDP에서도 예상보다 5년 더 빠른 2028년에 미국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세계 1위의 경제 대국이 된다고 한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유전정보가 DNA가 아니라 RNA 형태여서 변형된 종류의 코로나가 속출될 위험성이 높다 한다. 이 경우 중국 부상은 더 빨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3. 미국의 전쟁국가화와 과포화 군사력

 

미국의 전쟁국가화와 과포화한 군사력은 앞에서 언급한 카터 전()대통령이 중국 굴기를 우려하는 트럼프에게서 걸려온 전화 답변에서 잘 보여준다(NEWSWEEK, Mon, Apr 22, 2019). 그는, 1979년 이후 중국이 누구와 전쟁을 한 적이 있나?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반면 우리는 늘 전쟁을 하고 있다. 미국은 242년의 역사동안 전쟁을 하지 않은 기간이 단16년이다. 역사상 가장 호전적인 나라이다. 중국은 18,000마일의 고속철을 건설했고 그 기간 미국은 3조 달러를 전쟁에 탕진했다. 중국은 단 1위안도 전쟁에 낭비하지 않았다. 그들이 모든 면에서 우리를 앞서고 있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재봉의 분석에 의하면(미국의 전쟁과 외교” <통일뉴스> 2016.08.03.), 미국은 건국해인 1776년에서 2016년까지 240년 가운데 비()전쟁기간은 8.8%21년이었고, 나머지 219년 동안은 전쟁을 치렀다. 또 냉전종식 후인 1991년부터 2016년까지 26년 사이 24년 동안 전쟁(19972000년 제외)을 치렀다 한다. 또 최근에서야 아프칸전쟁의 긴 수렁에서 겨우 발을 빼려고 한다.

이러다보니 전쟁비용 또한 천문학적이어서 가늠을 못할 정도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10년 동안 뉴욕타임즈는 13천억$(NYT.11.6.22), 지미 카터 전()대통령은 3$, 또 일부에서는 44천억$2차 세계대전의 전비와 비슷하다고 주장하고, 샌더스는 20년 동안 6$를 투입했다 한다.

 

과포화한 군사력 또한 엄청나다. 병력은 약 190(군속 약 39%까지 합쳐)으로 중국 200만에 이어 둘째로 많다(인도144, 러시아902019년기준). 해외 군사기지는 독일 173, 일본 113, 한국 83으로 약 800여개에 이르고, 그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큰 해외기지인(여의도 면적의 5.5) 험프리스 기지를 평택에 두고 있다.

이 해외기지를 기반으로 약 20만의 미군을 해외에 진주시키면서 매년 170여개 나라에서 미군참가 전쟁연습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이곳 한반도에서는 천안함 사태이후 2018년 이전까지 거의 사흘에 한번 꼴로 한미연합전쟁연습을 실시해 왔다.

 

또 전 세계 6개 지역통합사령부 [유럽, 인도-태평양, 남부(남미), 중부(중동), 북부(북미), 아프리카]5개 기능사령부(특수전, 수송, 전략, 사이버, 우주-트럼프가 세움) 11개 사령부를 두고 있다. 각 지역사령부는 예하 육··공과 특수부대까지 보유해 독자전쟁 수행능력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위력적이다.

해상에서는 6개 함대를, 2함대(서대서양, 러시아를 겨냥해 트럼프가 재건), 3함대(동태평양), 4함대(카리브 연안과 남미), 5함대(걸프만, 인도양), 6함대 (동대서양 지중해), 7함대(서태평양)를 보유하고 있다. 항공모함 또한 11척으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항모전단을(CSG: Carrier Strike Group) 꾸릴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걸핏하면 항모전단을 파견하여 범지구적 고강도 전쟁투사력을 빈발하는 유일한 나라다.

 

이러한 과포화군사력을 유지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군사비가 소요되고 있다.

2022년 회계연도 연방예산 총 6$가운데 약 12.55%7,530$를 국방비로 책정했다. 이는 대략 중국의 3배 이상이고, 중국을 뺀 나머지 순위 약 15개 국가 국방예산의 총계와 같다. 또한 2022년 추계 GDP 22$3.42%룰 차지한다. 2019년 군사비는 7320$로 중국 2610$(GDP 14$1.86%) 3(인도 711, 사우디 619, 한국 439<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 SIPRI>)로 예산 4.8조의 15.25%, GDP 21조의 3.48% 수준이다. 그러나 클린턴 말기인 2000년의 군사비는 약 2,800$였다.

 

이러한 군사비 폭증은 미국의 첨단무기 의존 군사기술맹신주의에서 비롯된다고 콜코는(G. Kolko) 주장한다. 최첨단무기 때문에 55만 병력을 파견한 베트남전쟁보다 15만을 파견한 이라크전쟁 전비가 5배가 된다면서 비싼 무기와 장비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비용을 감당 못할 경우 군사적 약점에 직면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군사적 약점이 아니라 사회전체가 핍박해지는 데 있다.

코로나 창궐 중에 집권한 바이든은 핵심정책을 내적으로는 빈부격차해소 및 인프라 구축과 외적으로는 중·미 전략경쟁의 전면화로 설정했다. 집권과 동시에 긴급구제를 위해 19천억$, 낙후된 사회기반시설과 일자리를 위해 225백억$, 교육·가족계획 등으로 18천억$를 투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자본이득세 최고세율을 20%에서 39.6%, 법인세 최고세율을 21%에서 28%, 소득 상위 1% 겨냥 소득세 최고세율을 37%에서 39.6%로 높인다고 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집권한 오바마는 관련부분 개혁을 전혀 진척시키지 못했지만 코로나로 다급해진 미국이 이번에는 어느 정도 성과를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국가주도 부유세 강화, 사회기반시설 구축, 가족·교육·복지제도의 확충 등은 범세계적 추세가 될 것 같다. 이는 지난 40년간의 세계적 경제기조인 신자유주의와 전적으로 배치된다. 코로나창궐을 계기로 궤도수정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은 군사비 감축은 외면하면서 오히려 31체 전략핵역량에(ICBM, SLBM, 전략핵폭격기) 거액을 투입하고 또 태평양 억제계획을 뒷받침하고 있다. 바이든의 뉴딜정책 또한 전 사회적으로 분열된 민주-공화 대립구도와 월가의 저항 등 때문에 탄력을 받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4. 전면적 중·미 전략경쟁

 

1) 미국의 도전

201876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엄청난 무역적자가 불공정무역에 기인한다면서 중국 수입상품 일부에 대해 25% 관세 부과로 대중(對中)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이어 무역·기술·환율 전쟁으로 확대하면서 전략경쟁을 시동했다. 오바마의 아·태균형전략은 대중 군사전략에 불과했지만 트럼프는 경제전략으로까지 확대했다. , 미국은 연간 37백억$(2017년 기준) 대중 무역적자 해소, 중국 기업의 미국 지식재산권 도용·남용 근절, 중국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투자 시 기술 이전 비()강요, '중국제조 2025' 등 차별적인 자국 기업 육성·지원 정책 중단, 위안화 환율 임의조절 중단 등을 요구했다.

 

2021년 바이든 집권 이후 보다 체계적으로 또 명확하게 대중 전략경쟁이 공식화됨으로써, 이는 격화되고 전면적이 되었다. 곧 세계적 가치사슬(GVC)에서 중국을 탈동조화(decoupling)하고, 홍콩·신장 등 중국 내정을 인권문제를 내세워 집중 공략하고, 대만과 관계를 격상시키면서 기존 하나의 중국기조를 허물고, 동맹국인 일본·한국·호주·인도·유럽강대국을 한··3각 군사동맹, 쿼터나 아시아판나토를 추진해 연합전선을 펴고, 민주·인권·법치를 내세운(그러나 가장 중요한 평화가 빠진) 자기 기만적 가치동맹 또는 이를 확대한 D10(G7의 확대판으로 한국, 호주, 인도 포함)으로 신냉전구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는 224일 대 중국 탈동조화 행정명령을 내려, 반도체·고용량배터리·의약품·희토류 등 4개 품목을 향후 100일 이내, 또 방위 산업 및 IT(정보기술), 공중위생, 생물학적 대비, 에너지, 운송, 식량 등 6개는 1년 내에 공급 망의 탈()중국 전략수립을 명령했다. 325, 임기 내 중국의 세계영도, 최고 부강 및 대국화를 불용하겠다면서, 이를 위해 노동과학기술투자에 GDP 0.7%에서 2%로 증액하고, 동맹을 강화하고, 중국의 인권문제를 압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2021610미국과 영국은 시대착오적인 <신대서양헌장(The New Atlantic Charter)>을 발표하고, 잇달아 나토정상회의를 열고 동맹을 규합했다. 47G7정상회의에서(한국·호주·남아공 참여, 인도 거절) 미국은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항하는 저개발국 인프라구축 구상인 더 나은 세계재건(3BW, Build Back Better World)'40$ 들여 출범시키기로 했다. 또한 코로나백신 독식으로 세계적 비난을 받아왔던 당사자들이 이제는 중국의 백신외교에 대응하자는 듯 10억 회분을 저소득 국가에 기부하기로 했다. 또한 인권과 민주주의 및 법치를 강조하면서 중·미 전략경쟁을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의 전 지구적 이데올로기 대결, 신냉전으로 규정했다.

 

세계는 이미 지구화의 만연으로 가치사슬에 상호연계 돼있어, 세계1위의 경제·제조업·무역·소비·중산층규모·인구 대국인 중국과 탈()연계 시도는 화웨이 같이 일부에 또 일시적으로 충격을 줄 수는 있다. 그렇지만 구조적으로 탈동조화는 거의 불가능하다. 미국의 대기업 축적체제 또한 이미 지구화되어 있다.

애플의 스마트폰에서 보듯이 세계 곳곳의 소재·부품·장비가 결합되어 최종적으로 애플에 귀속되는 상황이다. 또한 복잡한 구조물과 운영체계 역시 세계 곳곳의 특허기술을 활용해야만 한다. 하이테크 개발에 엄청난 돈을 퍼부은 초국적 기업들도 지구화로 세계 곳곳에 이 기술을 판매해야만 수지 타산을 맞출 수 있다.

이런 구조화의 전()지구적 확산과 이로 인해 제조업 기반이 허물어진 상태에서, 제조업의 국내복귀(re-shoring)나 대중 탈동조화는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미 상공회의소는 217·중 디커플링의 이해보고서에서, 완전 탈()중국 경우 항공업 연간 380~510$ 매출손실, 167~225천 일자리 손실, 반도체 830$ 매출손실, 124천 일자리 소실을 예측했다.

 

지난 4월에는 백악관이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여러 반도체 기업을 소환해 '반도체 CEO정상회담'을 열고는, 바이든이 직접 "우리(미국)의 경쟁력은 여러분이 어디에 투자하는지에 달려있다"면서 공개적으로 투자를 압박했다. 521일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도 양국 관련 장관이 주재하는 회의에 한·CEO를 참석시켜 삼성, 현대, SK, LG 4대 재벌이 394억달러(44조원)의 대미 투자계획을 밝히게 하였다. 정상회담에서도 양국은 5G, 6G 기술과 반도체, 친환경 EV 배터리, 전략핵심 원료등을 포함 우리의 공급망 내 회복력 향상을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의 이런 강압행위야말로 반()시장 불공정행위의 전형이고, 패권의 전횡이고, 자신이 주창하는 가치동맹의 구성요소인 법치의 자가 유린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총체적으로 미국은 인종차별, 극심한 빈부격차, 산업공동화, 전쟁중독, 패권남용, 내부분열 심화, 통치력부족 등등으로 이를 극복할 내부동력이 상실되어 자정능력이 의문시된다.

 

2) 중국의 응전

 

미국의 전략경쟁 도전은 군사적 차원과 경제적 차원으로 행해지지만, 중국의 응전은 군사적 대응보다는 경제적 대응에 중점을 두고 있다. 비록 재래식 군사력이나 핵탄두 보유량에서(미국 6,450기 중국 약290) 열세이지만, 중국은 상호확증파괴역량을(mutually assured destruction) 갖춰 전면전에 대한 억지가 가능하고, 중국근해에서는 미국의 절대적 우세는 보장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동시에 러시아와 군사협력 강화와 최고 동반자관계 설정으로 대처하고 있다.

 

경제적 응전은 대응이라기보다 기존의 발전전략을 강화하고 보완하는 수준에서 대응해 왔다. 일대일로, 대외개방 및 내수시장 확대, 세계적 가치사슬 확대, 과학기술 혁신과 전략산업 육성, 4차산업 중심 신기지건설, 디지털경제 촉진과 질적 경제개선 등등의 정책을 추진해오고 있다.

특히 세계적 가치사슬 확대전략에서 일대일로의 사업기조인 ‘3’[共商·共建·共享(함께 논의·건설·나눔)]‘3()’인 상대국 내정 불간섭, 특혜구역 비 모색, 주도권 비 쟁취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반()패권의 원칙하에 추진된 전형이 아프리카 55개국과의 경제협력이다. 20189월에 열린 중·아프리카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五不원칙은 중국이 경제수혜국의 발전노선 불개입, 내정 불개입, 중국 의지 비()강요, 조건 없는 원조, 정치적 사익 불()도모를 공약했고 또 이를 준수하고 있다.

 

총체적으로는 20208월 새로운 내수중심 경제발전 전략인 국내 대순환을 주체로 국내와 국제의 쌍 순환이 상호 촉진케 하는 방식의 신()발전 모델(格局)”을 책정하고는 일대일로라는 우회전술, 중국몽이란 전략을 바탕으로 장기적 및 지구적 대응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면서 오직 전심전력으로 우리 자신의 발전만을 도모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중국은 중국공산당 창건 100주년을 맞아 소강사회의 전면적 건설이라는 100년 목표 중 첫째를 완료하고 둘째인 사회주의현대화강국건설에 대한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다. 서방의 방식은 근본적으로 보편성을 구비하고 있지 못하고” “노선 자신감을 둘러싼 미국과의 게임에서 점차적으로 우세한 위치를 차지했고자신들이 일종의 새로운 문명형태를 창안할 수 있다고의식하기 시작했다.(<환구시보>(20210701) , https://opinion.huanqiu.com/article/43lRsxUsAnK ).

 

중국 젊은이들도 마찬가지다. <환구시보>49일부터 12일까지 129개 도시 15~35세 젊은이 1281명 대상 설문조사에서 서구에 대해 우러러 본다5년 전 37.2%에서 8.1%로 급감했고, ‘낮춰본다18.4%에서 41.7%로 급증했다. 중국이 서구를 능가하는 분야로는(복수응답) 60.3%'사회 치안', 57.1%'인권에 대한 존중', 53%'역사문화', 45.4%'가치관', 42.5%'정치' 순으로 각각 꼽았다. 또 서구가 중국에 배울 분야에서는 인권 존중이 72.1%3위를 차지했다(<시사저널>20210511,

http://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16570).

 

이는 서방이 코로나창궐로 엄청난 확진과 사망 및 마이너스 경제성장으로 건강생명권이 턱없이 결핍된 비()인권국가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중국은 생명·인민 제일주의로 뛰어난 방역과 이로 인한 경제성장을 기록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재인식과 재평가를 내린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위에서 인권은 미국식 시민정치권이(국제인권규약B) 기준이 아니다. 중국은 인권의 양대 범주로 생존권(생명권과 건강권)과 발전권을 설정하고 생존권이 보장되어야만 기타 인권의 실현이 가능하다고 보고 이를 가장 상위개념으로 설정하고 있다. 여기서 생존권은 국제인권규약A(사회경제문화권) 유사한 개념이다. 기존의 서구 중심적 보편적가치관, 규범, 분석 틀은 더 이상 수용되기 어렵게 되었다. 예를 들어 걸핏하면 들먹이는 자유 또한 서구의 개인자유지상주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공동체적 자유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70년을 이어온 항미원조 전략유산은 밝게 빛난다.“라는 글에서 리둔츄 (李敦球) 교수는 중국의 한국전쟁 참전을 상기시키면서 중국인민은 사건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사건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不惹事也不怕事). 전쟁에는 전쟁으로 이를 끝내고(以战止战), 무력에는 무력을 통해서 이를 끝내고(以武止戈), 승리를 통해 평화를 얻고, 존중을 얻는다.“고 갈파한다.

71일 중공당 창건 100주년 기념식에서 시진핑은 다음과 같이 장엄하게 또 자신감에 충만한 어조로 선포했다.

 

중국 인민은 어떠한 외래세력도 우리를 업신여기거나 억압하거나 또 노예로 부리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하려는 망상을 가진 자는, 누구라도 반드시 14억 명이 넘는 중국 인민이 피땀으로 쌓은 강철 만리장성 앞에서 머리를 맞부딪치고 피를 흘리고 말 것이다! ....

중국공산당과 중국인민을 분할하고 대립시키려는 기도를 하려는 자는 어느 누구라도 이를 절대 이룰 수가 없다! 9,500만 중국공산당원들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14억 중국인민들이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

 

5. 맺음말

 

코로나의 범세계적 창궐을 계기로 인류사의 새 판짜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첫째, 350년에 이르는 자본주의와 정복주의가 융합된 제국주의의 패권주의 세계질서의 종말을 의미한다.

둘째, 사회주의를 표방하면서 아편전쟁 이후 서방으로부터 굴욕의 세기를 강요당했던 중국이 이끄는 지도주의(제국주의의 지배주의와 달리) 세계질서의 새로운 등장을 의미한다.

셋째, 세계의 주도적 경제형태가 사회주의적시장경제가 중심이 되는 혼합경제형태를 이루고 다수 유형의 자본주의 및 사회주의가 공존하게 될 것이다.

넷째, 국제질서의 규범인 <유엔헌장>이 명실 공히 존중되는 다자주의 세계질서가 펼쳐지면서 인류운명공동체 지향적이 될 것이다.

다섯째, 생명을 대거 앗아가는 전쟁으로부터 해방되는 평화생명권이 보편적 가치의 핵심이 되고 생존권이 중시되는 새로운 가치관이나 표준잣대 등이 등장할 것이다.

여섯째,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생태공동체를 범세계적으로 지향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