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기도

2021년 8월 29일 목회기도

by 김창희 posted Aug 29, 2021 Views 197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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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1-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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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가을이 기적 같이 왔습니다. 끝없이 계속될 것 같던 뜨거운 하늘의 기세가 이제 완연히 한 고비 넘었고, 따가운 햇볕에도 선선함이 배어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의 광풍 속에서도 이 나라 방방곡곡에서 낟알들이 힘차게 영글어 가기 시작했습니다. 햇볕과 바람 속에 생명의 기운을 한껏 북돋워 주옵소서. 이 가을의 수확을 감사함으로 받아 그것을 저희의 생명으로 이어가겠습니다. 그렇게 한 생명이 다른 생명을 낳는 연쇄가 하나님의 기적임을, 우리의 공로는 아무 것도 없는 가운데 당신께서 이뤄주시는 기적임을 저희가 이 가을에 깨달아 알게 하옵소서.

 

하나님, 저희가 또 이 계절에 기적처럼 귀한 손님을 받았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형제들입니다. 이들의 공수작전 명칭이 바로 기적이라는 뜻의 미러클이라고 합니다. 제국주의와 종교근본주의가 대립하고, 테러와 보복공습으로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보다 못한 고향 땅을 떠나 그들이 나그네로 우리에게 왔습니다. 그들을 환대하겠습니다.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와 삼촌 이모들이 독일에 광부와 간호사로, 브라질에 농업 이민으로 각각 살 길을 찾아 갔을 때 현지의 선한 이웃들로부터 도움 받은 것을 기억합니다.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하와이와 쿠바의 사탕수수 농장에 농업노동자로 팔려 가 일할 때, 또 중앙아시아 동토의 움집에서 한겨울을 날 때 강인한 생명력 속에서도 안타까이 도움의 손길을 기다렸던 일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더 윗세대들이 19세기에 가난과 가렴주구를 피해 만주 벌판을 유리걸식하던 경험도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때 우리 하나님께서 이들을 지켜주시고 자립자강케 하여 한민족의 삶이 이어지게 하셨습니다.

 

이렇게 복잡다단한 역사적 경험 위에서 저희가 아프가니스탄 형제들을 받아들입니다. 때로는 우리 조상들이 졌던 역사의 빚을 갚는 심정으로, 때로는 우리 선대가 겪었던 아픔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그들을 환대하겠습니다. 그럴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런 기회를 통해 염치 있는 나라로, 역사의 정의를 향해 나아가는 민족으로 살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런 저희의 노력이 하나님께서 이루고자 하는 생명과 정의와 평화의 큰 길로 이어지도록 인도해 주옵소서.

 

하나님, 저희가 누군들 나그네의 삶을 피해 갈 수 있겠습니까? 이 세상 가는 길 자체가 나그네 길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그 도상에서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나고, 온갖 시험으로 가득 찬 광야를 거치며, 코로나 같은 광풍이 불어 큰 물결 치는 바다도 지날 터이니, 그 과정에서 저희를 실족하지 않게 붙들어 주옵소서. 저희가 누구에게 빌겠습니까? 저희 향린 교우 한 사람, 한 사람을 매일 그들이 가는 순례의 길 현장에서, 저희 향린공동체를 이 쉽지 않은 전환의 시기에,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를 이 코로나19 역병의 습격에서 각각 지켜주시고 건져주옵소서. 저희가 오직 당신께 의지하고 비오니 새 길을 열어 보여주옵소서.

 

하나님, 저희가 이렇게 계절을 보내고 맞는 가운데 저희가 새 가족을 맞는가 하면, 사랑하는 가족을 당신 곁으로 떠나보내기도 합니다. 생명을 주시는 이도 하나님이요, 생명을 거두시는 이도 하나님이심을 저희가 다시금 고백합니다. 지난주에는 김광열 장로의 부친이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그 영혼을 거두시고, 영결하며 애통해하는 가족들의 마음을 위로하사 하늘의 소망을 더욱 굳건히 하게 하옵소서. 저희 모두도 이 공동체 안에서 늘 하나님의 생명 사건에 함께 하며 부활의 증인이 되게 하옵소서.

 

이제 저희의 입을 닫고, 당신을 향해 저희의 귀를 엽니다. 저희의 아둔함과 부족함을 고백하며 당신의 지혜를 구합니다. 이 시간 저희 마음에 성령의 가르침으로 함께 하셔서 새 힘을 얻게 하옵소서.

 

(침묵)

 

 

하나님께서 저희에게 매일매일 이루어 주시며, 그리고 저희를 통해서도 이루어 가시는 기적에 감사하며, 저희의 뜻을 모아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