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평화 선언 운동을 시작하는 한국기독교장로회의 다짐)
평화의 교회로 거듭나자!
“지금은 어둠 속에 있지만, 주님께서 곧 나의 빛이 되신다.” (미가 7:8)
우리 사회는 전쟁의 상처와 분단의 질곡으로 인해 어둡고 고통스러운 세월을 보냈습니다. 3년 전 <판문점 선언>에서 시작된 평화의 바람도 이젠 그치고, 대립과 갈등이 일상화된 정전(停戰) 체제의 암울한 상황으로 되돌아갔습니다. 한국 정부는 종전(終戰)을 말하면서도 군비 증액과 전쟁연습을 계속하고, 북은 제재와 압박에 대해 미사일 발사로 대응함으로써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등 한반도 주변국 사이에 격화되는 갈등은 현재 남북의 교착상태를 넘어 자칫 신냉전으로 고착될 위기 요인이 되었습니다. 남북의 적대관계를 끝낼 평화의 전망과 각별한 대책이 절실합니다.
한국기독교장로회(이하 ‘기장’)는 앞으로 나아갈 길이 그리스도의 용서와 화해를 실천하는 ‘평화의 교회’에 있음을 믿습니다. 우리는 한국교회가 정전체제의 한계 속에서 증오와 대립의 포로로 살아온 것을 참회하며, 지난해 106회 총회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힘쓰는 교회로 거듭날 것을 다짐했습니다. 이에, 한국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이 되는 2023년 7월까지 ‘한반도 종전평화선언 서명운동’을 범 교단적으로 펼치기로 결의했습니다. 기장에 소속된 1,600여 교회를 섬기는 성도 10만 명 서명운동을 펼침으로써, 한국 시민사회와 세계교회가 함께 전개하는 ‘한반도 종전평화 캠페인(KPA)’에 흔쾌히 참여하려는 것입니다.
기장 교회가 펼쳐갈 ‘한반도 종전평화선언 서명운동’은 이 땅을 살아가는 신앙공동체가 평화의 교회로 거듭나려는 다짐의 표현입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두 가지 결의를 소개하며, 이 운동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를 밝힙니다.
첫째, 제106회 기장 총회는 ‘남북화해를 위한 북녘에 두고 온 재산권리 포기 선언문’을 채택했습니다. 이는 성서가 요청하는 ‘희년 정신’(레 25:23)에 따라, 분단체제가 양산한 대립과 증오의 역사를 깨끗이 청산하고 한반도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 일하고자 하는 선언입니다. 기장 교회는 이 ‘선언’을 제104회 총회 결의로 2년간 연구/준비하였고, 제106회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이로써, 한국교회 일각에서 집착해온 세력 확장식의 ‘북한선교’와 거리를 두며, 통일 한반도를 향한 남북의 신뢰구축에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이 상징적 실천이 실질적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둘째, 기장 교회는 분단체제를 녹여낼 기도와 운동의 거점으로 DMZ 인근에 ‘화해와 평화의 교회’ 건립을 계획한 바 있습니다. 이 계획이 현실화되도록, 제106회 총회는 두 가지 추가 결의를 했습니다. 하나는 ‘종전평화선언 서명운동’에 참여한 이들이 참가헌금(1만원)을 하여 교회 건축의 토대를 쌓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이 운동을 추진할 ‘노회별 협력위원’을 파송 결의함으로써 교단 전체가 함께하는 운동이 되도록 한 것입니다. 기장 교단에 속한 28개 노회가 협력하여,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합심하여 기도하고 일할 것입니다.
기장 교회는 우리의 ‘한반도 종전평화선언 서명운동’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세계교회협의회(WCC)와 에큐메니컬 협력 속에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우리는 2023년 7월 27일 이전에 ‘종전선언’이 이루어지도록 기도하며, 우리의 기도와 활동이 오는 9월에 있을 WCC 제11차 총회를 통해 세계 그리스도인들에게 전달되어 ‘평화협정’ 체결 동력으로 확대되기를 희망합니다. 종전선언을 넘어 한반도에 평화가 온전히 정착될 때까지 하나님께서 우리 앞길을 인도해주시기를 기원합니다.
2022년 2월 8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김은경
평화통일위원장 김희헌
총무 김창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