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기도

목회기도 | 종려주일 | 세월호 기억주일 | 강은성 장로

by 가을하늘 posted Apr 10, 2022 Views 225 Replies 0
Extra Form
날짜 2022-04-1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세상을 주관하시는 하느님,

개나라, 진달래, 산수유, 목련에 이어 이제 벚꽃까지, 3년째 접어드는 코로나 상황에서도 봄은 역시 봄입니다. 봄보다 더 위로가 되는 것은 이렇게 교우들이 만나 예배드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대면 예배를 가장 기다렸을 60세 이상의 교우들도 어서 함께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생명의 하느님,

여름과 겨울에 계속되는 이상 기온으로 인해 체감하는 기후위기, 기후재난으로부터 가족과 이웃, 뭇생명을 지키기 위한 기후정의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탄소국경세와 같은 무역장벽도 생겨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차기 정부는 탄소중립 정책은 없고, 오히려 30km 안에 380만 명이나 사는 부산의 40년 된 고리원전 제2호기의 수명을 연장해  다시 가동하겠다고 합니다. 우리 자신이, 우리 교회가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하며 실천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주옵소서

약한 이들의 하느님,

기술의 발전과 자본의 발전 전략에 의해 플랫폼 노동, 투잡·쓰리잡을 하며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하는 불안정 노동자들이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여성, 장애인 등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공격이 노골화되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사회적 연대의 손을 굳게 잡고 노동과 인권이 존중되는 평등사회를 향해 나아갈 수 있기를 간구합니다.

해방의 하느님,

오늘은 종려주일입니다. 이집트 노예 생활에서 해방을 기념하는 이스라엘의 민족 기념일 유월절이, 예수의 고난과 죽음의 고난주간을 거쳐 실존과 구조로부터 인간 해방을 몸으로 선포한 부활절로 변화하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죽음의 공포로 예수를 부인하던 베드로를 경험할 일은 줄었지만, 생활의 버거움과 불안, 고립과 무력감에 악과 정의에 둔감해짐으로써 우리 일상의 평범한 행위가 악의 손발이 되지 않도록 깨어 있기를 기도합니다.

오늘은 또한 세월호 기억주일입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도 벌써 8년이 흘렀습니다. 여전히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생명 존중과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고,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작은 일이라도 함께할 수 있도록 우리를 인도하여 주옵소서.

향린교회를 세우신 하느님,

6.25 전쟁의 참화가 막바지에 이르렀던 1953년 5월, 30대 초반의 청년들을 통해 세우신 향린교회가 내년이면 창립 70주년을 맞이합니다. 돌아보면 우리 개개인의 삶과 향린교회의 역사에서 늘 우리와 함께하신 당신의 자국을 발견하며 깊이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10년을 주기로 교회의 미래를 조망하고 교계와 사회에 의제를 제안했던 다른 때와 달리 70주년은 사회의 변화와 내부 갈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아 교회가 많이 쪼그라들고 역량도 부족한 상태입니다.

마음의 불안과 상처, 경제적 어려움, 무관심과 외로움, 관계의 무게로 위로와 도움이 필요한 교우들에게 위로가 되지 못했습니다.

이해와 지원, 응원과 협력이 필요한 이들에게 꼰대가 되기도 했습니다.

교회 민주주의를 실행한다고 하면서 예수의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조금 다르면 비난하고, 조금 틀렸다고 생각하면 아주 돌아서기도 했습니다.

새 예배당을 훌륭하게 짓고자 노력하면서도 예수를 따르는 이들의 모임인 보이지 않는 교회를 세우는 데는 그만큼 절박하지 못했습니다.

하느님, 지금 우리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 이대로 당신께 드립니다.

창립 70주년을 계기로 우리 자신을 깊이 성찰하며 신앙의 넓은 품으로 서로 위로, 격려하며, 당신이 비추신 미래로 함께 나아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우리의 앞길을 열어 주옵소서.

우리를 눈동자와 같이 살피시는 하느님,

연로하신 교우, 몸과 마음이 아픈 교우, 군복무 중인 교우, 여러 가지 이유로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교우, 온라인으로 예배에 참여하는 교우, 향린의 모든 교우들에게 몸과 마음, 믿음의 강건함을 허락하여 주옵소서.

예배하는 이 시간, 기도와 찬양, 하늘뜻 펴기를 통해 당신이 주시는 은혜를 받아 새로운 한 주, 예수의 길을 따라 힘차게 살아갈 수 있도록 축복하여 주옵소서.

이제 우리의 입을 닫고 우리의 귀를 엽니다. 말씀하옵소서. 

69년 동안 우리 향린의 역사와 함께하신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