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기도

2022년 4월 24일(부활절 두번째 주일) 목회기도

by 김창희 posted Apr 24, 2022 Views 251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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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2-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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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저희가 오늘을 부활절 두 번째 주일로 지킵니다. 부활하신 예수께서는 스스로 이 세상의 평화가 되셨고, 우리에게 평화를 빌어주셨습니다. 우리가 그 은혜에 힘입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일상의 호흡 속에, 우리의 들숨과 날숨 속에 그리스도의 평화가 살아 숨쉬기를 이 주일 아침에 기도합니다.

 

하나님, 평화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 있다는 것을 저희가 최근에 깨달았습니다. 코로나로 2년 이상 깨어졌던 일상이 조금씩 복구되고 있습니다. 작은 인연과 만남은 공기와 같고 물과 같아서 평소에 깨닫지 못했지만 이제 그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확실히 알았습니다. 다시는 작고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게 하시고, 저희가 다시 찾은 일상의 평화를 축복하여 주옵소서.

 

하나님, 그렇지만 이 세상의 다른 한편에서는 일상의 평화가 전쟁으로 깨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우크라이나에서 들려오는 전쟁의 참화가 우리의 가슴을 짓누릅니다. 살인과 약탈과 강간, 전쟁의 전형적인 악폐들이 21세기 대명천지에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전쟁의 광기는 그곳 사람들의 일상은 물론, 생명까지 앗아가고, 이 참화는 지구 곳곳에 일파만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저희가 함께 기도합니다. 우크라이나에 전쟁과 죽음을 넘어 평화의 길을 열어주옵소서.

 

평화는 상생이기도 할 터인데, 그런 상생의 가치도 이 땅에서 깨지고 있습니다. 왜 우리 현실은 죽기 아니면 살기이고, 동지 아니면 모두가 적일 뿐인지요? 을지로 OB베어 사태가 그렇습니다. 한쪽에서 행정당국은 이곳을 백년가게미래유산으로 지정했지만, 다른 한쪽에서 건물주는 상권 장악을 위해 백년가게를 내쫒는 모순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힘없는 자들과 공존하는 일이 그토록 어려울까요? 하나님, 을지로 OB베어의 작은이들을 어루만지시고, 이곳에 상생과 공존의 평화를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하나님,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합니다. 며칠 전, 남과 북의 정상이 친서를 교환했습니다. 아쉽지만 두 정상이 서로의 수고를 평가하고 격려하며 새로운 평화의 기운을 기원한다는 다짐에 마음이 짠해졌습니다. 진작 그렇게 직접 대화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20186월 싱가포르와 20192월 하노이는 왜 그리도 먼 거리에 있었던지요? 동상이몽의 꿈은 일거에 날아가고, 아직도 한반도의 평화는 암중모색일 뿐입니다. 하나님, 남과 북의 한 사람 한 사람과 지도자들이 화해와 일치의 정신을 회복해 평화와 통일의 대도로 나아가도록 이 불쌍한 땅 한반도에 함께 하옵소서.

 

하나님, 우리 향린교회도 불쌍히 보시옵소서. 지난 수개월 저희는 많은 갈등과 번민 속에 있었습니다. 우리가 한반도와 지구공동체에 깃들기를 기원한 일상과 상생의 평화가 정작 우리 안에선 설 자리를 찾지 못했습니다. 이율배반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우리 공동체의 유지와 관리에 크고 작은 책무를 진 이들 사이에 갈등이 있었습니다. 그 갈등은 여러 가지 여파를 낳았고 그 파장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창립 70년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제 자신의 주장들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함께 자신의 주장들을 내려놓는 하심(下心)이 필요한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야말로 갱신의 때가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하나님, 사람의 성내는 것이 하나님의 의를 이루지 못한다는 말씀을 기억합니다. 저희의 성냄이 자칫 하나님의 진노를 불러올까 두렵습니다. 그때에 인간의 법정은 무력할 뿐입니다. 하나님의 법정에서 우리 각자의 형량은 얼마가 될지 심히 두렵습니다. 그렇게 되기 전에 저희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노력하겠습니다. 최악의 지점에 이르기 전에 이 상황을 정리해 나가는 과정에 함께 하셔서 하나님이 주시는 지혜로 하나님의 질서를 찾아가도록 붙들어 주시길 간절히 마음 모아 기도합니다. 향린을 불쌍히 보시옵소서.

 

이렇게 저희의 연약함과 완악함을 고백하면서 당신의 지혜를 구합니다. 이제 저희의 입을 닫고 마음을 비웁니다. 그 빈 자리에 성령으로 함께 하셔서 저희를 채우시고, 향린공동체와 한반도와 이 작고 연약한 지구별을 보살피고 축복해 주옵소서.

 

(침묵)

 

 

부활하셔서 우리에게 평화를 주시고 그 평화 속에 우리를 늘 새롭게 하시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