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초록의 향기가 온 땅 가득한 유월 첫째 주,
향린 교우들이 한 주의 일상을 벗어나 이렇게 모여 함께
예배드릴 수 있게 하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영이 강림하여 교회가 시작된 날을 기념하는 성령 강림 주일입니다.
‘하느님의 영으로 인도함을 받는 사람은, 누구나 다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자녀이면서 상속자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영광을 받으려고
그와 함께 고난을 받으면, 우리는 하느님이 정하신 상속자요,
그리스도와 더불어 공동 상속자입니다.’라는 바울의 말씀을 묵상합니다.
성령이신 하느님!
하늘과 땅이 연결되고 하느님의 영이 사람에게 임한 오순절,
교회 공동체가 경험한 성령 강림 사건은
소통과 단절, 반목과 갈등으로 점철된 비극적인 역사를
하느님의 평화 상태로 되돌리는 치유와 회복의 과정이며
이웃의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하늘을 향해 부르짖는 사람들이 하나임을 확인하는 사건입니다.
우리 향린 공동체가 진리의 영으로 인도받아
사회와 역사의 좌표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인도하여 주옵소서!
생명이신 하느님!
자연과 함께 소박하게 살아왔지만,
삶의 터전이 풀 한 포기 없는 사막으로 점점 변하면서
고향을 등지고 정처 없이 떠도는 기후난민이 있습니다.
이들과는 상관없는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더 많이 소비하고, 더 편하고, 더 풍족한 삶을 위하여
더 많이 만들고, 쓰고, 버리는 욕망을 부추기는 문명은
인류와 지구를 시름시름 병들게 하는 원죄입니다.
더 적게 쓰고, 좀 더 불편하고, 스스로 가난해지는 것이
우리가 알지 못하고 지은 죄를 회복하는 것이라 믿습니다.
교회의 주인이신 하느님!
하느님의 말씀을 통해 삶이 갱신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그리스도 안에서 교우 간의 만남과 사귐이 있는 자리이며
아픔을 겪는 이웃에게 손을 내밀어 평화를 일구어내고,
그래서 당신의 무한한 은총 아래 자유의 기쁨을 맛보는 곳, 교회입니다.
오늘 오랜만에 얼굴을 맞대고 교회 일을 논의하는 제직회가 있습니다.
평신도 교회를 가꾸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시간, 우리가 하는 노력의
십 분의 일, 열정의 십일조가 필요합니다.
교회의 일꾼들이 그 맡은 소명을 다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옵소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교회 학교를 위해 애쓰고 계신 선생님들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말없이 묵묵히 수고하는 손길과
아름다운 찬양과 멋진 가락으로 수고하는
성가대와 예향의 정성을 기억하여 주옵소서!
많은 신앙의 선배분이 병상에서 신음하고 계십니다.
말할 수 없이 힘든 시간에 당신의 크신 위로와 평강이 함께 하여
굳건히 이겨 낼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김희헌 목사님이 들려주시는 하늘 뜻과
숲이 만드는 기적이라는 오기출 이사님이 전하는 말씀을 통해
생명과 환경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시간이 되게 하옵소서!
이제 고요함 속에 은밀히 말씀하시는
당신의 음성을 듣겠습니다.
말씀하소서!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고, 또 우리 안에 계실 것이라는
생명의 말씀을 주신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