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반석이요 희망이신 하나님!
하나님만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 예배에 나왔습니다. 성경을 통해, 예수님을 통해, 우리에게 바른 삶을 가르쳐주신 하나님! 그 가르침에 따라 우리는 모두 예수님을 닮기 원합니다.
그러나 막상 우리의 일상을 돌이켜보면 부끄러움뿐입니다. 세상일에 마음을 빼앗겨 하나님의 일을 돌아보지 않았고,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일이 곧 주님께 한 일이라는 말씀도 실천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번번이 외면하고 지나쳤습니다. 세상의 제도와 관행으로 인해 삶이 편안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이 짓눌리고 꿈이 작아지는 사람들을 위로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아직 자기중심적인 삶의 양식을 고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잘못을 용서해 주십시오.
낮은 곳에 오셔서 고통 받는 민중과 함께 하시는 하나님!
이 땅에는 갈릴리의 민중들처럼 하루하루 일용할 양식을 위해 기도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고, 요셉과 마리아처럼 잠 잘 곳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열두 살 외동딸이 죽어가던 야이로처럼, 12년 동안 혈루증을 앓던 여인처럼, 생명과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주님께 매달리며 간절히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몹쓸 병에 걸렸다고 마을에서 쫓겨난 문둥병자들처럼, 바른 말 했다고 감옥에 갖혔다가 끝내 죽임을 당한 세례 요한처럼, 차별과 탄압 속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2천 년 전에 갈릴리에서 고통을 겪던 민중이, 오늘날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고 하는 이 땅에도 여전히 있습니다.
우리는 안병무 선생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민중’을 다시 발견하고자 합니다. ‘민중신학’을 통해 서양신학과 추상화된 교리의 영향에서 벗어나고자 했고, 청계천의 봉제공장에서 재봉틀을 돌리다가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며 분신한 전태일에게서 민중 예수를 발견한 그의 신학적 안목을 배우고 싶습니다. 예수는 대학 강단과 연구실에서 탐구의 대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받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 속에 계시다는 것을 다시 발견합니다. 예수는 제도권 교회의 교리와 설교보다는 소외당한 사람들이 거주하는 ‘성문 밖’에서 그리스도 사건을 일으킨다는 이야기도 되새겨봅니다. 한국에서 예수 사건이 줄기차게 일어나고 있음을 제대로 보기 원합니다.
바울이 디모데에게 했던 말을 귀 기울여 듣습니다. “그대는 말씀을 선포하십시오. 기회가 좋든지 나쁘든지, 꾸준하게 힘쓰십시오. 끝까지 참고 가르치면서, 책망하고 경계하고 권면하십시오.”(딤 4:2)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일을 멈추지 말라고, 기회가 좋든지 나쁘든지 꾸준히 힘쓰라고, 끝까지 참고 가르치라고, 책망하고 경계하고 권면하라고 한 말을, 주님이 우리에게 당부하는 말씀으로 새겨듣습니다. 우리가 이것을 실천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하나님, 우리 예배를 기쁘게 받아주십시오. 마음과 뜻과 정성을 다해 하나님을 섬길 수 있게 인도해 주십시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주님 앞에서 예배드리는 모든 이들을 주님의 따뜻한 품으로 품어주십시오. 각자의 형편에 따라 성령의 위로를 받고 평안을 누리기 원합니다. 은혜를 베풀어 주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교회의 일꾼으로 수고하는 모든 이들을 기억하시고 복 주시길 원합니다. 말씀을 전하는 목사님과 성가대와 예향과, 같은 목소리로 찬양하고 성심을 다해 기도하는 교우들에게 주님이 듣고 계심을 확신할 수 있게 은혜를 내려주시길 원합니다. 이제 종의 입을 닫고 주님의 말씀을 듣겠습니다.
민중과 함께 사건을 일으키시는 우리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