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믿음 다시 모아 새로 심는 향린 70
(사 63:7~9, 히 2:10~18, 마 2:13~23)
2023.01.01. 성탄절 2, 새해주일
오늘은 성탄절 둘째 주일이자 새해주일입니다. 그리스도의 성탄을 열쇠로 삼아 새해를 열어가라는 의미처럼 느껴집니다. 오늘 성서 본문은 그리스도의 오심을 고난과 연결지어 설명합니다. 함께 읽은 이사야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들이 고난을 받을 때에 주님께서도 친히 고난을 받으셨습니다.” (사 63:9) 히브리서는, “하나님께서는 구원의 창시자를 고난으로써 완전하게 하셨다”라고 말합니다. (히 2:10) 마태복음의 이야기는 예수의 탄생이 죽음의 위협과 피신으로 이어진 고난의 삶이었음을 말해줍니다.
이렇게 성서는 모두 그리스도의 오심을 고난과 연결지어 말합니다. 성탄의 신비가 ‘하나님이 우리 가운데 계시는’ 임마누엘이라면, 그것은 달리 말하여, 하나님이 우리의 고통을 함께 느끼신다는 것이요, 그것이 우리를 죽음의 공포로부터 해방하여 준다고 말합니다.
성서는 이렇게 모든 생명의 분투가 고난 속에서 이뤄진다는 사실을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기독교 신앙을 마치 ‘고난이 없는 축복’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것은 관념종교의 헛된 약속에 가까울 것입니다. 생명이 생명으로 존재하는 한 고통과 고난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고난은 생명의 바탕이요, 여기에서 벗어날 생명의 예외는 없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에게서 왔고, 하나님에게서 나온 생명은 생명의 의무를 갖습니다. 그리스도 역시 ‘고난으로써 완전하게 되었다’라고 성서는 말합니다.
고난을 극복하기 위해 땀 흘린 수고가 생명을 씻어주고, 타인의 고통을 대신 지는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할 때 삶은 고귀해집니다. 반대로 고난이 없는 삶은 부패하고, 고난을 남에게 떠넘기려는 데에서 모든 죄악이 싹틉니다.
우리는 고난 속에서 믿음과 삶의 진실을 배워갑니다. 히브리서는 그리스도께서 “먼저 몸소 시험을 받고 고난 당하셨다”라고 말하고, 고난을 겪은 그분이 “시험을 당하는 사람들을 도우실 수 있다”라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리스도께서 대제사장이 되셔서 우리를 죽음의 공포로부터 속량시키셨다고 선언합니다. 이것은 교회가 오래 지켜온 믿음입니다.
새해를 맞으며 우리가 품어야 할 것은 이 믿음입니다. 우리는 죽음의 공포에 지배당하지 않고, 하나님께서 새롭게 창조하시는 생명의 길을 따라 살아가야 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고난에 함께 하시고, 죽음의 권세를 이기게 해 주실 것입니다.
올해는 세 가지 70주년이 겹친 해입니다. 한국전쟁이 중단된 정전협정 70주년이요, 우리 교회의 창립 70주년이자, 우리 교회가 속한 기장 교단의 창립 70주년입니다. 우리 교회는 올해 예배당 신축과 함께 많은 꿈을 품고 있습니다. 그 마음을 모아 표어를 정했습니다. “작은 믿음 다시 모아 새로 심는 향린 70”
교회를 창립 지 70년, 짧지 않은 기간입니다. 그간 어려움과 시련도 많았고, 좌절도 있었습니다. 이 모든 교회의 영적인 여정에는 어두운 밤이 있었지만, 그 안에는 참된 것에 관한 열망과 추구가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은, 교회의 참된 리더십은 그리스도 한 분뿐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리스도의 영이 우리 안에 일하시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그것을 깨달을 때까지 우리는 어두운 밤을 지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잠정적인 혼란도 영적 여정의 한 차원이라는 점일 것입니다. 거기서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 경험이 하나님에 대한 신뢰와 서로에 대한 신뢰를 만들어줄 것입니다.
이제 새해로 나아갑니다. 주님께서 우리의 발걸음을 인도해주시기를 기원합니다. 우리 모두의 삶이 두터운 사랑으로 생명이 가득한 곳이 되고, 우리 공동체도 작은 믿음을 하나씩 모아서, 향린의 꽃밭을 새로 심어가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 속에서, 우리 안에 자연스러운 겸손이 자리 잡고, 어린아이와 같은 순진함이 퍼져가도록, 함께 힘을 모아 소박한 섬김과 봉사를 넓혀가야겠습니다. 향기로운 이웃이 되고자 하는 꿈이 이루어지도록, 맑은 공기 가득한 숲과 같이, 생수가 흘러넘치는 샘물과 같이 마음이 맑아지는 우리 모두의 삶과 교회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침묵으로 기도합시다.
[파송사]
새해로 나아갑니다. “작은 믿음 다시 모아 새로 심는 향린 70,” 이 기도를 안고 우리 모두 나아갑니다. 새로운 시간에는 새로운 고난이 있겠지요.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고난 속에 우리와 함께하시고, 고난을 통해서 우리를 굳게 세워주실 것입니다. 주님이 우리의 발걸음을 인도해주실 터이니, 믿음으로 새해를 펼쳐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