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기도

목회기도 | 사순절I / 3.1절 기념주일

by 가을하늘 posted Feb 27, 2023 Views 219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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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3-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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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어깨가 움츠러드는 꽃샘추위와 마음이 따뜻해지는 연록의 새눈이 교차하는 2월 마지막 주, 향린의 식구들이 당신 앞에 모였습니다. 기도하며 공생애를 준비하시던 광야의 예수와 공생애의 마지막, 고뇌와 고난의 십자가의 예수를 몸과 마음으로 되새기는 사순절의 첫 주, 마음과 뜻과 정성을 모아 예배를 드립니다. 기쁘게 받아주옵소서.

 

요즘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만큼 발전했다고 자부했던 민주주의와 한반도의 평화가 몇 달 만에 무너져 내리는 상황을 속절없이 바라봅니다. 작년 합계 출산율 0.78명. 이 한 몸 건사해 나가기도 힘든 청년들의 현실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불안을 반영한 숫자이기에 더욱 아픕니다. 높은 물가와 금리로 자영업자와 임금생활자, 개인과 가계의 경제생활도 팍팍합니다. 어디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지 막막합니다. 주님 우리를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힘없고 보잘 것 없는 이들을 통해 세상을 이끌어 가시는 하느님, 

1980년대 총칼로 나라를 짓밟았던 군사독재에서 이제는 법의 탈을 쓴 검찰독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주요 공직을 검사들이 차지하더니, 간첩을 양산하고, 노동자를 진압하며, 법의 이름으로 국민을 겁박합니다. 나라 일을 농단합니다. 

 

다시 찾아온 어둠과 광기의 시대에 향린교회가 빛과 소금, 시대에 위로가 되는 따뜻하고 넓은 품이 되기를 간구합니다. 먼저 우리가 교회 안에서 서로 돌보며 위로가 되고, 더 나아가 고난 당하는 이들의 이웃이 되길 기도합니다. 기후위기로 고난당하는 자연에게도 향기로운 이웃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자신이 상처받은 치유자가 되어 평신도 목회의 주체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약자들의 하느님, 

대우해양조선의 하청노동자, 화물연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 배달 노동자 등 플랫폼 노동자, 

많은 불안정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란봉투법’이 2월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2003년 1월 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 열사가, 파업에 대한 보복으로 회사의 67억 원이나 되는 손해배상소송과 가압류 때문에 6개월째 월급을 받지 못하다 분신하여 세상을 떠난 지 꼭 20년 만의 일입니다. 헌법에 명시된 노동 3권에 불법의 딱지를 붙이고, 노동자 개인에 대해 거액의 손해배상소송을 걸어서 노동자의 기본권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봉쇄하는 이 야만의 시대가 이번 노란봉투법 개정을 통해 끝나기를 원합니다. 

 

향린교회를 세우신 하느님,

올해는 교회 창립 70주년의 해입니다. 1953년 일군의 30대 청년들이 한국전쟁에 지친 이 땅에 향기로운 이웃이 되고자 세웠던 그 향린이 70년이나 됐습니다.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인도해 주신 당신께 감사드립니다. 향린이 그 어려움을 뚫고 여기까지 왔지만, 지금이 가장 어려운 시기인 것 같습니다. 창립 70주년 기념 사업을 통해 “작은 믿음 다시 모아 새롭게 태어나는” 향린이 되고, 세대와 생각의 차이를 넘어 주님의 넓은 품에 하나가 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간구합니다. 준비하는 손길에도 함께하여 주옵소서. 

 

2021년 6월 마지막 날, 여기에서 몇 걸음 떨어져 있지 않은 명동의 예배당에서 수요 예배를 끝으로 광야생활을 시작한 지도 벌써 1년하고도 8달이 됐습니다. 예배당을 완성하기 위해 끝까지 애쓰는 건축위원회와 교우들이 지치지 않도록 지혜와 용기를 주옵시고, 광화문 시대를 새롭게 열고자 노력하는 미래선교연구위원회 교우들의 활동에도 함께하옵소서. 

 

위로의 하느님,

수십 년을 교회에서 함께 신앙생활을 해 온 연로하신 선배교우들의 손을 따뜻하게 잡을 수 있어 감사합니다. 선배 교우들의 연로하신 몸과 마음, 믿음을 지켜 주옵소서. 향린의 현재와 미래의 주인인 청년들과 함께 예배드릴 수 있어 감사합니다. 향린청년들의 현재와 미래를 보살펴 주옵소서. 온라인-오프라인으로 오늘 이 예배에 함께 하는 모든 이들이 예배의 순서 순서를 통해 하늘에서 내리는 은혜와 위로를 체험하고, 당신의 길을 다시 힘을 내어 따라가겠노라 결단하는 시간이 되게 하옵소서. 

 

이제 우리의 입을 닫고 귀를 엽니다. 말씀하옵소서. 

 

2000년 전 우리에게 본을 보이시며 앞서 가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