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성령강림절 첫 주일, 향린가족이 예배를 드리러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모였습니다. 크고 작은 세상살이에 치이다 보면 당신을 잊고 사는 때가 많습니다. 한 주를 돌아보며 단편적인 감정의 조각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서 구체적으로 하느님의 정의와 사랑, 생명과 평화를 성찰하는 한 시간 되기를 간구합니다.
평화의 하느님,
6.25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며 전쟁의 참상이 더 심해져 가던 1953년 5월 17일, 이 땅에 평화를 기원하며 30대 청년들이 세웠던 향린교회가 이제 70년이 되었습니다.
지금 한반도 이 곳에는 2000년 전 예수께서 선포하시고, 70년 전 향린의 창립자들이 꿈꿨던 예수의 평화가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합니다. 한반도에서는 한국-미국-일본과 북한-중국-러시아가 말과 군사훈련으로 부딪히는 신냉전 정세가 조성되어 혹여 국지전 정도는 벌어질 수 있지 않을까 국민들은 불안합니다. 미국의 힘을 숭배하고, 일본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혀 미국과 일본의 국제 돌격대가 된 것 같은 윤석열 정부 1년 만의 일입니다.
일본의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 방류 계획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 바다 생태계의 평화가 위협받고, 기후 위기로 인해 돌이키기 어려운 지구 위기의 시간이 6년밖에 남지 않았으며,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양극화가 심해져 비정규직·특수고용직 노동자, 농민, 자영업자 등 민중의 삶은 더욱 힘들어졌는데, 정부는 국민을 위한 대책을 세우기는커녕 검찰독재로 노동자와 사회운동을 탄압하고, 언론을 통제해 ‘로마의 평화’를 유지하려고 할 뿐입니다.
아, 주님, 이 시간, 당신의 평화를 갈구합니다. 우리는 답답하고, 안타깝고, 걱정스럽고, 슬프고, 화가 나서, 울분을 터뜨리지만, 이 세상을 어떻게 갈아엎어야 할지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를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향린교회를 세우신 하느님,
교회 창립 70주년의 해를 맞이했고, 멀리 있어 보이던 광화문 예배당 준공이 눈 앞에 다가왔습니다. “작은 믿음 다시 모아 새롭게 태어나는” 향린을 준비합니다. 세대와 생각의 차이를 넘어 온교우가 당신 앞에서 어린 아이와 같이 뛰놀 ‘70주년 축하 문화한마당’, 서로 위로하며 희망을 담을 ‘70주년 축하 연극공연’, 2030세대가 7080세대를 인터뷰하며 향린의 역사만큼이나 긴 세대를 잇는 ‘세대잇기’, 교우들의 생각을 알아보고 미래를 그려보는 ‘70주년 설문조사’, 예배와 국악선교의 토대가 되는 ‘국악찬송가 재발간’, 기후 위기에 개인과 가정, 지역과 교회에서 생태적 삶을 실천하고자 하는 ‘생태정의 선언’에 이르기까지 마음을 모아 준비하여 광화문 시대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광화문 시대 향린교회가 한국 사회와 이 세계에서 예수의 평화를 일구는 평화의 일꾼이 될 수 있도록 인도하옵소서.
위로의 하느님,
당신께 예배드리는 이 한 시간, 예배 순서 순서를 통해 몸과 마음, 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교우들이 하늘로부터 오는 위로와 평화를 맛보고, 향린교회가 미래를 열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얻기를 바랍니다. 연로하신 신앙의 선배님들부터 어린이, 영유아에 이르기까지 모든 향린가족을 보살펴 주옵소서. 향린가족 각자가 자신이 처한 삶의 자리에서 당당하게 주님의 평화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지혜와 용기를 허락하여 주옵소서.
이제 우리의 입을 닫고 당신의 세미한 음성을 기다립니다.
언제나 우리 삶의 원천이 되신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