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기도

2023년 8월 6일 목회기도

by 김창희 posted Aug 06, 2023 Views 140 Replies 0
Extra Form
날짜 2023-08-0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하나님, 저희가 요즘 2023년의 炎天을 지나고 있습니다. 많이 지치고 모든 것이 나른해지는 계절입니다. 그런 중에 뜻밖에도 날씨만큼이나 바닷물까지 뜨거워져서 바다가 해수목욕탕처럼 들끓기도 하고, 신림역에서, 서현역에서, 반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묻지마 흉기난동이 일어나며, 전국 곳곳에서 살인이 예고되는 등 세상이 온통 환난의 날의 모습입니다. 이런 난동을 막는다고 서울 도심 곳곳엔 장갑차가 등장했습니다. 이런 일은 단군 이래 처음이라고도 합니다. 세상이 과연 어디로 가는지, 이 세상에 과연 내일이 있기나 한 것인지 걱정스럽습니다.

 

하나님, 이 모든 환난의 바탕에 저희의 미욱함과 과욕이 자리 잡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기후위기도 창조질서를 뛰어넘으려다 인간이 자초한 것이요, 사회적 패악과 불안도 한국 사회의 끝없는 욕망의 뒤틀린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저희의 잘못을 나무라시되 저희를 파멸케 하는 벌을 내리지는 마시고 하나님의 새로운 질서, 빛의 세상을 찾아나가도록 길을 열어 보여주옵소서.

 

하나님, 이제 며칠 뒤면 저희가 光復節을 맞습니다. 일본제국주의의 식민지 세월 36년을 청산하고 빛을 다시 찾은 게 벌써 78년 전의 일입니다. 하나님, 저희가 되찾은 것이 과연 이 나라의 광명이요, 하나님이 주시는 질서의 빛이었는지요? 그 뒤 九折羊腸 길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지만 하나님의 질서는 요원할 뿐입니다. 터널의 끝 통일은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얼마나 더 암중모색을 해야 하나님의 정의가 펼쳐지는 정치, 자주하며 통일된 민족, 민족과 민족이 상생하며 공의로운 세계질서를 볼 수 있겠습니까? 저희가 이런 하나님의 빛이 펼쳐지는 것을 볼 수 있기는 하겠습니까?

 

하나님, 얼마 전 이 나라의 새로 지명된 장관급 인사 한 사람이 비판언론을 공산당의 신문과 방송에 비유했습니다. 자기가 싫어하는 대상을 이데올로기로 색칠하는, 박정희 시대에 횡행하던 냉전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질서는 여전히 멀고, 세상은 이렇게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대통령 일가와 거의 모든 장관들이 한국사회를 이끌고 가는 기관차이기는커녕 조롱의 대상일 뿐입니다. 이러다간 이 사회와 우리 민족이 하나님의 진노 이전에 스스로 어느 계곡의 낭떠러지로 무너져내려 파멸하거나, 이름 모를 진창에 처박혀 질식해 버릴 것만 같습니다.

 

하나님, 자멸의 길로 가고 있는 이 민족을 불쌍히 보시고 구원하옵소서. 바울 선생이 육신으로 내 동족인 내 겨레를 위하는 일이면 내가 저주를 받아서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질지라도 달게 받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바닥 모를 심연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이 민족을 슬픔과 고통의 바다에서 건져주옵소서. 저희가 그 도구가 되고자 하오니, 그 길을 알려주십시오.

 

하나님, 당신의 빛을 갈구하며, 다시금 간구합니다. 이 나라의 위정자들을 탓하기에 앞서 저희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 할 바를 찾아나가는 저희가 되게 하옵소서. 냉소를 넘어 얍복 강가의 야곱과 같이 적극적으로 하나님의 축복을 구하는 용기를 갖게 하시고, 때로는 남의 시선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과, 그리고 하나님과 무슨 약속을 했는지 늘 돌이켜 보면서 그 약속에 걸맞는 부끄러움을 갖게 하옵소서.

 

이 폭염이 사실은 우리가 자초한 것이라는 점에서 부끄러움을 느끼고, 사소한 불만으로 살인을 예고하는 이 전대미문의 상황도 사실은 우리 공동체 안에서 자라난 악마성이라는 점을 부끄러워하며,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위정자와 그의 집단도 사실은 우리 손으로 뽑았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먼저 부끄러워하게 하옵소서. 그 모든 부끄러움 속에서 먼저 회개하며 책임을 지고 새 빛을 찾아 평화의 길로 나아가는 저희들이 되게 하옵소서.

 

이제 이 무더위 속에 더 이상 늘어져 있지 않고 다시 한번 저희 자신을 추슬러 한 계절 넉넉하게 헤쳐나갈 힘을 간구하면서 저희의 입을 닫습니다. 침묵 속에 야곱과 같은 용기를 생각하며, 고요한 가운데 하나님과 맺은 약속을 묵상합니다. 저희 심령에 오시옵소서.

 

(침묵)

 

이 무더위 속에 한 줄기 청량한 바람으로, 이 어두운 세상에 한 줄기 빛으로 오신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