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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문

목회기도

목회기도 / 김창희

by 김창희 posted Sep 24, 2023 Views 195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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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3-09-24

오늘도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당신을 예배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허락하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이 한 시간을 한가위감사주일 예배로 드리며 새 힘을 얻고자 합니다. 저희의 감사와 예배를 받으시고 당신의 은혜로 함께 하옵소서.

 

하나님, 지난 주간을 돌이켜 봅니다. 권력자는 외국에 가서도 여전히 불통의 언어를 쏟아내고, 나라 안에서는 야당 당수가 내분 속에 구속될 상황에 처했습니다. 국회에서는 국무총리가 해임 건의되고, 과거 사법농단에 관여했던 현직 검사가 처음으로 탄핵됐으며, 급기야 대법원장까지 30여 년 만에 다시 임명안이 부결될 상황입니다. 그너라 어제는 거리에서 기후정의를 위한 시민들의 큰 행진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런 중에 교육 현장에서 목숨을 끊는 선생님들의 행렬은 안타깝게도 아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나님, 이렇듯 갈피를 잡기 힘든 세상에 저희가 살아갑니다. 이곳에 힘을 보태면 저곳에서 손을 내밀고, 그곳에 함께 하면 이번엔 다른 곳에서 세상을 뒤집을 것 같은 권력자의 맥락없는 말들이 쏟아집니다. 이 땅은 두더지잡기처럼 도처에서 불쑥불쑥 머리를 내미는 현안들로 가득 찼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함께 해야 할 일의 순서라도 정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하나님, 저희가 어디에서 당신의 정의를 외치고 희년을 선포해야 하겠습니까? 평화의 일꾼들이 지치지 않게 하시고, 당신의 권능으로 그들을 감싸 인도하옵소서.

 

하나님, 이런 분주함 속에서 이 시간은 세상이 아니라 저희 자신을, 그리고 저희의 존립과 행동거지와 낱낱의 생각들을 조용히 돌아봅니다. 돌이켜 보니, 저희의 모든 삶이 사실은 주님께서 주신 양식으로 말미암은 것이었습니다. 저희가 미처 깨닫지 못했습니다. 천지간에 미물 하나 만들어낼 능력 없는 저희들이지만 하늘과 땅과 바다의 뭇생명들을 마치 제 것인 양 마구 가져다 쓰고 먹고 마시면서 그것이 은혜로 주어진 것인 줄 미욱하게도 몰랐습니다. 성찬 때마다 <생명의 양식>을 부르면서도 저희 일상이 주님께서 해변에서 떼신 떡과 하늘에서 내려주시는 양식, 거기에서 시작되고 유지되는 것인 줄 심령 깊은 곳에서 깨닫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알면서 눈 감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눈 뜬 소경 같은 저희를 용서하옵소서. 이제 저희가 하나님 은혜를 돌아보는 삶을 살겠습니다. 함께 하옵소서.

 

스스로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이 되신 하나님, 당신의 독생자의 살과 피를 저희에게 나누셔서 당신과 연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그 연합의 터전 위에 당신을 기념하는 교회를 이렇게 내수동 새 터전에 세우도록 허락하셨습니다. 그러나 저희 마음이 완악하여 그리스도와 연합하고 형제자매와 하나 되는 길을 제대로 걷지 못했습니다. 알면서도 행하지 않는 저희를 용서하옵소서. 이제 저희가 자신을 돌아보는 삶을 살겠습니다. 함께 하옵소서.

 

하나님, 이제 받은 바 은혜에 감사하여 스스로 세상의 양식이 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희소해진 시대를 저희가 살고 있습니다. 입으로는 예수가 우리 안에 계시면 저마다 떡이고 잔이니 배고픈 사람은 다 이리 와 함께 들자고 하면서도 저희가 정말 누군가에게 떡이 되고 잔이 되고 있는지 돌이켜 봅니다. 값없이 받은 은혜를 다시 값없이 세상에 내어놓는 것이 주께서 가르치신 길이건만, 저희는 무엇이 그리도 아까운지 선뜻 내어놓지 못합니다. 주저하는 저희를 용서하옵소서. 이제 저희가 자신을 내어놓는 결단의 삶을 살겠습니다. 함께 하옵소서.

 

하나님, 이 안타깝고 어지러운 시절에 변혁의 신앙은 무엇을 양식으로 유지되며, 어떻게 그 자신 세상의 양식이 될 수 있는지도 돌이켜 봅니다. 저희가 말이 아니라 행실로, 주장이 아니라 실천으로, 허명이 아니라 실질로 선교의 삶을 살고 있는지 돌아봅니다. 이 거꾸로 가는 세상에서, 뉴스를 보는 것조차 괴로워 차라리 눈 감고 귀 막고 살겠다는 시민이 늘어나는 세상에서, 마음의 건강이나마 챙기기 위해 한국을 떠나겠다고 서슴없이 말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눈에 띄는 이 세상에서 과연 변혁의 신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요? 구시대의 지표는 무능하고 무용하나 새 푯대는 아직 찾아지지 않은 이 시대에, 저희는 자신도 설득하지 못하는 옛 구호만 입으로 되뇌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하나님, 게으른 저희를 용서하옵소서. 이제 저희가 새 시대의 실질적이며 실천적인 선교과제를 발굴하고 행동으로 옮기겠습니다. 함께 하옵소서.

 

하나님, 이제 저희는 새 예배당에서, 그리고 당신께서 허락하시는 새로운 선교의 지평, 새로운 가나안 땅에서 당신의 은혜가 넘치는 크고 작은 밥상공동체들을 마련하겠습니다. 그 자리에 함께 하셔서, 주님께서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에게 떡을 떼며 축사하실 때 그들의 눈이 밝아져 주님을 알아본 것 같이 새로운 과제를 찾아가는 저희도 축복하셔서, 그 도상에서 예수의 얼굴을 알아보게 하옵소서. 늘 마주 앉은 이들의 얼굴에서 예수의 형상을 찾아내게 하옵소서. 그리하여 매일의 삶이 하나님의 선교가 되고, 기쁨의 삶이 되게 하옵소서.

 

이제 부족한 저희의 입을 닫고 마음을 비웁니다. 저희 빈 마음에 오셔서 당신의 은혜의 말씀으로 채우시고 오늘의 양식을 내려주옵소서.

 

(침묵)

 

오늘도 새로운 가나안을 향해 가라고 촉구하시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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