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해방절을 맞아 통일을 그려 본다

by 통일둥이 posted Aug 17, 2018 Views 1980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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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해방절을 맞아 통일을 그려 본다

 

<칼럼>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

강정구 | unikoreauni@daum.net

승인 2018.08.16 09:43:29

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25881

 

 

올해 맞이한 해방절 73돌은 너무나 각별하다. 이제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길이 가시화 되는 역사의 전환기를 진정으로 맞이한 것 같다. 이 얼마나 벅찬 민족사의 새로운 출발인가? 이제 통일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그려야 할 때다. 이에 간단한 소회(素懷)를 밝혀 본다.

 

평화통일시대의 본격화

 

지난 4·27 판문점선언, 6·12 북미공동성명, 6·13 지자체 선거를 계기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본격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6·12 북미공동성명으로 외적인 탈냉전이 본격화되고, 4·27 판문점선언과 6·13지자체 선거로 내적인 탈냉전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경천동지할 변화이면서 역사의 아름다운 발전을 이끌어낼 강력한 추동력이 될 것이다. 곧 한반도에 본격적인 평화와 통일의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다.

 

외적인 탈냉전

 

6·12로는 무엇보다 한반도가 전쟁위기에서 벗어나 우리 7천만 민족의 생명권이 보장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절대 성역인 주한미군 철수 이야기가 미국 대통령과 미국 국방장관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왔다. 1976년부터 해마다 세계 최대 규모로 진행되던 한미연합 전쟁연습이 북측을 자극하는 도발적인 훈련이란 점을 시인하였고 또 중단한다고 했다. 바로 트럼프 대통령과 주한미군 사령관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1976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40년 이상 방어훈련이라고 한국과 미국이 앵무새처럼 외쳐오던 거짓말이 미국의 입을 통해 탄로가 난 셈이다. 또 이 위협에 언제나 노심초사하면서, 이의 중단을 요구해 왔던 북측의 주장이 타당하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진실이 진실로 자리 잡게 되었다.

 

작년의 화급한 전쟁위기, 그 끔찍스런 공포의 1년은 다시 되풀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될 일이다. 6·25이후 한반도에는 최소한도 10번 이상의 아슬아슬한 전쟁위기가 있어 왔다. 이런 위기 속에서도, 미국 핵전담 대사였던 갈루치의 말처럼, 전쟁으로 폭발하지 않았던 게 기적이라고 봐야 할 정도다.

 

이제 우리는 73년 만에 맞이한 이 평화의 시대에 평화를 제도화하고 정착화 하여, 다시는 한반도에 전쟁위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매듭을 지어야 하고 동시에 남과 북이 하나 되는 통일을 이뤄야할 민족사적 과제를 짊어지고 있다.

 

역사의 주역들

 

이제 73년 만에 이렇게 엄청난 역사적 전환을 가져온 주역들에 대한 평가를 해 보겠다.

 

장기 구조적 측면에서, 이 획기적 전환을 가져온 출발은 무엇보다 북측의 핵무력 완성과 평화이행 선언이다. 다음 단기 행위적 측면에서는, 우리 문재인 대통령의 평창 평화올림픽 만들기와 한반도 전쟁막기의 전략과 정책이다. 물론 이 바탕에는 자주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북의 자주인민과 촛불혁명을 일군 남의 촛불인민이 자리 잡고 있다. 또한 미국의 전통이나 주류와는 거리가 먼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이다. 이 세 가지가 서로 결합해서 4·27 판문점선언과 6·12 북미공동성명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필자는 작년과 재작년 한 평화소모임 발표 등에서, 북측이 오바마 말기에 핵시험과 미사일시험을 집중해 미국본토를 위협할 단계에까지 거의 와서 미국에 협상을 제안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이 전략은 북측의 입장에서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몇 번이나 말해 왔다. 왜냐면 미국이 직접적인 위협을 받지 않으면 한반도의 긴장조성은 미국에 꽃놀이패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오바마라는 사람은 최소한 임기 말기에 북측의 핵시험을 핑계로 전쟁을 벌일 정도로 전쟁광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주장을 민주당 국제토론회에서 말했더니 사회를 보던 문정인 교수가 너무 급진적이라고 했다. 급진적이 아니라 북측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합리적 판단이다.

 

미국은 2차 대전 이후 지금까지 미국 본토가 직접적인 위협을 받은 적이 단 두 번 있었다. 첫째는 196210월 쿠바 미사일 위기 때이다. 둘째는 북측이 작년 9월 수소폭탄시험과 11ICBM시험의 성공을 통해 미국 동부의 수백만이 죽을 수 있는 북측의 핵미사일 사정권에 들어왔을 때부터이다.

 

미국이 이런 위협을 느끼지 않았다면, 협상에 나올 리가 없다. 물론 미국의 전통적 주류나 전략가들이 집권했더라면, 위협을 느끼면서도 협상하지 않고, 계속 한반도 전쟁위기만 조성했을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또 힐러리가 당선되면 한반도는 장기 구조적 위기 속에서 벗어날 수가 없을 것이나 트럼프가 당선되면 단기 국면적 위기를 맞을 수는 있겠지만 장기 구조적 위기를 벗어나는 돌파구가 생길 수 있다고 줄곧 말해 왔다. 트럼프가 미국의 표준 우등생이 아닌 기발한 발상을 하는 특기생이기 때문에 한반도가 전기를 맞은 셈이다.

 

우리 모두 이 세 분의 결단을 높게 평가하면서 이 기조가 지속될 수밖에 없도록 밀어주고 이끌어 주어야 한다. 그래서 미국이 합의나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던 못된 짓거리를 이제는 불가역적으로 못하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내적인 탈냉전

 

이제 4·276·12를 통한 내적인 탈냉전에 관해 간략하게 살펴보자.

 

4·27을 통해서는 위로부터의 내적 탈냉전을, 6·12를 통해서는 밑으로부터의 내적 탈냉전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너무나 당연한 결과지만 한국사회의 냉전수구 숭미·반북의 첨병이고 마지막 보류인 자유한국당이 대구-경북 지역을 제외하고 거의 전멸한 게 이번 선거다. 이들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박정희와 박근혜의 고향인 구미에서도 자유한국당이 패배하고 민주당이 시장으로 당선되었다.

 

이 결과, 자유한국당은 이제는 더 이상 수구냉전식으로 빨갱이몰이, 종북타령, 북측을 무조건 배격하는 맹목적 반북주의를 펼치지 않겠다고 선언할 정도다. 외적인 탈냉전도 내적인 탈냉전의 뒷받침이 없으면 그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이제 우리의 과제는 외적으로는 미국이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을 뒤집지 못하도록 곧, 불가역적이 되도록 쐐기를 박는 것이다. 또 내적으로는 수구냉전세력이 다시 권력을 장악해 반민주-반평화-반통일-반민중으로 역사가 후퇴하지 못하도록 불가역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제까지 평화통일시대의 본격화에 관해 살펴보았다. 이제부터는 통일의 길에 대해 살펴보겠다. , 평화적이고 화해 협력적인 한반도와 이를 넘어 동북아 평화경제협력체의 주도자로 한반도의 위상을 만드는 일이다.

 

통일세상을 향해

 

남측과 북측을 아울러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서 해야 할 일들은 수없이 많다. 가장 우선적인 군사문제를 비롯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에 걸쳐 수없이 많은 일들이 있다. 지면관계상 세 가지에 국한해 살펴보겠다.

 

첫째, 통일 방법론이다. 통일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반도에 냉전이 해소되고 평화가 보장되지 않았기에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을 따름이다. 그렇지만 이제 탈냉전-평화시대가 열렸기 때문에 가장 큰 장애물이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이제는 어떤 방식으로 통일을 진행시켜야 할지를 구체적으로 고민할 때이다.

 

결론적으로, 골드만 삭스의 2009년 제안인 중국-홍콩식의 연방제 통일방안이다. 물론 이런 방식은, 20006·15공동선언 2항과 거의 같다. 또한 필자가 6·15공동선언 직후인 2001년에 제안한 아리랑통일민주공화국 수립방안과도 같다. 필자의 방안을 중심으로 간략히 보겠다.

 

통일 한반도에는 한 국가, 곧 연방 중앙국가가 존재한다. 또 남쪽 지역에는 남측 지역자치 정부가, 북측에는 북측 지역자치정부가 존재하게 된다. 남측은 자본주의를, 북측은 중국식의 개방사회주의를 그대로 유지한다. 연방국가 수반은 남북이 쉽게 합의할 수 있는 분이 있으면, 예를 들어 고 문익환 목사 같은 분이 계시면 그 분을 수반으로 모시고, 그렇지 않으면 남북 양측의 수반이 윤번제로 2년씩 돌아가면서 맡는다.

 

통일연방 국가의 수도는 서울도 평양도 아닌 개성으로 한다. 국가 운영은 개성공단이나 올림픽 등 남과 북이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일들은 연방정부 곧 통일국가가 관장한다. 그렇지만 남과 북 공동으로 추진할 수 없는 일들은 지역정부가 맡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서 서서히 연방정부가 남북을 통틀어 종합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부분을 넓혀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연방정부의 권한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면, 20년 내에 완전 통합도 가능하다.

 

둘째, 남북 역사관의 상승적 또는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결합이다. 남쪽의 역사관은 몰역사적 결과론이라는 잘못을 가지고 있다. 북쪽도 역시 발생적 결정론이라는 잘못을 가지고 있다. 이 잘못된 역사관을 동시에 극복하여, 서로 장점은 받아들이고 단점은 수정하는 역사관의 상승적 결합을 이루어야 한다.

 

남측의 몰역사적 결과론이란 지금 현재가 좋고 북쪽보다 우위에 있으니까 남쪽의 과거도 좋았다, 과거를 미화·정당화 하는 역사 왜곡이다. 북측의 발생적 결정론이란 처음이 좋았으니까 지금도 좋고, 남측은 옛날이나 처음이 좋지 않았기에 지금도 좋지 않다는 결정론적 역사관으로 분명 잘못이다.

 

남측은 자신의 과거 잘못을 반성·회개하고, 북측의 과거에 존경과 긍지를 가지면서 한반도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북측은 과거에 대해 긍지를 가지지만 현재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남으로부터 배울 것은 배우고 본받아서 한반도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이런 상호 이해와 존경의 바탕에서, 또 상호 겸손의 바탕에서 남과 북이 손을 잡으면, 70년 이상 냉전적대로 상대를 부정해 왔던 과거의 잘못이 치유되고 양쪽이 더욱 커져 아름다운 한반도의 미래를 이룩하게 될 것이다. , 1 + 12가 아니라 3, 5, 10 이 되는 상승효과를 나타낼 것이다.

 

셋째, 마지막으로 한반도 미래상이다. 그것은 한반도가 탈()외세-비동맹-중립의 위치에서 평화조정자와 동북아세력 균형자로서의 새로운 위상을 정립하고, 더 나아가 동북아평화경제협력체 형성의 주역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는 한반도의 장기적 자주와 평화 정착에 긴요하다.

 

또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각축을 벌이는 신냉전이 한반도에서 폭발되는 제2의 청일전쟁이나 제26·25 또는 제2의 병자호란과 같은 민족참화를 예방하기 위한 절대적 조건을 창출하는 것이 된다. 더 나아가 크지도 작지도 않은 한반도가 일체의 군사동맹을 배제하고, 모든 이웃 나라들과 우호친선협력관계를 견지하면서 이런 역할을 자임할 경우, 주변 강대국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 지금 문재인 정부가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남과 북 또 중국과 러시아 모두를 연결하는 에너지-물류-교통 연결망 등은 동북아평화경제협력체 구축의 기초가 될 것이다.

 

남과 북 및 해외의, 8천만 우리 민족구성원 모두가, 힘을 모아 이루어 낼 평화통일, 또 한반도를 넘어서 동북아 전체에서 우리 한반도가 평화조정자와 세력균형자로서 새로운 위상, 2009년 골드만 삭스의 보고서가 예측했듯이 중국-홍콩식의 통일을 이루게 되면 머지않아 세계 8대 경제대국으로 극적인 상승을 이룬다는 진짜 통일대박론 등 이 얼마나 가슴 뿌듯하고, 감격스런 우리의 자화상인가?

 

그렇지만 이런 아름답고 극적인 상승을 가져오는 통일 한반도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우리 모두가 역사의 주체로서 그 소명을 다 함으로써 일구어낼 수 있는 결과물이다.

 

* 이 글은 향린교회 민족통일 주일인 지난 812, 필자가 펼친 평신도 발표 하늘 뜻 펴기, 그 형식을 약간 수정한 글이다. / 필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