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물론 “그분 안에” 달려 있지. 우리가 하나님으로부터 기대하고 간구해도 되는 모든 것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발견할 수 있다네. 모든 것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신(神)은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과는 무관하지. 하나님이 약속한 것과 그분께서 성취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인식하기 위해 우리는 매우 오래, 그리고 침착하게 예수의 삶과 말씀, 행동과 수난, 그리고 죽음을 깊이 생각해야 하지.
본회퍼 지음/손규태.정지련 옮김, <저항과 복종> (대한기독교서회, 2010년 10월 15일) 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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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한국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의 신앙을 뿌리로부터 성찰해야 한다.
본회퍼 목사는 말한다.
“모든 것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신은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과는 무관하지.”
그렇다. 하나님을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주는 도깨비 방망이나,
알라딘의 요술램프의 요정 지니로 이해하는 것은 완전히 비그리스도교적인 생각이다.
많은 그리스도인이 예수께서 하신 말씀 “‘할 수 있으면’이 무슨 말이냐? 믿는 사람에게는 모든 일이 가능하다.”(막 9:23)이나, 바울 사도의 고백, “나에게 능력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빌 4:13)는 말씀을 위와 같은 방식으로 오해했고, 지금도 그렇다.
그러나 그리스도교가 말하는 긍정과 아멘,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고백은 자기 욕망에서가 아니라 오로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만 비롯되어야 한다. 예수를 따라 하나님 나라와 의를 위해 일하면서 자기가 부인되고, 자기가 사라지며, 자기가 무너지는 곳에서 오히려 긍정과 아멘이 나오는 것이다.
“매우 오래 그리고 침착하게 예수님의 삶과 말씀, 행동과 수난, 그리고 죽음을 깊이 생각”하지 않은 사람은 하나님을 이방 종교의 잡신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은 무엇보다 예수의 수난과 죽음을 깊이 생각하며 예수의 남은 고난을 자기 삶에서 채워가며 살아간다. 그리고 바로 그 안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며, 하나님의 약속을 성취하는 것이다. 그래서 본회퍼 목사는 이렇게 글을 이어간다.
“확실한 것은 우리가 항상 하나님의 가까이 계심과 임재 안에서 살아도 된다는 것이고, 이러한 삶은 우리에게 전혀 새로운 삶이라는 것이지. 또한 우리에게 불가능한 것이 존재하지 않는 까닭은 하나님에게 불가능한 것이 없기 때문이라네. 또한 세상의 세력은 하나님의 허락 없이는 우리를 건드리지 못하며, 위험과 곤궁을 통해 우리는 단지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갈 수 있을 뿐이지.”
우리는 하나님의 허락없이는 세상의 세력이 우리를 건드리지 못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위험과 곤궁을 통해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갈 수 있는 이들이 되어야 한다.
- 향린 목회 36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