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를 넘어설 줄 아는 선생

by 올리버 posted Dec 11, 2024 Views 13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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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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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문제는 제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제도의 합리적인 운용에 있는 것이라는 느낌이, 그리고 학생의 숨은 재능을 찾아 용기 있게 제도를 넘어설 줄 아는 선생의 부재가 오히려 문제라는 느낌이, 그간 제도 자체를 반동적으로 염오했던 내게 오랫동안 막힌 구멍을 뚫어내는 환기처럼 다가왔다. 

 

김영민, <탈식민성과 우리 인문학의 글쓰기>(민음사, 1997. 9. 10)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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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가을학기에 한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예배와 설교 실연”이라는 3학점짜리 과목을 맡았다. 

어제 종강했다. 

예배학이나 설교학 전공이 아님에도, 

목사의 경력으로 수업을 하게 된 것이다. 

 

25명의 수강생들과 매 수업마다 다양한 예배를 기획하고 설교를 하게 하면서

후배들의 열정과 진지함도 만나고, 부족하고 아쉬운 지점들도 보이고,

나 스스로도 많은 것을 다시 생각해 보고 느끼는 시간이었다. 

 

내가 목회를 하면서 얻은 것들과 고민한 것들을 반영하고, 

또 내가 찾아볼 수 있는 자료들을 소개하고 안내하면서 최선을 다했지만,

목회를 하면서, 또 다른 많은 일들을 하면서 수업을 해야 했기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서 준비하지 못한 것이 미안하기도 하다. 

겸임교수의 한계이겠지. 

 

수업 내내 가르치는 선생이라기보다 

함께 목회하고 있고 또 목회할 동료로서 원우를 대하려고 애썼다. 

 

그리고 나에게 늘 물었다. 

“나는 학생의 숨은 재능을 찾아 용기 있게 제도를 넘어설 줄 아는 선생인가?” 

 

“학생의 논문을 심사할 때마다. ~ <당연히> 중요시해야 할 미덕은 창의성, 상상력, 현실 적용력, 실험 정신 등이지만, <정작> 중요시되어 왔던 미덕은 김밥 말기, 자신을 드러내지 않기, 틀에 꼭 끼여서 머리카락도 보이지 않기, 재주 없이도 오래 버티기, 인용과 표절 능력, 명절 치레나 관혼상제 챙기기 등”(같은 책, 74.) 명과 실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한국 학문 풍토에서 나는 그래도 좋은 선생님들을 만났다.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복이다. 그래서 나도 누군가에게 선생으로 불린다면 그런 선생이려고 애를 쓴다. 

 

다시 한번 나에게 묻는다. 

“나는 학생의 숨은 재능을 찾아 용기 있게 제도를 넘어설 줄 아는 선생인가?” 

 

- 향린 목회 38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