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24.
당신이 무언가에 걸려 있으면 무언가를 만들게 되고, 당신이 무언가에 집착하면 당신의 마음의 거울은 더러워져서 있는 그대로를 맑게 비추지 못하게 됩니다. 당신의 마음이 맑으면,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모든 것이 제 있는 그대로 비춰집니다. 빨간빛이면 빨갛게, 하얀빛이면 하얗게, 누군가가 슬프면 나도 슬프고, 누군가가 즐거우면 나도 즐겁습니다. 이 마음이 완전히 자유로운 마음이고, 장애가 없는 마음입니다. 그러니 당신은 '나-나의-나를' 이라는 마음을 내려놓아야만 하고, 아무것도 만들지 말고, 아무것에도 걸리지 말고,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마십시오. 오직 모를 뿐인 마음으로 곧바로 나아가십시오. 이 모를 뿐인 마음이 당신이 앓는 어떤 병이라도 다 고쳐줄 것입니다.
현각 편집/무산본각 옮김, <오직 모를 뿐: 숭산 대선사의 서한 가르침>(물병자리, 2006. 7. 25)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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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고통의 원인을 자세히 살펴보면
벌어진 사태만큼이나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신의 인식이
깊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숭산 스님의 말씀처럼 "완전히 자유로운 마음"이 되려면,
'나-나의-나를'이라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유가에서는 '극기'(克己)라 불렀고,
예수님께서는 '자기를 부인'하고 나를 따르라 하셨다.
자기자신에 걸려 넘어지는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자기가 알고 있다는 착각인데,
그래서 숭산 스님은 "오직 모를 뿐"을 늘 말씀하셨다.
어린 시절부터 이 말씀이 참 좋았다.
"오직 모를 뿐!"
나의 박사논문 지도교수이신 정재현 선생님은
"삶은 모르고도 살고, 살고도 모른다"(<인생의 마지막 질문> 185.)는 말씀을 주셨는데,
인생은 언제나 그렇게 넉넉한 모름의 은총 속에서 주어지는 것이다.
요한복음서 저자는 "영생은 오직 한 분이신 참 하나님을 알고, 또 아버지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요 17:3)이라 말했지만, 나는 이 말씀을 이렇게 읽는다.
"영생은 오직 한 분이신 참 하나님을 영원히 알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또 아버지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추구하는 것이다."
- 향린 목회 21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