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의 살은

by phobbi posted Dec 18, 2024 Views 1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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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4-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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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1. 22.

 

어느 날, 나의 살은

어느 날 눈떠보면

물과 같았다가

그 다음날 눈떠보면 담벼락이었다가 오래된

콘크리트 내벽이었다가

먼지 날리는 봄 버스 정류장에

쪼그려 앉아 토할 때는 누더기

침걸레였다가

들지 않는 주머니칼의

속날이었다가

돌아와 눕는 밤마다는 알알이

거품 뒤집어쓴

진통제 糖衣였다가

어느 날 눈떠보면 다시 물이 되어

삶이여 다시 내 혈관 속으로

흘러 돌아오다가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문학과지성사, 2024. 10. 21.)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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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절대"란 절대 없지만,

유일하게 "절대"라고 할 것이 있다면,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이다.

 

세상도 변하고,

나도 변하고,

남도 변한다.

모든 관계는 변한다.

우리 존재는, 그리고 삶은

물과 같았다가,

담벼락이었다가,

콘크리트 내벽이었다가,

침걸레였다가,

칼날이었다가,

진통제 알갱이가 되었다가,

다시 물이 되는 것이다.

 

변하지 않는다는 착각,

결코 변하지 않겠다는 고집,

늘 그러하길 바라는 욕망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배움의 길이다.

 

 

 

 

- 향린 목회 19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