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사랑의 모순

by phobbi posted Jan 12, 2025 Views 9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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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5-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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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 12.

 

신앙은 신을 개별화한다. 신앙은 신을 하나의 특수한 다른 본질로 만든다. 사랑은 신을 일반화한다. 사랑은 신을 보통의 존재로 만드는데, 이 존재의 사랑은 인간에 대한 사랑과 일치한다. 신앙은 인간을 내부에서 자기자신과 분열시키며, 따라서 외부에서도 분열시킨다. 그러나 사랑은 신앙이 인간의 마음속에 만드는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다. 신앙은 신에 대한 신앙을 율법으로 만든다. 사랑은 자유다. 사랑은 무신론자조차도 저주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랑 자체가 무신론적이며 인간에 대립하는 특수한 신의 존재를 꼭 이론적으로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실천적으로 부정하기 때문이다.

 

신앙은 참과 거짓을 구분한다. 신앙은 진리를 독점한다. 신앙은 일정하고 특수한 진리, 그러므로 부정과 필연적으로 결부된 진리를 내용으로 삼는다. 신앙은 본성상 배타적이다. 하나만이 진리며 한 사람만이 신이고 한 사람만이 신의 아들이 되는 독점권을 갖는다. 모든 다른 것은 무고 오류고 망상이다. ~~~

 

신앙은 인간을 제한하고 편협하게 만든다. 신앙은 다른 것, 자기와 구분되는 것을 정당하게 평가할 수 있는 자유와 능력을 인간에게서 박탈해간다. 신앙은 스스로에 사로잡혀 있다. ~~

 

신앙은 특수한 명예감과 자신감을 인간에게 부여한다. 신앙을 가진 사람은 자기가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하고 자연적 인간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자기를 걸출한 인간, 특권을 가진 인간으로 알고 있다. 신앙이 있는 사람은 귀족이며, 신앙이 없는 사람은 평민이다. 신은 신앙이 있는 사람이 신앙이 없는 사람에 대해서 가지는 차이와 특권이 인격화된 것이다.

 

루트비히 포이어바흐/강대석 옮김, <기독교의 본질>(한길사, 2008. 5. 10.) 391-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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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신 전통의 그리스도교 신앙과 관련하여

신앙인을 자처하는 사람 내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날카롭게 분석한

포이어바흐의 <기독교의 본질> 27신앙과 사랑 사이의 모순의 일부분이다.

 

사랑을 내세우는 종교인 그리스도교 교인이

어떻게 그렇게도 심한 혐오의 언설들을 내뿜을 수 있나를 궁금해 한다면

바로 <기독교의 본질>을 읽어 보기를 권한다.

 

그중에서도 27신앙과 사랑 사이의 모순에서는

보편적이고 자연적이며 인간적인 사랑이,

왜곡되고 편협한 자기고백적 신앙 안에서 얼마나 변질될 수 있는지를 분석한다.

 

묻지마 믿음이 강요되는 한국교회에서 제일 먼저 물어야 할 물음은

과연 믿음이 무엇인가?”이다.

무엇을 믿는가?, 어떻게 믿는가?, 왜 믿는가? 누구를 믿는가?”에 대해서는

제법 물어왔고, 답도 해 왔지만, 믿는다는 게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거의 제대로 묻지를 못했다.

언제 어디서 왜 어떻게 믿게 되었나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믿는다는 것은 안다는 것과 어떻게 다르며,

또 믿음과 삶의 관계는 무엇인지 되물어야 한다.

 

성숙한 신앙인의 첫걸음은 바로 믿음에 대한 물음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 향린 목회 70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