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하는 능력

by phobbi posted Jan 18, 2025 Views 3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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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5-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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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01. 18.

 

인간성이 초월성을 매개로 진화 혹은 개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일반적인 매체는 역시 집중(attentiveness)’이다. 생존을 위해 필요한 정도의 자기동일성 속에 붙박인 채 역시 생존과 생식을 위해 잠시 열중(concentration)’하는 여타 동물들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유례가 없는 뉴런적 복합성에 기초한 독특한 정신력에 의해서, 인간의 집중은 지속적이며 정교하고 비()본능적이며 추상적이다. 인간 실존의 특이성인 자기 초월(self-transcendence)은 이 집중의 능력에 빚진 바가 크다. 수행과 수련, 그리고 예술 등 초월적 지평에 친숙한 실천들이 죄다 이런저런 집중의 형식을 강조해온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초월성은 자기동일성을 넘어서서 알지 못할 새로운 지평으로 손을 내밀고 걸음을 옮기는 실천이다. (물론 이 실천은 온전히 자기것이 아니다.) 당연히 자기동일성의 장점은 존재의 안정성이다. 생존과 생식만이 삶의 목적일 경우에 이 관성적 자기동일성은 매우 효율적이며, 처세(?)의 기본형이 된다. 이에 비해 초월적 지향은 흔들리는 터전(shaking foundation)’(폴 틸리히)을 무릅쓰고 존재론적 요개(搖改)를 실천하고자 한다. 여기서 조심스럽게 분별해야 할 지점은, 자기동일성과 초월성을 마치 서로 접촉할 수 없는 비각이나 격절의 관계로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동일성의 알아차림은 곧 자기동일성을 넘어서는 존재의 움직임을 불러온다. 따라서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진정한자기동일성은 오히려 자기동일성에 대한 성찰적 자각이 없는 상태에서만 가능해진다. ~~~

 

자각(알아차림)은 그 자체로 집중의 정신력과 깊이 관련된다. ~~ 아무튼 초월성의 첫 동살은 자각의 체험과 연루된 집중력에 밑절미를 둔다고 봐야 한다.

 

김영민 지음, <집중과 영혼>(글항아리, 2017. 10. 10.) 60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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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만이 초월성을 존재 조건으로 삼는다.

즉 인간은 자신의 유한성을 자각하는 순간 초월을 지향한다.

그래서 유한성 자각과 초월 지향성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그런데 진정한 의미에서 자기를 넘어서려면,

자기가 누구인지를 제대로 알아야 하는데,

바로 여기에 집중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생존 본능 때문에 잠시 열중하는 것이 아니라,

상위 인지(meta-cognition)의 태도와 자세로

자신을 대상으로 삼아 분석하면서

열려있는 존재인 내가 남과의 상호 교류 속에서 어떻게 변해가고 변해야 하는지 살피는

집중의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진화(進化)란 복잡성이 증가하는 것인데,

진화하는 세상에서 잘 살아남으려면 역시 집중력을 키워야 한다.

 

 

 

 

- 향린 목회 76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