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가 되어 있는가

by phobbi posted Jan 21, 2025 Views 0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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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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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01. 21. 

 

그렇다면 여러분은 지금 언제라도 찾아올 수 있는 결정적인 때를 위한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기독교 신앙은 우리를 쉬게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기독교 신앙은 단순히 누군가가 단번에 그리고 영원히 무언가를 가질 수 있게 하는 어떤 특정 가르침에 대한 신념의 소유가 아닙니다. 오히려 기독교 신앙은 의지의 태도입니다. 늘 새로운 방식으로 스스로를 끊임없이 증명할 때에야 비로소 기독교 신앙이 우리 안에 살아 숨쉬고 있는 것입니다. 언젠가 과거에 한 번 하나님을 믿겠노라고 결심한 것으로 충분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러한 신앙의 결단은 그분이 우리를 만나실 때마다, 그분이 우리를 부르실 때마다 몇 번이고 새롭게 실행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때가 바로 지금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와의 만남을 통해 우리를 시험하십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들, 일, 염려, 기쁨, 슬픔 등등 그 모든 것으로부터 내적으로 거리를 두는 일입니다. 그분과 마주할 수 없게 우리 눈을 멀게 하고, 그분의 부르심을 들을 수 없게 우리 귀를 멀게 할 정도로 철저하게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없어야 합니다. 

 

디트리히 본회퍼, 카를 바르트, 헬무트 골비처, 게르하르트 에벨링, 루돌프 불트만 설교, 딘 G. 스트라우드 편집/진규선 옮김, <역사의 그늘에 서서: 히틀러 치하 독일 신학자들의 설교>(감은사, 2022. 8. 16.) 234-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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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6월 22일 독일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병력을 동원하여 바르바로사(Barbarossa, 붉은 수염) 작전명 하에 소련을 침공한다. 이로서 독일이 일으킨 전쟁은 진정한 의미에서 세계대전이 된다. 

 

“우리가 문을 박차고 들어가기만 하면, 저 엉터리 건물은 스스로 무너진다.”며 히틀러가 전쟁을 일으킨 일요일 아침 독일의 마르부르크에서 루돌프 불트만이 설교를 한다. 당일 불트만은 누가복음서 14:16-24절의 말씀, 큰 잔치를 베풀고 손님을 초대한 어느 사람의 이야기를 가지고 설교를 한다. 초대받은 사람들은 많았지만, 저마다 제 일을 핑계로 오지 않았고, 잔치 자리는 길거리와 골목에서 서성거리는 장애인들로 채워진다. 

 

이날 예배자들의 입례송은 “할렐루야, 아름다운 아침, 너무도 아름답구나! 이 아침 나는 아무 걱정 없네...”로 시작하는 노래였다. 그런데 바로 그날 독일은 소련을 침공하고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이런 일이 당일 일어나리라고 생각지 못한 불트만은 적절한 본문을 다시 결정할 겨를을 갖지 못한 채 이미 정해진 ‘큰 잔치의 비유’ 본문으로 설교를 이어나간다. 

 

핵심은 간단하다. 사람들이 전부 자기 일상에 빠져서 하나님의 부르심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쟁광이 되어가는 독일을 막지 못한 독일 국민에 대한 비판과 자성적 성찰을 불러일으키는 설교다. 

 

불트만은 묻는다. 당신들은 하나님이 부르시는 결정적인 때를 위한 준비가 되었는가? 우리는 역사의 부름 앞에 서는가? 모두가 자기 관심사에만 몰두하면서 독재자를 내버려둔 것은 아닌가? 심지어 자기 관심사 때문에 독재자를 지지하면서 눈과 귀가 먼 것은 아닌가? 주님이 우리를 부르실 때마다 새롭게 신앙의 결단을 하고 있는가? 

 

80여년 전 불트만의 설교는 오늘 우리의 귓가에도 울려 퍼지고 있다. 

 

- 향린 목회 79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