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이 되는 버릇

by phobbi posted Feb 23, 2025 Views 2 Replies 0
Extra Form
날짜 2025-02-2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25. 02. 23.

 

버릇, 습관은 그냥 아무 생각없이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자신이 뭘 하는지 안다. 자기가 자꾸 발을 떤다는 거나, 공연히 옆 사람을 툭툭 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일단 버릇이 되면 뭘 하는지 잊는다. 발을 떠는 것도 남이 말해주기 전까지는 모른다. 내가 언제 툭툭 쳤냐고 성을 내기도 한다.

 

이렇게 버릇이 들면 이유를 잊고 마니 주객이 뒤바뀐다. 분명 처음 버릇이 든 이유가 있다. 때론 목적이 있어 버릇이 들도록 노력하기도 한다. 매일 신문을 보거나 아침마다 운동을 하고, 매일 마시는 커리 종류를 까다롭게 따지기도 한다. 심지어 마시는 시간까지 정해 놓는다. 나름의 이유가 있고 목적이 있어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왜 그런 버릇을 들였는지 잊는다. 그러면 문제가 된다. 내가 습관을 들인 건지 버릇이 날 사육하는 건지 아리송해지면, 결국 버릇이 나를 잡아먹는다.

 

운동을 매일 하는 것은 좋으나 운동중독은 곤란하다. 청소하고 깔끔하게 지내는 것은 좋으나 결벽증은 자신을 갉아먹는다. 커피나 술도 삶을 즐겁게 하나 아차 하면 거꾸로 그것에 먹힌다. 커피 없이는 아무 일도 못 하게 되는 것이나 술이 술을 먹듯 퍼마시는 지경에 이르면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그쯤 되면 답이 안 나온다.

 

게임도 그렇고 등산도, 낚시도 그렇다. 즐거운 유흥과 레저가 심술궂은 군주처럼 점차 다른 것들까지 파괴해버리고 내 삶과 시간을 지배해버리면 참 문제다. 나중엔 생각과 느낌까지 죄다 먹어 치운다.

 

그렇게 버릇이 나를 삼켜버리는 것이다. 내 버릇이 나를 꿀꺽한다.

 

유광수 지음, <복을 읽어드리겠습니다.>(다산북스, 2021. 11. 25.) 232-233.

 

=====================================

 

바늘 도둑이 소도둑이 된다는 속담이 있듯이,

버릇은 어느새 천성이 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처럼 버릇은 좀체 바뀌지 않는다.

 

버릇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기에

이왕 버릇이 들려면 좋은 버릇이 들도록 애써야 한다.

버릇에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지금 하는 일을 왜 하게 되었는지,

무슨 목적으로 하기 시작했는지를 늘 물어야 한다.

초심(初心)을 기억해야 한다.

혹시 제 버릇이 뭔지도 모를 때면

친절히 알려 주는 남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향린 목회 112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