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 전체의 몫

by phobbi posted Apr 08, 2025 Views 47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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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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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04. 08.

 

4.19는 왜 실패했나? 한 마디로 전체가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째 그것은 독재자, 압박자를 내쫓을 뿐이었지 나라의 주권을 누구에게 맡길 것을 생각하지 않았다. 민중이 스스로 제가 나라의 주인인 것을 철저히 알았다면 그랬을 리가 없었다. 학생들의 죽음에 대하여 개인 개인 눈물을 흘리면서까지도 민중 전체로 생각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선거를 절차에 따라 하면서도 민중이 스스로 주권자로 움직인 것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그 당연한 결과로 정권의 옮겨짐이 있었을 뿐이지 그 정권 행사의 밑이 되는 제도를 바로잡는 데 이르지 못했다. 제도는 국민 전체의 모든 행동의 틀거리가 되는 것이므로 그것을 고치기 전엔 개인의 정성과 애씀은 아무 보람이 없다. 지금은 소박한 태고시태(太古時代)의 간단한 살림이 아니고 복잡한 조직의 사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제도를 고치는 것은 전체의 힘으로만 된다. 일부의 권력자가 한때 하여도 그것은 참으로 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옛날의 진시황의 운명이 어떠했고 오늘의 히틀러의 운명이 어떠했던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다음은 또 지난날의 잘못의 책임을 어느 개인 몇 사람에게 지우는 것으로만 만족하고 국민 전체가 스스로 그 책임을 지려 하지 않았다. 잘못은 어디까지나 이승만과 자유당의 일로만 알았고 혁명은 어디까지나 학생의 의분(義憤)으로만 알았지 자기네 일로 알려 하지 않았다. 다시 말하면 혁명이 아주 피상적인 데만 멈추고 말았다. 학생은 잘못한 것 없다. 제 할 것을 했다. 그러나 학생은 학생만이 아니다. 전 민중의 분노가 없이는 학생은 일어나지 못한다. 전체의 감정은 비교적 순진한 무사(無私)한 데서 발표될 수 없으므로 학생이 움직인 것뿐이다. 그랬으면 민중이 그것을 알았어야 할 것이다. 아버지가 아들의 씨를 넣었어도, 난 후에 이것은 내 아들이다 인정을 해야만 아들이 된다. 4.19는 아버지가 인정 아니 하므로 사생아로 되어버린 가련한 혁명이다.

 

생명의 가장 높은 운동은 돌아옴이다. 생각이란, 정신이란, 창조주에게서 발사된 생명이 무한의 벽을 치고 제 나온 근본에 돌아오는 것이다. 아들이 아버지를 알아봄이다. 그러므로 생각하지 않고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반자(反者)는 도지동(道之動)이라, 돌아갈 줄 아는 것이 큰일이다. 혁명 곧 revolution은 다시 돌아감이다. 학생은 민중이 그 아버지인 줄을 알았어야 할 것이고, 민중은 4.19가 제게서 나간 아들의 울음임을 알았어야 할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서로 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오뉴월 복날 잡히는 강아지 같은 몇 개 원흉을 잡을 뿐이었지, 정말 잡을 역사의 제물 민족을 잡지 못했다. 그것을 잡았어야 하는 것이다. 즉 민족적 반성을 깊이 하고 민족성을 고치기를 시작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을 못한 것이 잘못이다. 잘못도 민중의 잘못이요, 잘도 민중의 잘이다.

 

함석헌, <함석헌 전집 2, 인간혁명의 철학>(한길사, 1991. 2. 10. 10), 6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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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 선생이 4.19의 실패를 성찰한 그때와 비교해서 지금은

변화가 훨씬 더 빠르고, 복잡성은 상상 그 이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권력자 하나 바꾸는 것에 멈추지 말고 제도 개혁으로 나아가고,

몇몇 소수에게 책임을 넘길 것이 아니라 구성원 전체가 나서야 한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다.

원칙은 변함이 없으나, 세밀한 부분에 어때야 하는지는 정말 만만치 않은 것 같다.

 

광화문 집회를 이끈 시민 사회 연대 조직의 이름은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었다.

내란 우두머리는 파면되었다.

이제 사회대개혁으로 나아갈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이 부분이야말로 정말 중요한 과제인데,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하나?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는 당연한 수순이지만,

역시 그들에게만 맡겨 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잘못도 민중의 잘못이요, 잘도 민중의 잘이다.”

 

함 선생님의 말씀이 아직까지도 들려오는 것 같다.

 

 

 

 

- 향린 목회 156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