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 정신

by phobbi posted Apr 19, 2025 Views 6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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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5-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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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04. 19.

 

4·19 정신을 한마디로 파악한다면 무엇이라 할까? 나는 썩어지는 씨ᄋᆞᆯ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5·16은 어디까지나 자기 주장입니다. 이기주의입니다. 내가, 내가, 내가 한다는 것입니다. 하고 또 한다는 것입니다. 쥐고 영원히 놓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4·19는 반대입니다. 내가 아니고 우리입니다. 하는 것이 아니라 살자는 것입니다. 섬김 받자는 것이 아니라 섬기자는 것, 바치자는 것, 바치는 줄도 모르고 그거 바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것은 땅에 떨어져 썩는 씨ᄋᆞᆯ입니다. 썩지만 썩음으로 살아납니다.

 

씨ᄋᆞᆯ이 할 일이 셋 있습니다. 첫째는 여무는 일입니다. 둘째는 떨어지는 일입니다. 셋째는 썩는 일입니다. 그 세 가지를 하여야 씨ᄋᆞᆯ의 사명을 다하여서 새로 큰 나무를 일으킬 수가 있습니다. 1958년 나는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는 말을 한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6·25의 여덟 돐을 맞으면서 한 말이었습니다. 그 글을 사상계에 낸 후 나는 많은 동지 씨ᄋᆞᆯ을 얻었습니다. 생각을 하는 것은 여무는 일입니다. 나무의 열매가 햇빛을 보아야 여물 듯이 씨ᄋᆞᆯ은 생각을 하여야 속 알이 여뭅니다. 여물지 못한 씨는 날 수가 없습니다. 잘 여물면 잘 떨어집니다. 이미 나무에서 떨어져 근본인 흙으로 돌아갑니다.

 

4·19는 여문 씨ᄋᆞᆯ의 떨어진 것이라 생각합니다. 3·1운동 이후 6·25에 이르기까지 고난 속에 부대끼는 씨ᄋᆞᆯ은 생각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알이 들었습니다. 4·19는 그 씨ᄋᆞᆯ이 얼마만큼 민주주의 정신에 여물었나를 증명해 주는 것입니다. 피로 경무대 앞을 물들인 사람들만 아니라 전체 젊은이가 왼통 자기를 전체의 제단에 바친 것입니다. 5·16의 군인들같이 제 공로를 내세우고 그것을 밑천으로 한 자리씩을 차지하잔 그런 생각은 그들 속에는 싹도 없었습니다.

 

떨어지는 것은 썩기 위해서입니다. 이제 할 일은 썩는 일입니다.

 

함석헌, <함석헌 전집 17, 민족통일의 길>(한길사, 1984. 3. 1.)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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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자기가 해야 하고,

그것도 영원히 쥐고 놓지 않으려고 하는 인간을 조심해야 한다.

 

살아 있는 것은 반드시 죽어가고

존재하는 것은 반드시 사라지기 마련이다.

 

삶의 의지가 권력 의지로 추락하지 않으려면

썩어질 존재라는 명징한 사실을 늘 기억해야 한다.

 

잘 여물고, 떨어져 썩어 전체를 살리는 거름이 될 줄 알아야 한다.

 

 

 

 

- 향린 목회 167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