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기도

목회기도 | 김창희 | 2018-12-25

by 조은화 posted Dec 27, 2018 Views 518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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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8-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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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5 목회기도

 

하느님, 저희가 오늘 2018년 한반도의 서울에서 성탄절을 맞습니다. 예수께서 태어나신 베들레헴이 작디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고을이라고 불렸던 것처럼 이 땅 한반도도 하느님께서 들어 쓰시기에 따라선 하느님의 뜻을 내보이는 기적의 장소가 되리라고 믿습니다. 그런 기대 속에 올해 성탄절을 맞습니다. 이 곳에 오셔서 억압과 위선의 시대를 끝장내고 새하늘 새땅을 여는 하느님의 역사를 이뤄 주옵소서.

 

저희는 그런 큰 기대 속에 성탄절을 맞지만 때에 따라선 예수께서 혹시 이 땅에 오시지 않은 게 아닌가 걱정하며 비틀거릴 때도 있습니다.

유난히 젊은이들이 이 세상을 많이 떠나는 것을 보면 특히 그렇습니다. 본인은 전혀 원하지 않았건만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또는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서 아까운 청춘들이 피어보지도 못한 채 저 세상으로 옮겨 갔습니다. 어른들의 안전불감증으로, 또는 마구잡이 비정규직 작업으로 도처에서 젊은이들이 죄 없이 죽어나가는 곳에는 희망이 있을 수 없습니다.

하느님은 낙원에 머물지 않고 이곳에, 낮은 곳에 계신다고 알고 있는데, 왜 죄 없는 젊은이들을 저곳으로 데려가시는지요? 우리는 이곳을 새하늘 새땅으로 만들려고 하는데, 왜 이 땅은 그렇게 안 되는지요?

더 이상 절망하지 않게 하옵소서. 이 땅의 2018년 성탄은 내가 김용균이다”, “내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죽은 바로 너다라는 연대의 외침 속에서 젊은이들의 절망이 희망으로 바뀌는 놀라운 기적의 계기가 되게 하옵소서. 그 기적의 도구로 저희를 써 주옵소서.

 

저희의 작은 믿음이 하느님께서 여기 임재하시지 않는 것 같다고 절망하는 점은 더 있습니다.

올해처럼 이 나라 사법부가 민중들의 시야에 많이 들어온 적도 없었습니다. 대법원은 한때의 수장이었던 이가 이 나라의 대통령과 합작해 엉터리 재판을 무더기로 쏟아낸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지금의 대법원은 그 사실을 확인하고서도 이를 전혀 바로 잡지 못한 채 이도 저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여검사는 수치심에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자신이 당한 성추행 사실에 대해 호루라기를 불고 나섰지만 당사자는 아직도 전혀 죄를 인정하지 않고 그 알량한 공소시효 등의 법지식을 활용해 피해나가려 하고 있습니다.

민중들의 피 끓는 하소연을 처리해 주어도 모자랄 법원과 검찰이 자기 자신의 오점으로 비틀거리며 이를 바로잡지 못하는 곳에서는 정의가 제대로 세워질 수 없습니다.

하느님의 정의는 2018년 현재 어느 땅, 어느 민족 위에 계시는지요? 저희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인지요?

더 이상 절망하지 않게 하옵소서. 이 땅의 2018년 성탄은 하느님의 정의의 깃발이 제대로 서는 놀라운 기적의 계기가 되게 하옵소서. 그 기적의 도구로 저희를 써 주옵소서.

 

하느님께서 이 민족과 함께 하시는지 헛갈리는 또 하나의 지점은 저희가 수십 년 기다려온 민족의 통일이 저희 곁에 오는 듯하다 다시 멀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올해 4월과 5월 열린 남북 정상회담은 정말 우리 민족 모두를 전율케 하고 통일의 기운을 온 몸으로 흠뻑 느끼게 하는 감격 그 자체였습니다. 이어 6월에는 북미 정상회담도 열리고 다시 9월에는 평양에서 한 차례 더 남북 정상회담이 열려 그야말로 평화의 꽃, 통일의 꽃이 만개했습니다. 그뿐이겠습니까? 남북의 철도 관계자들이 한국전쟁 이후 70년 가까이 끊어진 철도를 잇기 위해 만나고, DMZ에 서로 GP를 없애고 지뢰도 제거하는, 한 해 전만 해도 상상도 못할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하느님, 그렇게 우리 곁에 거의 다 온 것 같던 평화와 통일의 기운이 한반도에서 조금씩 조금씩 다시 걷혀 간다는 느낌이 최근 들어 없지 않습니다. 이번 달로 예상되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내년으로 미뤄지고, 올해 중으로 꼭 하겠다던 종전선언도 이제는 언제 그런 말을 했었던지 가물가물하기만 합니다. 북한과 미국은 서로 간의 만남에 뭔가 자꾸 조건을 붙여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단번에 뿌리를 뽑지 못하자 이렇게 평화의 걸음이 자꾸 비틀거리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정말 한민족과 함께 하시는지요? 저희가 하느님만 믿고 향린의 선교 방향도 평화와 공존 이후에 집중해서 새로 세워도 되는 것인지요?

더 이상 절망하지 않게 하옵소서. 이 땅의 2018년 성탄은 우리 민족이 분단 이후 70년 이상 기다려 온 통일의 염원이 더 이상 국내외의 정치 상황에 배신당하지 않겠다고 저희 스스로 결단하고 확신하는 기적의 때가 되게 하옵소서. ‘살아계신 하느님께서 저희를 돕고, 저희 민족과 함께 하리라는 사실을 깨닫는 놀라운 기적의 계기가 되게 하옵소서. 그 기적의 도구로 저희를 써 주옵소서.

 

이 모든 간구가 하느님께서 성육신하신 놀라운 기적에 기대고 있음을 저희가 압니다. 2018년 이 땅의 성탄절의 의미를 더욱 각별하게 새기겠습니다. 이제 저희의 마음을 비우면서 입을 닫고 당신의 뜻을 묵상합니다. 저희의 심령에 오셔서 당신이 이루시는 기적의 뜻을 저희의 마음판에 새기게 하옵소서.

 

이 모든 말씀을, 세상 속에 오셔서 저희로 하여금 주의 기적에 동참케 하시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