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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뜻펴기

다함께 봄 | 조은화 | 2019-03-24

by 조은화 posted Mar 29, 2019 Views 201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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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9-03-24

 

다함께 봄

(이사야 55:1-9; 고린도전서 10:1-13; 누가복음 13:1-9)

 

봄 하면 어떤 노래, 어떤 장면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봄의 노래하면 벚꽃엔딩이 떠오릅니다. 2012년에 장범준 님이 작사 작곡한 봄의 노래인데, 벚꽃이 피는 시기가 오면 어김없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며 음악순위를 거슬러 올라오는 특이현상이 일어나는 곡입니다. 그리고 봄 하면 떠오르는 것은 쑥입니다. 집 앞에 넓은 공원이 있었기에 저와 동생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따스한 햇살 받으며 공원에 나가 엄마와 함께 봄의 어린 쑥을 캤습니다. 그 쑥은 거의 한달 내내 국과 전으로 변신하며 가난한 집 밥상의 메인요리가 되어 주었습니다.

 

그런 봄이 기다려집니다. 그러나 올 봄은 멋진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봄의 기운을 느끼기도 전에 미세먼지와 사투를 벌여야 하고, 밤이면 영하의 날씨로 덜덜 떨며 있어야 하지요. 어제는 심지어 눈이 내렸습니다. 아직 겨울옷을 옷장에서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요즘, 맑고 살랑살랑 부는 바람과 따스한 햇살을 머금은 봄이 오길 기대해 봅니다.

 

지난번 뉴질랜드에서 일어난 총격사건, 정치인과 연예인 성폭력 사건 등, 우리를 격분케 하는 사건들을 접하면서, 세상을 따뜻하게 해줄 영혼과 정신의 봄도 그리 쉽게 오지 않고 있음을 생각하게 됩니다.

 

변태처럼 '별장 성폭력'을 저지른 전 법무부 차관 김학의 씨가 어제 태국으로 몰래 나가려다 출국금지 조치로 다시 집으로 들어가는 일이 있었습니다. 박근혜 정부시절 법무부 차관이었던 김학의 씨가 스트롱맨이라 칭하며 젊은 여성 30명을 별장에 가두고 집단 강간한 별장 성폭력영상이 밝혀졌습니다. 건설업자 윤중천이라는 사람이 별장으로 초대해 접대를 했고, 촬영을 했는데 거기에 김학의 씨가 있었던 것이 탈로 난 것입니다. 사건이 터지고 김학의 씨는 차관자리를 사퇴하고 수사를 받습니다. 그런데 20131차 무혐의 처분을 받습니다. 20142차 때도 피해 여성들의 머리카락에서 마약이 검출되었는데도 무혐의 처분을 받습니다. 2019년 재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조사 기간이 연장이 되어 다행인데, 진상조사단이 김학의 씨를 소환했으나 법적으로 강제소환 의무 없기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CD 속에 피해여성만 30명입니다. 그런데도 검찰이 사건을 덮었습니다. 경찰은 2019년인데 그때는 힘이 없다가 요즘 들어서 박근혜 정부 시절 고위관료들로 인해 자기들이 피해를 봤다고 이야기합니다. 버닝썬 사건으로 경찰이 욕을 오지게 먹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가지고 싸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김학의 씨와 고등학교 선후배관계에 사법연수원 동기입니다, 성폭력 사건 당시 황교안 씨가 법무장관이고 김학의 씨가 법무차관이었다며 민주당은 황교안 씨에게 책임을 묻고 공격하는데, 이 또한 단순한 상대 정당 공격 수준을 넘어서 책임적 대처를 해나가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최근 터진. 정준영 승리 그리고 버닝썬 사건으로 혹여 김학의 씨의 사건과 장자연 씨의 억울한 죽음의 사건이 가려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윤지오씨는 고 장자연씨 사건과 관련하여 언론인 3명 정치인1명의 이름을 검찰에 진술했는데 진상조사단에게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구했습니다. 5월까지 수사 연장은 되었으나 장자연 리스트에 올랐던 31명중 한명도 제대로 처벌받은 전과가 없습니다. 점차 초점 흐리기가 일어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고 장자연 씨의 사건이 재조명되어 억울함이 풀리고 이 사회가 정의를 되찾기를 바랍니다. 더 이상 자본과 권력에 여성이 이용되어 희생당하지 않도록 했으면 합니다.

 

어려운 과제들로 체념을 하게 되는 요즘, 우리가 꿈꾸는 세상,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 생명의 가치를 우선으로 하는 평화세상은 어떻게 하면 오는가?

 

[새로운 삶으로의 초대]

 

오늘 이사야가 쓰여 진 배경에는 유배생활을 하던 이들 사이에 체념과 절망이 가득했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은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되고 국가 상실을 경험하며 바빌론으로 끌려와 비탄과 저항의 시간을 지냈습니다. 바빌론에 터를 잡아 긴 시간의 유배생활을 하면서 점점 바빌론의 수준 높은 문화에 영향을 받았던지, 야훼를 향한 신앙의 길보다 바빌론의 종교 문명 학문 정치의 매력에 빠져 그것이 더 우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으로부터 멀어진 체 자포자기한 듯 살아가는 이스라엘, 그들은 현지적응에 몰입하여 하나님의 약속보다는 어떻게 하면 배고프지 않게 더 잘살까하며 돈과 물질에 연연해하는 삶이였습니다. 바로 이 때 이사야 55장은 이스라엘에게 더없이 크신 창조주, 구원자이신 하나님을 알려 주고자 노력합니다. 그리고 페르시아 임금의 정책에 의해 열려진 예루살렘으로의 귀환 기회를 적극 이용하라고 권유합니다.

 

너희 모든 목마른 사람들아, 어서 물로 나오너라. 돈이 없는 사람도 오너라. 너희는 와서 사서 먹되, 돈도 내지 말고 값도 지불하지 말고 포도주와 젖을 사거라. 어찌하여 너희는 양식을 얻지도 못하면서 돈을 지불하며, 배부르게 하여 주지도 못하는데, 그것 때문에 수고하느냐? "들어라, 내가 하는 말을 들어라. 그리하면 너희가 좋은 것을 먹으며, 기름진 것으로 너희 마음이 즐거울 것이다.”(55:1-2)

 

전전긍긍 어떻게 살아갈까 고민하지 말고 어떻게 배고프지 않을까 두려워하지 말고, 편하게 와서 먹고 살라는 말씀에서 가슴 따뜻하게 다가오는 희망이 보입니다. 무조건적인 하나님의 이 구원 약속은 바빌론에서 체념한 이들이 용기를 내도록 합니다. 하나님께서 죄를 용서하시고 새로운 탈출을 계획하신다는 것, 바로 이스라엘 본연의 삶을 살도록 고향으로 이끌어 새로운 삶을 가능하게 하신다는 것입니다.

 

지배 받고 목마름과 배고픔에 처해 사는 이스라엘에게 새로운 계약을 맺기를 바라는 하나님의 초대, 여기에서 인간 생명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 모든 사회관계를 바꾸어 놓고자 하는 하늘의 의지를 발견합니다. 이 같은 역사를 참되게 실현할 계획을 알려주시며 인간의 참 자유와 생명을 안겨줄 희망을 이야기하는데, 그 계획은 말씀을 통해 사람들에게 계시되고 사건을 일으키면서 그 계획은 구체화되어 갑니다.

 

그러기 위해서 이스라엘은 한 가지를 결단해야 합니다. 바로 바빌론의 있어 보이는 것들로부터 분리해 나가며 것, 그러면서 하나님을 찾는 것입니다.

 

오늘의 말씀 이사야 556절을 다시 되새겨 봅니다.

너희는 만날 수 있을 때에 주님을 찾아라, 가까이 계실 때에 주님을 불러라.”(새번역)

공동번역은 이렇게도 표현합니다.

야훼를 찾아라 만나주실 때가 되었다. 그를 불러라. 옆에 와 계신다.”(공동번역)

 

만날 수 있을 때 주님을 찾고 가까이 계실 때 주님을 불러야 한다는 말씀, 이것이 기회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주님을 찾고 부른다는 것은, 내 안일한 삶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모든 이의 자유와 생명을 위한 투쟁에 함께 하겠다는 결단의 기회입니다. 허영에 들뜨지 않고 불의한 길이라 생각되면 반드시 돌이키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찾고 부르는 인간의 가장 가치 있는 자유와 생명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우리가 마음을 돌려 결단할 때 시작됩니다.

 

 

[되돌아봄과 나아감]

 

오늘 복음서 본문은 오직 누가에만 기록되어 있는 본문입니다. 회개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소제목을 가진 본문은 두 가지 시국 사건을 이야기합니다. 첫 번째 소식을 몇몇 사람이 와서 예수께 알려줍니다. 갈릴리 사람들을 빌라도가 학살해서 그 피를 그들이 바치려던 희생제물에 섞었다는 것입니다.

 

희생제사를 드리는 가운데 총독 빌라도에 의해 처형당한 갈릴리 사람들은 로마에 대한 저항으로 말미암아 죽음을 맞이했을 것입니다. 심상치 않은 민중봉기가 일어났던 것인지 로마군은 다급히 갈릴리 사람들을 처리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예수님의 던지신 질문이 남습니다. 이렇게 죽은 갈릴리 사람들이 다른 갈릴리 사람보다 더 많이 죄를 지은 것이라 생각하는가?

 

그리고 예수님은 실로암에 탑이 무어져서 치여 죽은 18명의 사건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역시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이들이 예루살렘에 사는 다른 모든 사람보다 죄를 더 많이 지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실로암 탑은 예루살렘 남동쪽에 있는 것으로 히스기야 때 만든 운하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복음서 시대에는 헤롯 왕 때 만든 성벽 기둥으로 둘러싸였습니다. 실로암은 주민들의 식수 근원지였습니다. 그렇기에 실로암 탑은 단순한 탑의 의미보다 식수원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탑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탑이 무너져 예루살렘 사람 18명이 치여 죽었습니다. 그냥 탑이 오래되어서 저절로 무너져 내린 것인지 아니면 민중 폭동에 의해 무너져 내린 것인지는 확실히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앞서 갈릴리 사람들과 관련지어 얘기한다면 이 또한 로마에 저항하는 운동을 하다가 깔려 죽은 사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예수님의 다음과 같은 질문입니다. “회개하지 않으면 망한다!”

 

예수님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죽음을 당한 사람이 죄가 있어서 죽은 게 아니고, 죽음을 당하지 않은 사람은 죄가 없어서 죽음을 모면한 것이 아니다. 누구나 회개해야 한다. 즉 오늘의 임박한 때를 인식하는 사회 전반에 대한 우리 모두의 회개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시대의 아픔을 같이 아파하고 더 이상의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함께 눈물 흘리며 막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이후 3년 동안 열매 맺지 못한 무화과나무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그런데 누가는 다른 복음서의 내용처럼 열매를 맺지 못한다 하여 찍어 내버리지 않고, 기회를 줍니다. 고랑을 파고 거름을 주어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노력의 시간을 말입니다.

 

[오늘의 자리: 회복]

 

지난번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발생한 총격 참사. 이슬람 혐오범죄를 저지른 총격범은 백인 우월주의를 거리낌 없이 드러내며 17분간 페이스북 생중계를 통해 50명의 무슬림과 이주민에게 총격을 가했습니다. 사건 이후, 많은 이들은 어떻게 뉴질랜드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의아해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무슬림의 말처럼 누군가에게 이런 공격 자체는 놀라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50명이 사망하니 그제야 인종 문제에 반응하는 사람들과 사회가 어떤 측면에선 더 화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만화가 토비 모리스는 만화 스핀오프에서 이 불편한 진실을 드러냅니다. 이번 총격은 뉴질랜드 사회가 얼마나 백인 우월주의에 관대하고 취약했는지 드러낸 사건이다. 모리스는 이건 뉴질랜드가 아니다. 이건 우리가 아니다라는 사람들의 현실부정을 부정하며. 이건 우리가 맞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번 총격은 돌발사건이 아니라, 뉴질랜드가 오랜 인종차별을 가진 나라였지만 애써 모른 척 해 온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을 뿐이라는 것이지요. 백인 우월주의 기반의 사회가 매일 조금씩 쌓아온 먼지 같은 차별과 편견 등이 낳은 결과는 무서웠다는 것입니다. 다 알고 있지만 사람들은 보지 않기를 택하거나 침묵함으로써 이를 키웠다는 그의 지적은 우리에게도 많은 숙제를 남깁니다. 혐오를 조장하는 뉴스기사 댓글을 외면하고, 증오심을 키워가는 커뮤니티를 못 본 척 하고,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사회를 만든 건 일부의 백인 우월주의자가 아니라 침묵했던 모두였다는 것, 그의 말이 깊이 남습니다. “우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 우리는 악의 씨앗을 함께 키웠다. 우리와 그들을 나누는 데서부터 틀렸다. 오직 우리만이 있을 뿐이다. 우리 모두. 이건 우리가 맞다.”

 

존 오도나휴의 사람이 사람에게귀향, 오랜 사랑으로의 회귀장에 있는 글의 일부를 나눕니다.

집은 영혼이 머무는 신비스러우면서도 은근한 실험실이다. 인간은 집에서 창조되고, 그곳에서 마음을 열어 다른 사람들을 발견하며, 그들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된다.

인간의 창조적 생산 활동은 놀라울 정도로 무의식적이고 내밀하게 이루어진다. 집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대부분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평범한 이야기다. 하지만 먼 훗날 누군가 과거를 자세히 돌이켜 보면, 많은 사람들의 정체성을 형성시키고 수많은 존재의 시작을 일으켰던 것이 바로 어린 시절의 집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아무도 그것을 쉽사리 믿지는 못한다. 가장 평범한 집도 내면에서 일어나는 파괴적인 사건을 암묵적으로 보여주는 극장이 된다. 집은 전혀 드러내지 않으면서 조용히 신념, 기대 그리고 삶의 방향을 형성하는 의식의 실험실이다.”

 

우리는 사회와 가정에서 우리도 모르게 폭력과 침묵으로 키워낸 악 앞에 서 있습니다. 그러나 침묵과 안주함이 아닌 이제는 함께 문제를 바라보고 더 나은 길로의 방향을 전환하며 나아갈 때입니다. 뉴질랜드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애도와 기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픔의 현장에서 함께 울고 춤을 추고 마음을 나누는 일들 속에 인종차별에 대한 생각을 더 깊이 고민하며 가고 있습니다. 성폭력 사건들도 사건이 발생하고 대처하는 길들이 조금씩 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함께 가야하는 이유를 지난해 미투로 인해 많은 이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었던 서지연 검사의 인터뷰 내용에서 발견합니다. “하루빨리 성폭력 피해자도 절도나 사기나 상해사건 피해자처럼 어떤 두려움 없이 내가 꽃뱀으로 의심받을까 두려워하지 않고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고 피해자가 제대로 보호받고 피해가 회복되는 법과 제도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지 않고 피해자들에게 용기를 내라 앞으로 나오라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미투를 외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는 이유입니다.”

 

[다함께 봄]

 

함께 꽃이 피어 만개하는 따뜻한 햇살과 간질거리는 바람의 곁을 느끼며 오는 바로 그런 봄이 오기를 바랍니다. 모두가 사는, 모두의 마음이 녹는 봄, 우리 모두가 함께 움직이는 한걸음이 큰 힘이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오늘 하늘뜻펴기 제목은 다함께 봄으로 했습니다. 홍순관 님의 글이자 노래입니다. 생명과 자유가 파괴되는 세상을 무심하게 바라보지 않고 그것을 회복할 수 있는 길로 부르시는 주님의 초대에 우리 모두가 결단하고 행동하는 삶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모았습니다.

 

홍순관님의 다함께 봄을 읽어드리며 마치겠습니다.

꽃 한송이 핀다고 봄인가요 다함께 피어야 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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