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3. 07.
끊어짐 – 쉼
바야흐로 예초의 시즌이 도래했다.
예초기 날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안전을 위해서 대부분은 나일론 줄날을 사용한다.
시중에 가장 많이 나오는 줄날은 2.5mm 두께의 줄날이다.
돌 많은 제주 감귤원에서는 수시로 줄날이 끊어지지 일쑤다.
더운 날 쪼그리고 앉아서 날을 교체하는 것은 여간 성가시고 힘든 일이다.
작년에 우연히 3.0mm 두께의 줄날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고 작업능률은 꽤나 좋아졌다.
올해 예초 시즌이 도래하며 혹, 더 두꺼운 줄날이 있을까 여기저기 알아보던 중에
무려 메이드 인 프랑스 제품으로 4.5mm 두께의 줄날을 발견하였다.
처음 사용하던 줄의 근 2배에 가까운 이 줄날의 위용은 매우 대단했다.
2.5였으면 여러 번, 3.0이었어도 두어 번 교체했어야 할 분량의 작업을 하는 동안,
단 한번도 줄이 끊어지지 않고 버텨냈다.
당연히 작업속도는 비교불가로 빨라졌다.
그렇게 수월한 작업이 끝난 뒤
난 한동안 목을 들지 못하는,
지금까지 수년 동안 수십 번의 작업 중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다.
줄이 끊어지는 그때가 나에게 쉬는 시간이었다.
팽팽한 긴장이 끊어질까 노심초사 살아가는 때가 있다.
요새는 텐션을 낮추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하여
느슨하게 살아갈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줄이 끊어지는 그 순간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그 순간이 쉼의 시간이며 회복의 때가 된다.
글 윤태현/그림 윤광야, <빌레에 담긴 말들>(글땀, 2024. 12. 25.), 9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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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발전이 우리 몸을 상하게 한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랴!
인류의 발전이 낱생명들의 토대인 온생명을 다치게 한다면 그건 또 무슨 소용이랴!
그래서 오래전 지혜자는 이미 말했다.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마다 알맞은 때가 있다.”(전도서 3:1)
- 향린 목회 124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