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뜻나눔

시편 8편 4절 묵상

by phobbi posted Feb 16, 2025 Views 7 Replies 0
Extra Form
날짜 2025-02-16

2025. 02. 16.

 

아침에 애플톤 채플에 가기 위해서는 기숙사에서 15분간 걸어가야 했는데, 그 길에는 철학과 건물인 에머슨 홀이 있었다. 이 에머슨 홀이 나의 관심을 끈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그것은 이 건물 맨 위에 새겨진 문구 때문이었다. 당시 하버드 총장이었던 찰스 엘리엇(Charles Eliot)은 심리학자이자 철학자였던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에게 새로 지은 철학과 건물의 인방보에 새길 문구를 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윌리엄 제임스는 철학과 교수들과 상의한 뒤 자신들의 사상을 대변하는 문구로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프로타고라스(Protagoras)인간은 만물의 척도다를 선택했다.

 

그는 문구를 제안한 뒤 엘리엇 총장으로부터 확답을 듣지 못해 그 결과가 자못 궁금했다. 그는 자신이 제안한 프로타고라스의 명언이 멋지게 그 모습을 드러내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인방보를 가린 천이 내려졌다. 그런데 비문에는 프로타고라스의 인간은 만물의 척도다가 아닌 사람이 무엇이기에 당신은 그 존재를 기억하십니까?(What is man that thou art mindful of him?)”라는 전혀 다른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엘리엇 총장은 프로타고라스의 말 대신 구약성서 <시편> 84절을 새겨 넣은 것이다.

 

배철현 지음, <신의 위대한 질문>(21세기북스, 2015. 12. 24.) 16.

 

=====================================

 

사람은 누구나 어쩔 수 없이 자기가 만물의 척도인 양 살아간다.

경험과 해석, 선택과 판단의 주체는 자기 자신일 수밖에 없다.

불가피하다. 이것이 인간의 한계이다.

 

그러나 그것을 전부로 알아서는 안 된다.

오감을 통해 포착한 것만이 전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포착되지 않은 것이 가득하고, 앎보다 모름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가 아는 것을 가지고 모든 것의 기준을 삼기보다는

자기가 모른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모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삶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철학과 건물에 시편의 말씀이 필요했던 것이다.

 

한편 신학과 건물에는 프로타고라스의 금언이 필요할지 모른다.

인간의 주체적 책임을 망각한 채 모든 것을 신에게 떠맡기는 것 또한 잘못이기 때문이다.

 

 

 

 

- 향린 목회 105일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