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뜻나눔

순교자의 마음

by phobbi posted Dec 18, 2024 Views 1 Replies 0
Extra Form
날짜 2024-11-20

2024. 11. 20.

 

폴리카르푸스가 경기장에 들어섰을 때, 하늘에서 "폴리카르푸스야, 힘을 내고 용감해져라" 하는 소리가 울렸습니다. 아무도 말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으나, 거기에 있던 우리 공동체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들었습니다. 덧붙여 말하자면, 그가 앞으로 나아가자 사람들은 폴리카르푸스가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큰 소동을 일으켰습니다.

 

그가 끌려 왔을 때, 전집정관은 그가 폴리카르푸스인지를 물었습니다. 폴리카르푸스가 이를 시인하자 전집정관은 그에게 (그리스도인임을) 부인하도록 설득하였습니다. "당신의 나이를 생각해 보시오" 하면서 관례적으로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습니다. "황제의 수호신에게 맹세하고 마음을 바꾸시오. 그리고 '무신론자들을 없애라!' 하고 말하시오." 그러나 폴리카르푸스는 경기장에 있는 불경건한 이교인들 무리 전체를 엄숙한 표정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는 그들을 향하여 손을 흔들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탄식하며 말했습니다. "무신론자들을 없애라!"

 

전집정관이 그에게 "(황제의 수호신에게) 맹세하시오. 그러면 나는 당신을 풀어 주겠소. 그리스도를 모독하시오." 하고 다그쳐 경고하자 폴리카르푸스가 대답했습니다.

 

"여든여섯 해 동안 나는 그분을 섬겼습니다. 그분은 나에게 어떤 그릇된 행위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내가 나를 구원하신 왕을 어떻게 모독할 수 있겠습니까?"

 

폴리카르푸스/하성수 역주, <편지와 순교록>(분도출판사, 2000. 초판) 147-149.

 

===============================

 

로마 공화국의 마지막 프린켑스 세나투스(원로원 제1인자), 초대 로마 황제이자 로마 제국의 첫 번째 왕조인 "율리우스-클라우디우스 왕조"의 개창자인 아우구스투스는 황제의 수호신에게 맹세하는 조항을 관리들의 취임 선서에 도입하였고, 이 조항을 위반하는 것은 황제의 신성과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범죄로 여겼다.

 

가장 높은 심급의 재판을 하는 전집정관이 매년 스미르나(서머나)에서 열리는 축제 때 황제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왔다가 폴리카르푸스를 재판하게 된다. 그는 폴리카르푸스에게 당시 황제의 수호신으로 여겨지던 '행운의 여신'(τυχή)에게 맹세하라고 말한다.

 

로마는 자신들의 신을 섬기지 않는 그리스도인들을 무신론자들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폴리카르푸스는 반대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자신을 드러내신 하나님을 믿지 않는 이들을 무신론자들로 여긴다.

 

"누가 과연 참된 신인가"

 

첫 교회는 이것을 두고 싸운다. 힘으로 제압하는 로마 앞에서 수많은 순교자들이 생겼고, 한편으로 몬타누스파에 영향을 받은 과도한 광적 신앙의 순교 열망으로 자발적으로 목숨을 버리는 일들도 발생한다. 폴리카르푸스의 순교록은 이런 광신적인 사람들에게는 순교자 명칭을 부여하지 않는다. 폴리카르푸스 순교록은 순교자 개념을 세 가지로 규정한다.

 

1. 단지 '-증인'이 아니라, 자신들의 증언으로 고통을 감수한 '행위-증언'만이 진정한 순교자이다.

2. 순교는 하느님의 뜻에 부합해야 한다. , 하느님의 뜻이 순교를 정당화해야 하며, 하느님의 뜻과 자신의 뜻은 구분되어야 한다. 진정한 순교자는 주님의 뜻에 따라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긴다.

3. 순교를 피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가능하며 허용된다. 그러나 진정한 순교자는 자발적으로 순교하러 나서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순교를 적극적으로 피하지도 않는다.

 

폴리카르푸스의 고백이 지금도 들리는 듯 하다!

 

"여든여섯 해 동안 나는 그분을 섬겼습니다. 그분은 나에게 어떤 그릇된 행위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내가 나를 구원하신 왕을 어떻게 모독할 수 있겠습니까?"

 

 

 

 

- 향린 목회 17일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