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1. 22.
사회인이나 젊은이들이 자주 하는 말 중에 ‘자아실현’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 자아실현이라는 말이 사용되는 맥락을 보면 ‘지금의 나’는 임시적인 모습일 뿐 ‘진짜 나’가 아니고, 내 안에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훨씬 더 훌륭한 ‘진정한 나’가 있어서 그것을 목표로 삼아 매진하며 자신을 질타하고 격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아실현은 지금도 기업 세미나나 대중 강좌에서 ‘사회인이 당연히 해야 할 일’처럼 요청되며, 우리 역시도 이를 ‘사회인의 당연한 의무’인 양 여깁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커다란 함정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 억압이야말로 현대인의 정신을 좀먹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이상적인 나’를 찾아 실현하라는 요구입니다. 물론 더 나아지고자 하는 마음, 즉 향상심(向上心)을 갖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나를 찾아 실현하기란 몹시 어려운 일입니다. 환상에 가깝다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설사 어느 정도까지 이루었다 해도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으니 결코 그 결과에 만족하지 못할 터입니다. 그 사람은 언제까지나 욕구 불만에 시달리겠지요. ~~ 이래서는 정신적인 충실함을 도모하기는커녕 오히려 정신에 해로운 상태가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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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에르케고르라는 철학자는 ‘이것이냐 저것이냐’라는 가치의 두 가지 선택지에 관해 성찰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우리는 ‘이것이냐 저것이냐’가 아니라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자’라며 제한 없이 많은 것을 실현하려 하는 바람에 결국 그 욕심으로 스스로 망가지게 생겼습니다.
강상중 지음/노수경 옮김,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사계절, 2017. 9. 1.) 5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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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대로 오늘날 많은 사람이 자아실현의 함정에 빠져있다.
채워지지 않는 욕망이 자아실현이라는 이름으로 도리어 자기를 억압한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갈수록 이 욕망을 부추기고,
현대인은 끝없는 비교 속에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으로 괴로워한다.
그래서 저자는 ‘자아실현’보다는 ‘자연스러움’에 주목해 보라고 한다.
자연스러움은 ‘있는 그대로’를 뜻하는 것으로 무리하지 않고,
잘난 체하지 않고, 작위적이지도 않으면서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인식한다.
노력하지 말라는 말은 아니다.
무리하게 자기를 크게 보이려 하거나 값싸게 여기지 말며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한 인간으로서의 나를 있는 그대로 보라는 것이다.
바울 사도는 빌립보교회에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내가 궁핍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어떤 처지에서도 스스로 만족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나는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 배부르거나, 굶주리거나, 풍족하거나, 궁핍하거나, 그 어떤 경우에도 적응할 수 있는 비결을 배웠습니다. 나에게 능력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빌립보서 4:11-13)
‘없는 나’를 찾기보다, ‘있는 나’에 충실하자.
- 향린 목회 80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