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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나눔

왜 그래에서 괜찮아로

by phobbi posted Jan 11, 2025 Views 12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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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5-01-11

2025. 1. 11.

 

괜찮아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문학과 지성사, 2024. 10. 21.) 7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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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6)에 큰아이가 군에 갔다.

큰아이가 태어났을 때, 딱 이랬다.

아무런 이유 없이, 아니 이유를 잘 모르겠는데,

잠재워야 할 시간, 아이는 매일 두세 시간을 울며 보챘다.

나와 아내는 번갈아 가며

아이를 안았다가 업었다가 뉘었다.

어떤 노력에도, 일정한 시간이 흐르기까지는 울음이 그치지 않았다.

너무 피곤한 날은 침대 위에 이불과 베개를 쌓아놓고,

아이를 업은 채, 그 이불 탑에 엎드려 아이와 함께 잠든 적도 있다.

 

시인은 왜 그래를 물었다가 괜찮아로 넘어갔는데,

그때 나는,

아이를 키우는 건 다 이런 건가 보다라고 생각하며

그냥 견뎠던 것 같다.

 

시인이 대단한 건,

왜 그래대신 괜찮아라고 다독였을 때

그친 건 결국 자기 울음이었다는 깨달음이다.

그리고 자기 안에 당신이 흐느낄 바로 그때에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넉넉함을 얻었다는 것이다.

 

예수께서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계명을 강조하신 이유다(마태 22:39-40).

참사랑은 자기애(自己愛, narcissism)”를 넘어서는 자기 사랑”(self-respect)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진정한 자기는 내 안에 남일 수 있기에.

 

오늘 하루도 괜찮아로 시작해 보자.

 

- 향린 목회 69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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