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1. 20.
죽은 줄로 알았던 사람이 관 속에 누워 있다가 갑자기 깨어나 뚜껑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뚜껑이 열리고 죽었다는 사람이 일어나 앉았다.
“뭣들 하고 있는 거요?” 그가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나 안 죽었단 말이오.”
그러나 그가 내뱉은 말은 불신으로 가득 찬 좌중의 침묵 속으로 흩어졌다. 마침내 추도자 한 명이 나서서 말했다.
“이보게, 친구. 의사나 사제 모두 자네가 죽었음을 확인해 주었다네. 그러니 자네는 죽은 몸이야.”
그리고 그들은 정중히 예를 갖춘 후 다시 그를 묻었다.
앤서니 드 멜로 지음/문은실 옮김, <바다로 간 소금인형>(2004. 11. 22.)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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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산 생명을 죽음의 관에 묻어버리는 일들이 종종 발생한다. 프란시스 베이컨이 “극장의 우상”이라고 명명한 것이기도 하다. 기존의 역사와 전통, 권위와 사상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편견은 지금 살아 있는 현실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
21세기 인류는 온라인(online)이라는 새로운 세계 안에서 깊이 병들고 있다.
자기만의 특별한 동굴에 갇혀 확증편향을 재생산하고 강화한다(동굴의 우상).
사마천의 『史記』 「秦始皇本記」 제6권에는 그 유명한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고사가 실려있다.
8월 기해일, 조고는 난을 일으키고자 했으나 신하들이 듣지 않을까 염려하여 먼저 시험을 해보려고 사슴 한 마리를 황제(秦 二世皇帝, 기원전 229년 ~ 기원전 207년, 胡亥)에게 바치면서 “말(馬)입니다”라고 했다. 황제가 웃으며 “승상이 잘못 본 것 아니오? 사슴을 말이라고 하니”라고 했다. 좌우 신하들에게도 물었는데, 입을 다문 자도 있고, 말이라며 조고에게 아부하는 자도 있었으며, 사슴이라고 말하는 자도 있었다. 조고는 사슴이라고 말한 사람들에게 몰래 죄를 씌워 모함했다. 이후로 신하들이 모두 조고를 두려워했다.(八月己亥, 趙高欲爲亂, 恐群臣不聽, 乃先設驗, 持鹿獻於二世, 曰:「馬也.」 二世笑曰:「丞相誤邪? 謂鹿爲馬.」 問左右, 左右或黙, 或言馬以阿順趙高. 或言鹿(者), 高因陰中諸言鹿者以法. 後群臣皆畏高.)
진나라의 조고가 하던 짓을 오늘날은 극우 유튜버들이 하고 있다. 대통령은 유튜브에 심취해서 헛소리를 믿었고, 거짓의 확산은 집단적 확증편향을 불러왔다. 서부지법 폭동 사태는 자기도취적 신념이 집단화되었을 때, 얼마나 폭력적인가를 너무나 잘 보여준다. 국가의 행위는 그 무엇보다도 보편적 상식(常識, common sense)에 기반해야 한다. 국가는 KS(Korea Standard)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민주헌정 질서와 법치주의를 무너뜨리는 이번 사태는 일벌백계로 철저히 다스려야 한다.
- 향린 목회 78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