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3. 17.
나쓰메 소세키의 ‘메모’에도 이런 말이 나옵니다.
“자아의식(Self-consciousness)은 결국 신경쇠약을 낳는다.
신경쇠약은 20세기의 모두가 공유하는 병이 될 것이다.”
나쓰메 소세키 자신도 몇 차례 신경쇠약에 걸렸고, 거기에 위궤양까지 일으켜 한때는 매우 위독한 지경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막스 베버도 매우 위중한 상태가 되어 정신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비대해지는 자아를 멈추고 싶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것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정신병리학자이며 철학자였던 카를 야스퍼스(Karl Theodor Jaspers, 1883~1969)가 한 말입니다. 야스퍼스는 막스 베버를 사숙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기의 성’을 쌓는 자는 반드시 파멸한다.”
나 또한 그러했기 때문에 쉽게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기의 성을 단단하게 만들고 벽을 높게 쌓으면 자기라는 것을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요? 또는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러나 그것은 오해입니다. 자기의 성만을 만들려고 하면 자기는 세워지지 않습니다.
그 이유를 궁극적으로 말하면 자아라는 것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만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즉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만 ‘나’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이지요.
강상중 지음/이경덕 옮김, <고민하는 힘>(사계절, 2009. 4. 15.) 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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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의 성’을 쌓는 자는 반드시 파멸한다.”
정말 그렇다.
자기에게만 집중할 때 자기를 잃는다.
모든 존재는 관계 속에서만 형성된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자아 찾기라는 것은
자칫하면 허공의 연기를 붙잡으려는 결코 열매를 맺지 못하는 일이 된다.
오히려 매 순간 지어져 가는 그 상황을 충실하게 수용하면서 살아갈 필요가 있다.
나를 찾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을 살아내는 것이다.
거기에서 의미를 찾고, 즐거움을 향유하고, 배우고, 익히며 그렇게 살아가는 능력이 필요하다.
- 향린 목회 134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