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3. 19.
“태초에 말이 있었다.” 즉 전근대 사회에서는 신이나 왕의 말만이 ‘옳음’이었다. 이것이 근대에 들어서 “태초에 경쟁이 있었다.”가 됐다. 경쟁에서 이겨야 잠정적으로 ‘옳음’의 지위를 획득할 수 있으니 모두 서둘러야만 했다. 손자는 전쟁의 본질이 속도임을 간파했다. 경쟁 패러다임 사회에서는 속도가 승패를 좌우한다. 그래서 학생이나 교사, 회사원 또는 어린이까지 모두 매일 매일 업그레이드를 재촉받는다. 누군가는 수능 준비로 누군가는 취업 준비로 또 누군가는 자금 확보 경쟁에 뛰어든다. 학점을 좋게 받고 졸업해야 취업에 유리하고 더욱 많이 벌기 위해서는 승진해야 한다. 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 끊임 없이 자기계발을 한다.(A for B for C for D for …). 사람은 항상 그다음, 그다음, 그다음, 그다음을 재촉받는다. 왜 현재를 살지 않고 미래를 살려고 할까? 살아간다는 건 지금을 살아간다는 말인데 근대 이후 사람들은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지금 이 순간의 ‘차 맛을 음미’(A for A)하는 게 아니라 예컨대 미래의 건강을 위해 마신다.
이런 도착(倒錯)은 근대사회 곳곳에서 나타난다. 지난 150년 동안 위대한 사상가 치고 근대 들어 나타난 ‘수단의 자기목적화’, 즉 ‘종’이어야 할 재화나 기술이 ‘주’로 역전된 현상을 비판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우치다 타츠루 외 지음/박우현 옮김, <한 걸음 뒤의 세상 : ‘후퇴’에서 찾은 생존법>(이숲, 2024. 11. 1.) 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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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를 충실하게 사는 능력이야말로 종교인이 체득해야 할 능력이다.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 때문에 불안해하지 말며,
주어진 순간에 몸과 마음을 다하는 것!
존재하는 모든 것에서 창조주 하나님의 신비를 느껴 경탄하는 것!
살아 있음에 놀라고 기뻐하는 것!
모르고도 살아짐에 감사하는 것!
이런 것들이 신앙인의 모습이리라!
- 향린 목회 136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