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뜻펴기 20241103 창조절10
“주님의 법"
룻1:1-18, 시119:1-8, 히9:11-14, 막12:28-34
시어머니 나오미는 각각 남편을 잃은 두 며느리가 자신을 떠나 각자의 동네로 돌아가서 재혼하여 새로운 삶을 살기를 바랐습니다. 정작 이 시어머니는 흉년을 피해 자신의 고향을 떠나 이방땅 여기 모압으로 건너와 새로운 삶을 꾸렸습니다. 이곳에서 10년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일찍이 남편을 잃었고 또 두 아들을 잃었습니다. 인생의 허망함에 삶의 기대를 내려놓고 이제 다시 나오미 자신의 고향인 유대 베들레헴으로 돌아가기를 결심하고서, 여기 모압 출신인 두 며느리와 작별을 고하였습니다.
고향으로 며느리를 데려가지 않기로 한 시어머니 나오미의 결심은 유대 율법에 근거한 것이었습니다. 유대의 율볍에는 기본적인 토지법과 그 하위에 시형제상속법이 있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기반은 노동으로 경작할 수 있는 토지였습니다. 이집트에서 노예로 살았던 기억, 오랜 떠돌이 생활로 고초를 당했던 야훼의 백성 히브리들에게는 자기 땅의 소유가 절실했습니다. 야훼 하나님은 모든 백성이 평등하게 자기의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도록 이스라엘의 모든 땅을 야훼 하나님 자신에게 귀속시키고, 백성들에게 지파별로, 지파 내 가문과 문중들에게 땅을 고루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불하받은 땅을 권력자나 특정인이 독점하여 빼앗아갈 수 없도록 지계석의 이동을 금하였습니다.
이렇게 부여된 각 지파, 문중의 땅은 대대손손 유산이 되게 하여, 하나님의 백성이 땅이 없어서 노예나 떠돌이가 되지 않도록 토지법을 제정하였습니다. 토지의 대물림은 지파와 문중 안에서만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타지파, 이웃 문중에서 시집을 온 며느리에게는 토지를 물려줄 수 없었습니다. 이렇다면 자손이 없는 과부는 토지상속에서 제외가 되고 기본적인 삶을 위한 야훼의 기본법에 위배가 됩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제정된 율법이 시형제상속법입니다. 자손이 없는 과부는 죽은 남편의 형제 중 하나와 혼인을 해야한다는 법입니다. 그래서 토지가 있는 문중과 시집에서 소외되지 않게 한 것입니다.
나오미의 두 며느리 룻과 오르바는 남편을 잃었고 또 자손도 없었습니다. 시어머니 나오미의 생각으로는 자신이 유대 율법을 지키는 고향 베들레헴으로 돌아가더라도 자신이 문중의 땅을 얻을 수 없었기에, 두 며느리를 고향으로 데리고 가지 않고 이곳에서 새 출발하도록 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며느리 오르바는 시어머니의 판단에 응하여 시어머니와 이별하고 모압에 남았습니다. 그러나 룻은 끝까지 시어머니를 따라 자신의 고향인 모압을 떠나 유대 베들레헴으로 들어가 시어머니와 함께 살기로 합니다. 오늘 룻기 본문은 며느리 룻이 시어머니와 함께 가기로 굳게 마음먹은 것을 보고서 나오미가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는 18절까지 읽었습니다.
이스라엘이 평등사회를 경험했던 사사시대의 하나의 에피소드로 전해진 제1성서의 룻기는 야훼 율법의 토지법과 시형제상속법을 통해서 남편을 잃은 자손 없는 과부라도, 심지어 이방의 며느리라도 야훼의 기본법 안에서 생존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교훈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시어머니 나오미는 고향에 돌아가서 남편의 형제 집안에 거처를 얻었고, 시어머니를 따라 유대로 들어온 룻은 남편 형제의 자손 보아스와 혼인하여 명실상부한 야훼 율법의 수혜자가 되었습니다.
성서 룻기는 인간의 기본생존권을 보장하시는 야훼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기록입니다. 인간의 생존을 위한 기본권을 빼앗기지 않는 것, 떠돌이가 되어 불안한 삶지 않게 하는 것, 노예로 팔려가서 핍박받고 억압받는 것에서 인간을 구원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며, 율법의 입법취지이며, 야훼사상의 법정신입니다. 이같은 야훼사상이 우리 신앙의 푯대이고 교회의 존재 이유입니다. 그리스도교가 증언하는 구원의 의미는 야훼사상에서 명확해집니다. 기본생존권의 핍박, 불안한 삶, 억압과 착취를 양산하는 구조에서 해방하는 것이 곧 그리스도교의 구원입니다. 오늘날 이 땅에서 구원사건에 동참하기 위해 우리가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시편 기자는 야훼사상을 노래합니다.
“그 행실이 온전하고 주님의 법대로 사는 사람은 복이 있다. 주님의 증거를 지키며 온 마음을 기울여서 주님을 찾는 사람은 복이 있다. 진실로 이런 사람들은 불의를 행하지 않고, 주님께서 가르치신 길을 따라 사는 사람이다.”(시119:1-3)
히브리의 야훼사상이 헬라시대 곧 제2성서의 시대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로 귀결됩니다. 율법을 간직한다던 성전의 지성소와, 율법을 준수한다던 대제사장이 야훼사상의 진정한 법정신을 망각했을 때, 그래서 하나님의 사랑이 오염되고 율법이 권력자의 시녀로 전락되었을 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굽은 것을 곧게 펴는 사건이 되었고, 그리스도의 피는 오염된 율법의 법정신을 깨끗하고 거룩하게 정화하였습니다. 오늘의 히브리서 본문의 증언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예수께서 율법학자에게 말씀해주셨던, “모든 계명 가운데서 가장 으뜸이 되는 계명"을 기억해야 합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계명입니다. “우리의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신 이 계명을 시편 기자처럼 진심으로 노래해야 합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은 그의 뜻, 곧 백성을 사랑하시고 구원하시는 야훼사상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하나의 결입니다. 오늘 마가복음서 본문 33절에 “마음을 다하고 지혜를 다하고 힘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과, 이웃을 자기 몸 같이 사랑하는 것이, 모든 번제와 희생제사보다 더 낫습니다.”고 한 율법학자의 고백이 오늘 우리의 진실한 고백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사랑은 공동체에서 발현되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으뜸이 되는 계명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우리가 향린공동체로 모였습니다. 지난 71년 동안 하나님께서 함께해주시고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무엇인지 우리 향린의 가슴에 새겨주셨습니다. 이곳 광화문에서도 그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기를 우리는 마음을 모아 기도해왔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새로운 담임목사님과 함께 그 사랑의 길을 지속하기를 결단하며 기도합니다. 우리에게 새겨주신 하나님의 사랑, 그리고 우리의 선교로 펼쳐질 이웃 사랑이, 이곳 향린공동체에서 더욱 밝게 빛나기를 기원합니다.
오늘 새교우가입예식으로 우리와 한 공동체가 되실 교우들에게 야훼 하나님의 사랑이 늘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주님의 법을 위하여, 사랑을 위하여 한 마음으로 이 공동체를 아름답게 세워가기를 결단하는 우리 모두에게 성령께서 뜨거움으로 임재하여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침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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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송사)
평안히 가십시오. 자유인으로 사십시오. 주님의 법을 늘 묵상하십시오. 마음과 뜻과 지혜와 힘을 다하여 사랑하십시오. 그 사랑을 실현하기 위해 공동체로 모이는 우리 모두의 삶을 성령께서 지켜주심을 믿습니다.